[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결국 아픈 사람 데려간다는 건데 왜 인구가 감소하고 이 난리가 났을 때 돌연 기준을 바꾸는지 모르겠어요."
15일 서울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장에 신체검사를 받으러 온 서울 은평구 거주자 이모(27) 씨는 "재차 이해가 안 간다"며 퉁명스레 말했다. 이씨는 "결국 군대는 특수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공동체인데 한 구성원이 만약 십자인대 수술을 해서 군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운데도 현역 입대하게 되면 전체 군 병력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입영 대상자들의 사정을 고려 안 하는 대책은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지방병무청 입구 모습. "내 청춘의 선택, 자랑스러운 병역"이라고 쓰여 있다. 2023.12.15 dosong@newspim.com |
군 입대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국방부가 지난 13일 현역 판정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병역 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개정안(병역신체검사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 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중이다.
이번 국방부의 병역신체검사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의 현역 판정 저체중 하한인 16 이하를 15 이하로 낮추고 상한을 현행 35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높여 고도비만·저체중 대상자도 징집 대상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던 고도비만 인원 일부(BMI 35~39.9)는 모두 3급 현역 판정을 받게 된다.
또한 국방부는 십자인대 손상의 경우 인대 재건 수술을 2회 이상 시행한 경우에만 사실상 면제인 5급(전시근로역)으로 판정(기존 1회 수술에도 5급 판정)하고 굴절이상 질환 중 난시 판정 기준을 근·원시 판정 기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입대를 앞둔 남성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당장 다음해 입대 대상자로서 병역신체검사를 앞둔 경기도 용인시 거주 고등학생 이모(18) 군은 "아무리 군대에 사람이 부족해도 원래 가면 안 되는 인원이 가면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고등학생 김모(18) 군 역시 "훈련 도중 환자의 건강이 악화하는 것이 우려된다. 너무한 거 아니냐"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해당 입법예고에 병역자원 부족이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런 맥락으로도 이해하실 수 있다"면서 "BMI 기준 적용을 좀 완화해도 정상적으로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측면에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십자인대 파열로 5급 판정을 받았던 김 모(23) 씨는 이를 두고 "BMI 판정 완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면서도 "십자인대 파열은 일상생활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가도 지난해 재발병하면서 군 복무 수행은 어렵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이미 군 복무를 마친 20~30대 남성들은 "입대 자원 부족 문제가 현역 부적합자 판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 "근원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해병대에 지원해 지난 2020년 제대한 김모(24) 씨는 "군 인원이 부족한 건 맞지만 단체생활에 맞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군대로 보내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군 생활 부적합자랑 같이 생활하는 것은 같이 있는 사람도 힘들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사회복무요원 임무를 마친 한 모(26) 씨도 "원래 사회복무요원이나 면제 비중은 다 합쳐도 10%도 못 미치는데 그 중 완화 기준에 해당하는 인원은 더 적을 것"이라며 "직업군인 처우를 개선하는 게 더 낫지 않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 못하면서 미봉책만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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