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가능성 내포한 AI-X
개인도 참여가능한 오픈시장
IT기업과 수요기업 연결 필요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수학에서도 상당한 업적을 쌓은 데카르트는 17세기에 그의 저서인 '방법서설'의 부록이었던 '기하학'에서 미지수를 처음으로 'X'로 표현했다.
이경태 경제부 차장 |
미지수라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나 숫자, 또는 모르는 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만큼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한다.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오픈AI가 지난해 11월 말 챗GPT를 선보이면서 인간의 능력에 가까워지는 초거대AI 시대를 띄웠다. 1년이 지나 여러 IT공룡기업들이 저마다 초거대AI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였다. 다만 챗GPT를 뛰어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초거대 AI인 '바드'의 오류로 명성에 흠집을 냈던 구글이 '와신상담(臥薪嘗膽)'끝에 최근 '제미나이'라는 초거대AI를 공개했다. 객관적인 비교만 해볼 때 챗GPT(GPT4 포함)의 아성을 무너뜨릴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KT, LG, SKT 등 기업이 자체 초거대AI 개발과 함께 서비스를 하나씩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같은 AI를 토대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생성형AI 서비스 역시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열풍처럼 확산된 앱 개발 시장을 다시 떠올린다. 새로운 IT 시장이 AI를 기반으로 확장하고 있고 시장이 열리는 사이클이 처음 아이폰이 출시된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얘기다.
AI는 이젠 사회 및 산업 전분야에 걸쳐 활용이 가능하고 이제는 누구나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학계와 산업계는 'AI-X'시대라고 부른다. 데카르트가 제시한 미지수가 AI에 접목된 순간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와 '오픈 소스( open source )'다. API는 개발된 인공지능 기능에 연결해 앱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고, 오픈소스는 말 그대로 코드를 공개해 복잡한 개발을 보다 손쉽게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시장을 키우는 데 있다.
여기에서 AI의 도움을 얻어 일반인도 개발 영역에 쉽게 뛰어들 수 있다. 숙련된 고급개발자의 영역도 있지만 AI의 도움을 얻으면 일반인도 개발을 할 수 있다. 아이폰 출시 초반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독자적인 앱 개발로 수익을 창출하던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런 시대에 정부는 민간의 영역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인공지능 윤리나 위험성 등에 대한 규제는 정부 차원에서 분명 관리해야 할 부분이지만 AI-X 시장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그런 생태계를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개인 개발자 시장이 사업을 발굴하고 그 사업을 토대로 스타트업이 돼 기업을 일구는 기회가 다시 한번 찾아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AI의 성장과 더불어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시장을 뒤바꿀 수 있는 시대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다.
문제는 IT 분야 이외의 시장에서는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데 있다. 누구나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시대가 왔는데도 AI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중간지점에 있는 공기업 역시 잘 모른다. 기획 아이디어를 찾는 데 도움을 얻는 수준에 그친다.
그 물꼬를 정부가 틔워줄 필요가 있다. AI 기업이 잘하는 점을 부각시켜주고 그 고객이 될 기업을 잘 찾아줄 수 있는 역할을 해서 AI-X 시대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신산업으로 성장하도록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 분명 고객이 자신의 문제를 알 수 있도록 알려주기도 해야 한다.
AI 정책을 만들었지만 정부 시각을 버리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떤 AI-X가 해결해줄 것인지를 제대로 매칭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시장이 커지고 새로운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