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뉴스핌] 고종승 기자 = 전북 고창군은 이재 황윤석(頤齋 黃胤錫, 1729~1791)의 친필 일기로서 문집의 초고본이자, 과학자의 연구노트인 '이재난고(頤齋亂藁)'가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됐다고 23일 밝혔다.
이재 황윤석은 조선 영·정조대 전라도 흥덕현(현 고창군 성내면)에서 출생하여 10세부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53년 동안 '난고'라는 제목의 일기를 썼다.
이재난고[사진=고창군]2023.11.23 gojongwin@newspim.com |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과학기술에 관한 역사적‧교육적 가치가 높고, 후대에 계승할 필요가 있는 자료를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등록‧보존‧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현재 42건이 등록돼 있다. 올해 등록자료는 총 16건이며 '이재난고'는 과학기술사 분야에 해당된다.
500여만 자에 달하는 '이재난고'에는 수많은 과학기술 자료가 담겨있다. 그는 성리학자이자 실학자로 수학, 천문학, 지리학, 역사학, 언어학, 기술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
그 가운데 산학(算學), 천문학(天文學) 등은 일찍부터 많은 연구자들로부터 주목되어 그동안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이재난고'에는 조선의 온천, 제련법(製鍊法), 구리의 분류와 배합 비율의 변화, 광물과 광산, 식물의 명칭 연구, 의학이나 물산 등 방대한 자료가 기록돼 있으나 아직까지 정리와 연구가 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는 다산 정약용보다도 100년 정도 앞서며 훨씬 정교하고 그 양도 많다. 후대 서유구(徐有榘: 1764~1845) 등의 실학자가 대부분 외국자료를 인용했던 바와 달리 이재난고에는 인용 기록과 더불어 당시 상황까지 파악해 기록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사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윤종기(輪鐘記)'에서는 자신이 관찰한 자명종(自鳴鐘)을 상세히 서술하고 기어비나 작동원리를 방대한 도표로 기록하여 최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홍대용의 혼천시계를 복원할 때 '이재난고'에 담긴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어비는 서로 맞물리는 두 개의 기어에서 큰 기어 톱니 수를 작은 기어 톱니 수로 나눈 값을 말한다.
'이재난고'의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등록은 고창군에서 지난 4월 신청해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서류검토, 서류심사, 현장조사, 예비심사, 의견청취, 종합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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