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질환 앓던 조리원들 만족도 높아
학생들 "튀김 요리 자주 나와 좋아"
조희연 "인력대체 아냐, 노동조건 개선"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22일 오전 11시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숭곡중학교 2층 급식조리실 안 대형 기계가 집계 손으로 닭고기가 들어있는 튀김 망을 집어 들어 대형 기름이 끓고 있는 튀김 기계에 넣었다. 기계는 성인 여성이 감싸 안을 수 있을 정도 두께의 소나무 줄기를 '기역' 자로 꺾은 모양이었는데 쭉 펴면 급식실 천장에 닿을 듯한 높이다. 기계는 일정한 간격으로 튀김 망을 기름에 넣었다 뺐다 하다 닭고기가 노릇해지자, 은색 대형 스테인리스 그릇에 옮겨 담았다.
이 기계는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8월 전국 최초로 도입한 급식 로봇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급식 로봇 4대를 숭곡중에서 공개 시연했다. 4대 중 2대는 볶음용, 1대는 국과 탕용, 1대는 튀김용으로 쓰인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 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이 22일 서울 성북구 송곡중학교 급실실에서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중인 급식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급식로봇은 국과 탕, 볶음, 유탕 등 온도가 높고 위험했던 조리 업무를 사람을 대신해서 하며 숭곡중학교에는 총 4대가 도입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손웅희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정현식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우종영한국로보틱스 대표,계경희 숭곡중학교 교장,이승로 성북구청장,강연실 성북강북교육지원청 교육장,구자희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국장,강동길 서울시 시의원등 약 40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2023.11.22 yym58@newspim.com |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음식을 튀기거나 구울 때 나오는 초미세먼지인 조리흄 등 발암물질로 인해 폐 건강이 악화한다는 소식에 급식로봇 도입을 추진했다. 로봇 기업인 한국로보틱스가 예산 10억을 지원받아 로봇 개발부터 교내 설치와 제반 시설 마련까지 완료했다.
이들 로봇은 오전 8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총 720인분의 식사를 조리사와 영양사와 함께 준비한다. 이날은 양념통닭 갈비 맛과 쇠고기 탕국, 볶음밥이 주메뉴다.
급식실 왼편에는 로봇 4대 작동 모습을 볼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모니터에는 볶음밥, 프라이드치킨, 야채 볶음이 선택돼 있었다. 어떤 메뉴를 조리하고 있는지 뿐 아니라 인덕션 온도가 몇 도인지, 볶음용 휠이 돌아가는 속도 등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모니터링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운전을 정지시킬 수 있다. 우종민 한국로보틱스 팀장은 "이곳에서 내부 시설을 지켜보다가 중지 버튼을 누르면 바로 중단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는 그리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계 주변에는 노랑 테이프와 빨강 테이프가 두 걸음 정도 간격으로 떨어져 붙어 있는데 노랑 테이프 안에 사람이 들어가면 기기가 움직임을 늦추고, 빨강 테이프 안에 사람이 감지되면 기기가 멈추도록 센서가 부착됐기 때문이다.
서울 숭곡중학교에 설치된 '급식로봇 모니터링 장비'. [사진=조승진 기자] |
현장에서도 안전에 대한 우려보다 만족하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튀김용 로봇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줬다. 장진아 조리사는 "많은 양의 튀김을 하려고 하면 장시간 뜨거운 열에 노출돼 있어야 하는데 그때마다 온열 증상을 앓았다"며 "로봇이 도입되고 나서는 온열 증상에 시달리지 않게 돼 너무 좋고 편해졌다"고 말했다.
김혜영 영양사는 "사람이 하면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려 튀김 같은 경우는 먼저 조리된 건 눅눅해지곤 했는데 기계로 하니 시간이 단축돼 모든 튀김을 똑같이 바삭하게 먹게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학생회장을 맡은 숭곡중 3학년 조형찬 학생도 "튀김의 바삭바삭한 정도가 일정해 너무 좋다"며 "로봇이 도입된 뒤로 (전보다) 튀김 같은 인기 있는 메뉴가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숭곡중에 도입된 로봇이 조리할 수 있는 메뉴는 100개 정도다. 로봇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입력값만 변경하면 돼 앞으로 조리 메뉴는 무한히 늘어날 수 있다. 한 번 입력해 두면 다시 입력할 필요 없이 메뉴만 찾으면 된다.
이 같은 로봇 작동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한 달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우 팀장은 "한 달 전부터 기기 작동법과 안전 교육 등을 세세하게 진행했다"며 "지금도 기기 설치 이후부터 매일 학교에 나와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10월 초 학교 급식실 종사자 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급식 로봇 운영 만족도 조사에서 근무 여건 개선 도움(83%), 기존 대비 25~50% 업무 경감(86%), 사업 지속 확대 필요(85%) 응답이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때문에 로봇이 급식 종사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현재 학교에 3~400명의 급식 종사자가 추가로 필요하지만, 폐암이나 여러 질환에 대한 우려로 지원자가 없어 모집을 못하고 있다"며 "조리 인력이 부족한 학교를 중심으로 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로봇 도입으로 인한 급식 종사자 노동조건 개선에 큰 의미가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