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국립창극단의 흥행작 '패왕별희'가 4년 만에 관객들과 만났다. 경극 원작의 요소를 살리면서도 우리 소리의 매력을 접목한 아름다운 공연으로 완성됐다.
'패왕별희'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간판 스타 김준수부터 유태평양, 정보권, 이광복, 허종열, 이연주 등 창극단 안팎의 소리꾼들이 모여 경극의 몸짓과 섬세한 연기까지 선보인다. 전쟁이 끊이지 않던 난세의 영웅기를 박진감 넘치는 에너지로 무대에 그려낸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창극단 '패왕별희'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2023.11.17 jyyang@newspim.com |
◆ 중국 동명 경극 원작…김준수·정도권 등 창극단 안팎 스타들 모여
'패왕별희'는 동명 경극을 원작으로,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패왕 항우와 한나라 황제 유방의 대립, 전쟁에 패한 항우와 연인 우희의 이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9년 두 차례의 공연 당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한 흥행작으로 4년 만에 돌아오며 당시의 주역들이 다시 합세했다. 남성 소리꾼인 김준수의 우희, 객원 소리꾼 정도권의 항우의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항우 역의 정도권은 타고난 용맹함과 무술 실력, 배포를 지닌 영웅으로 초나라의 왕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원칙대로 행동하려 하나 목숨을 건지려는 간악한 무리들의 술수에 무너지는 인간적인 면도 드러난다. 항우의 활약과 비극은 어린 시절부터 맹인 노파(김금미)의 소리로 예고된다. 앞과 뒤가 다른 유방(이광복)과 대비되는 인물로 사랑하는 여인 우희와 부하들에게조차 신임을 얻는 묵직한 매력이 돋보인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창극단 '패왕별희'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2023.11.17 jyyang@newspim.com |
김준수가 맡은 우희 역은 경극 특유의 분장과 더불어 여성 캐릭터를 소화하는 남성 소리꾼으로서 모두에게 독특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큰 키에 늘씬한 체격, 섬세한 손끝과 동작이 그의 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어린 시절 항우와 운명적으로 만나고, 그에게 짐이 되지 않고자 하는 최후의 선택이 무척이나 애달픈 감상을 안긴다.
◆ 우리 소리로 풀어낸 '전쟁과 사랑', 창극의 가능성과 확장성 증명
'패왕별희'엔 도입부터 마치 중국의 고시조의 한 소절을 읊는 듯한 '인생무상'과 '일장춘몽' 같은 정서가 흐른다. 한 영웅의 일대기를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과 덧없는 세상만사, 그 중에서도 주인공들이 올곧게 새우는 사랑과 의리, 정의 같은 가치들이 작품 속에서 빛난다.
특히 중국 역사상 위대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십면매복' 신에서는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경극 동작을 곁들여도 희석되지 않는 항우와 한신, 변쾌의 용맹한 기세가 돋보인다. 항우와 우희의 이별을 그린 '패왕별희'에서는 모두가 숨 죽인 채 감상하는 우희의 독무와 더불어, 애절한 슬픔과 사랑 속에서 두 사람이 헤어지는 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창극단 '패왕별희'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2023.11.17 jyyang@newspim.com |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립창극단 '패왕별희'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2023.11.17 jyyang@newspim.com |
이 모든 장면이 중국의 역사, 경극이라는 중국 작품의 특성을 기반으로 했으나, 놀랍게도 우리 소리를 얹어 만들어내는 특별한 에너지와 생명력이 생생히 느껴진다. '패왕별희'가 국립창극단이 시도하는 전통의 새로운 해석과 창극의 확장성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는 대표 공연이라 할 만 하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