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하수구 냄새 올라오고 낙엽까지 끼니까 아예 옆 식당에서 덮어놨나봐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7일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A씨의 가게 앞 빗물받이는 검은색 고무발판으로 덮여 빗물이 빠져나가기 어려워 보였다. 발판에 작은 구멍들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위에 대출명함이나 휴지 조각이 일부를 막고 있었다. 앞에 놓인 쓰레기통이 무색하게 빗물받이 안에는 담배꽁초들이 가득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 일대 빗물받이. 검은색 발판으로 덮여있거나 낙엽과 담배꽁초, 음료수 뚜껑 등 쓰레기들이 쌓여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 2023.11.07 allpass@newspim.com |
지난 주말부터 이날 새벽까지 돌풍을 동반한 비가 쏟아지면서 전국에 침수 피해가 잇따랐지만 신림동 일대는 여전히 빗물받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지난해 기록적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 일가족이 목숨을 잃는 등 침수에 취약한 저지대인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날 오전 지하철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선 관악구청 환경미화원이 빗자루로 빗물받이에 쌓인 낙엽을 쓸고 있었다. 그는 "구청에서 오늘 아침 빗물받이 먼저 청소하라는 지침이 나왔다"며 "이렇게 한 번 쓸고 나서 청소차 장비로도 쓰레기들을 흡입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청의 관리에도 대로변 일부 빗물받이에는 낙엽과 나뭇가지 잔해, 수십개의 담배꽁초 등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틈에는 퇴적물이 새까맣게 눌러붙어 있어 손으로 직접 떼어내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7일 오전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환경미화원이 빗물받이 주변을 쓸고 있다. 2023.11.07 allpass@newspim.com |
저지대 주택가 일대에는 아예 검은색 발판이 빗물받이를 덮어서 환경미화원 눈에 띄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발판 구멍 사이 사이에는 낙엽과 쓰레기들도 껴있었다.
인근 반지하 주택에 거주 중인 김모(30) 씨는 "악취가 심하다보니 이렇게 덮어버린 곳들이 많다. 청소해도 소용 없다"며 "주변 술집에서 손님들이 우루루 나와 담배 한 번 피고 가면 금방 가득차서 다시 막히고 역류한다"고 말했다.
빗물받이는 침수 피해를 예방하는 핵심 시설로 관리 미비시 역류 현상을 일으키거나 하수도를 오염시킨다. 지난 6일에는 낙엽이 도로 빗물받이를 막아 경기도 고양, 과천, 남양주 등 곳곳에서 침수 피해를 키우기도 했다. 겨울에는 눈 녹은 물이 도로변에 고이게 되면서 빙판길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구청 관계자는 "구청 인력으로 빗물받이 점검이나 청소도 하고, 비 올 땐 상인들에게 미리 덮개를 치워달라고 요청하는데 그때만 치우고 다시 두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올 겨울에는 적설량이 많을 경우 주민들로 구성된 빗물관리자들이 치울 수 있도록 연락하고 기능상 저하가 있을시 상시 운영 중인 기동반이 출동해서 해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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