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의혹' 끝 첫 장편영화 '너와 나'로 복귀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박혜수가 조현철 감독의 첫 장편영화 '너와 나'로 2년 8개월 간의 공백기끝에 복귀했다.
25일 개봉한 영화 '너와 나'는 배우 겸 감독인 조현철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자, 박혜수의 복귀작이다. 그의 첫 독립영화 출연작이기도하다. 담담하게 인터뷰 자리에 나온 박혜수는 앞서 간담회에서 밝혔듯 학교폭력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얘기했다. 길어지는 수사에 지치기도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은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는 그의 표정에서 조금은 단단해진 내면이 느껴졌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너와 나'에 출연한 배우 박혜수 [사진=필름영 / 그린나래미디어] 2023.10.30 jyyang@newspim.com |
"2020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끝나고 대본을 받았어요. 함께 출연했던 조현철 감독님 장편 입봉작이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전 정보를 갖고 읽었는데 정말 제 상상이랑은 다른 흐름의 얘기였죠. 여고생 둘의 이야기고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서 죽음이라든지, 비극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도 위로를 하고 싶었던 감독님의 마음이 섬세하게 느껴졌어요. 작품 자체가 따뜻하고 섬세하게 다가왔죠."
박혜수는 2020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출연한 이후 과거 학교폭력 이슈에 휘말렸다. 당시 조현철 감독은 그런 그를 믿고 이 작품에 캐스팅 제안을 철회하지 않았고, 박혜수는 그 믿음에 보답하고자 했다.
"세미라는 캐릭터도 누군가가 보면 답답해보일 수도 있고 미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 보채는 아이가 저는 처음부터 이해가 갔죠. 저랑 좀 닮아있는 지점이 있어서 표현 정도의 차이지 누구나 다 세미처럼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한테 서운함을 느끼는 서툰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다 표현하는 친구라 미워보이지 않고 사랑스러워 보여서 잘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긴 공백기와 '너와 나' 캐스팅 당시의 어려웠던 마음을 접어두고도, 이 작품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누군가는 세월호 같은 특정 사건이 떠오르게 하는 작품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박혜수는 오히려 2014년 당시 받았던 상처와 죄책감을 덜게 됐다며 작품의 의미를 얘기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너와 나'에 출연한 배우 박혜수 [사진=필름영 / 그린나래미디어] 2023.10.30 jyyang@newspim.com |
"저도 2014년 그 날을 기억하고 있고, 많이 마음 아파했고 감당하기 어려운 죄책감 같은 게 있었어요. 대본을 읽으니 그 시간이 벌써 부끄러울 만큼 흐려져있단 걸 그제야 인지했죠.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온다면 참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았고 영화가 완성되고 개봉하면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게 돼서 위로와 힘이 된다면 좋겠다 했어요. 여고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도 거부감은 없었어요. 읽을 때부터 '세미는 이거 보통 감정이 아니라 찐사랑인데?'라고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죠."
박혜수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여준 조현철 감독에게도 고마움이 클 법했다. '너와 나'를 작업하면서 조 감독은 무려 7년간 써온 대본을 배우들에 맞춰서 일일이 수정하는 작업을 숱하게 거쳤다. 박혜수는 '너와 나 ' 스태프 모두에게 감사했고 책임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은 정말 배우들에게 많이 열어주셨어요. 대사 같은 것도 일주일에 두세번씩 만나면서 사전에 리허설을 정말 많이 했죠. 당황스러울 만큼 디렉션도 없으셨고요. 첫 리딩 보여드리고 어때요 세미는 어떤 애예요? 하니까 '지금 다 좋아요' 하셨는데 나중엔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됐어요. 더 적극적으로 감독님이 역량을 끄집어내는 방식을 쓰신 것 같아요. 처음엔 정말 어렵고 도전이었지만 나중엔 좋은 시너지로 작용했고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세미가 제 의견을 가장 많이 넣은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너와 나'에 출연한 배우 박혜수 [사진=필름영 / 그린나래미디어] 2023.10.30 jyyang@newspim.com |
'너와 나'의 촬영과 작업 자체가 박혜수에겐 여러 모로 정화되는 작업 과정이기도 했다. 어떤 비극적인 사건도 당사자가 아닌 이상 매일같이 생각하며 몰입한 적이 드물게 마련이다. 뻔한 방식이 아닌, 조금 더 넓은 의미에서 사랑과 위로를 이야기하는 작품으로서 참여한 배우로서도 배운 점이 많았다고 했다.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하루 하루가 어떤 결말이 아니라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언젠가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고 거기로 향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쓰신 대사나, 사물 하나에도 다양한 비유와 상징이 들어있지만 꼭 의도를 찾고 파악하지 않아도 일상적인 순간에 우리가 해온 경험에 빗대서 보시면 더 쉽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예요. 애도를 강요하는 영화가 아니고, 세상에 존재하는 아주 큰 사랑을 다 포함한다고 생각해요. 위로와 추모, 더 넓은 모든 사랑을 전하는 영화라서, 모두 그 사랑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