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가면 조사·연구 바탕으로 기획된 전시
닮은듯 다른 한중일 "아시아 컬처 확산 가능성 확인"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한·중·일 가면극의 공통점은 '잘 먹고 잘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거리에서 가면을 쓴 사람들의 신명나는 춤 한 판이 벌어진다. 말뚝이 대 양반, 취발이 대 노장, 할미 대 영감의 대결 구조로 극을 이끌어가다가 결국 화해하고 다 같이 춤을 추며 끝나는 한국의 탈놀이, 역사 속 영웅과 이웃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연희하는 중국의 나희, 신화와 민간 신앙 속의 여러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는 일본의 가구라까지. 삼국의 가면극을 꿰뚫어보는 전시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북청사자놀음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3.10.25 89hklee@newspim.com |
국립민속박물관은 내년 3월3일까지 기획전시실1에서 특별전 'MASK-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을 진행중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탈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의미를 톺아보고 국립민속박물관이 2년간 진행한 아시아의 가면 조사·연구가 응축된 결과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같은 날 발간할 '한국·일본·중국의 가면과 가면극' 학술총서를 바탕으로 준비됐다.
고려시대 하회별신굿탈놀이와 1930년대 북청사자놀이 탈 등을 한데 모아 한국 가면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또한 중국 나희儺戲)의 가면을 전시하고, 일본 가구라(神楽) 가면도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닮은 듯 다른 한국과 중국, 일본의 가면과 가면극의 차이를 비롯해 공통점을 찾는데 중점을 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세다이가구라(일본)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3.10.25 89hklee@newspim.com |
이번 전시를 준비한 오아란 학예연구사는 "제목 '가면의 일상, 가면극의 이상'처럼 우리는 항상 가면을 쓰고 있다"며 "할로윈과 같은 문화적 행사에서도 쓰지만 SNS 상에서 보이지 않는 가면도 쓰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옛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가면극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중·일의 공통점을 찾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가면극에는 집단의 의식과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다. 가면극이 이루어지는 놀이판에서는 문화에 따라 각자 독특한 세계관이 펼쳐진다. 한국 가면극 놀이판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열린 세계이고, 중국 가면극의 놀이판은 영웅의 레드카펫이며, 일본 가면극의 놀이판은 신을 위한 신전이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가면을 쓰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본질적인 바람은 비슷하다.
오 연구사는 "형식은 다르지만 삼국 모두 가면극을 통해 '잘 먹고 잘 사고자 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컬처를 넘어 아시아 컬처 확산의 가능성, 문화적 배경을 이번 전시에서 다루고 있다"고 거듭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삼국 사자 가면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3.10.25 89hklee@newspim.com |
이번 전시 중 흥미로운 유물은 삼국의 사자 가면이다. 멀고 먼 사막을 건너 삼국에 온 사자가 벽사의 왕이 된 이야기 등 삼국의 개성이 묻어나는 가면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킬 예정이다.
오 연구사는 "삼국 사자 가면이 조금씩 다르게 생겼지만, 공통점은 사람들에게 복을 주고 액을 쫓아주는 역할을 하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말미에는 한이 담긴 여인의 얼굴, 웃음기 가득한 익살꾼의 얼굴,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까지 위용을 떨친 옛 한국인의 얼굴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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