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승진·인력배치 과정서 현장 경험 저평가 지적
경무관 이상 지휘부 20명 중 14명 승선 경험 미비
윤재갑 "낚싯배 선장도 2년 이상 승선 경력 필요한데"
"해양사고 초동조치 등 치안 공백 우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해양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해양경찰 지도부 중 상당수가 함정 승선 경험이 부족한가 하면 채용·승진·인력배치 과정에서 현장 경험의 중요성이 저평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들에게 초임 시절부터 해양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경무관급 이상 지휘부 20명 중 11명은 승선 경력이 2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선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도 3명이나 됐다.
문제는 해경이 지난 10년간 행정업무 및 수사·법률전문가 수요 증가를 이유로 행정고시·로스쿨 출신을 특별채용하면서 현장 전문성이 더욱 떨어졌다는 점이다.
해경이 제출한 특별채용자 담당 직무 및 승선 경험 현황을 보면 특별채용 인원 15명 중 로스쿨 출신 11명은 전원 승선 경험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행정고시 등으로 채용한 나머지 4명도 승선 경험이 1년 내외에 불과했다.
문제는 경무관 이상으로 진급하기 위해 함정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서 특별채용으로 임용된 인원들은 경비함을 타지 않고 주로 정책이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만 거치며 고속 승진을 한다는 점이다.
해경의 해양 경험이 낚시어선의 선장보다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 시행령 제16조를 보면 낚시어선의 선장이 되려면 '선박직원법'에 따라 소형선박 조종사 면허나 그 상위 등급의 해기사 면허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따라 승무 경력이 2년 이상이거나 120일 이상의 선박 출입항 기록을 보유해야만 한다.
윤 의원은 "낚싯배 선장이 되기 위해서도 2년 이상의 승선 경력이 요구되는데 경무관급 이상 해경 간부들은 이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뿐만 아니라 해경은 함정 요원 응시 자격요건에서도 승선 경력 요건을 추가했다가 시행을 앞두고 삭제했다. 2022년 해양경찰 채용시험 공지는 올해부터 해기사 분야 지원 자격을 기존 5급 해기사 면허 이상에 승선 경력 1년을 추가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행 예정이던 승선 경력 1년 요건을 삭제하겠다고 공지했다. 해경은 변경 사유로 승선 경력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승선 경력 요건 부여는 장기과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해경 내에서 함정 경험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해경이 제출한 '해양 경찰 승진 심사기준'을 보면 본청 근무자는 '근무 월수 X 0.4점'의 가산점을 받지만 함정 및 상황실 근무자는 0.3점에 불과하다. 사실상 현장 인력이 사무실 근무자보다 불이익을 받는 셈이다.
이처럼 함정 경험을 간과하는 경향은 인력배치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해경은 그동안 치안 업무를 보조해온 의경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소형 항·포구의 치안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지방 관서를 중심으로 총 2834명을 증원했다.
그러나 해경이 매년 현장 조직 위주로 정원을 확대해 왔지만 실제로는 증원 인력의 상당 부분을 파출소, 함정 등 현업부서가 아닌 비현업부서인 본청에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해경 본청 정원은 586명인데 현원 613명으로 27명(4.6%)이 초과 배치됐다. 이에 반해 파출소는 정원(2662명) 대비 현원(2571명)이 91명 부족하고 함정은 정원(4221명) 대비 현원(3928명)이 293명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해경은 감사원으로부터 인력 운영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올해 기준 감사 자료를 보면 감사원은 "본청에 정원을 초과해 현원 배치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증원된 인력을 목적에 맞게 현장 조직에 우선 배치하도록 하는 등 인력 운영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적었다.
윤 의원은 "해양사고 초동 조치, 해양 경비, 범죄 예방 등 치안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해양경찰은 채용, 승진, 인력배치 과정에서 임무 특성상 해양 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함에도 이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