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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차이나] <4> '곡우부터 하지까지' 영화로 본 중국 <下>

기사입력 : 2023년10월11일 17:49

최종수정 : 2023년10월11일 17:49

<上에서 이어짐>

한국에서는 모든 영화가 수요일에 개봉하고, 중국에서는 금요일에 개봉한다. 매주 금요일 영화관에 가면 새로 걸린 라인업을 볼 수 있다.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까지 중영본색의 소재가 될 영화들을 관람했다. 하루에 두세 편씩 보는 날이면 큰 쇼핑몰에 있는 영화관에 가서 조조영화를 보고 밥 먹고 카페에서 방금 본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고 상가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영화관으로 돌아가 다음 영화를 봤다.

중국은 추리물, 스릴러물을 잘 만드는데 한번 보면 이해가 안 돼서 아침저녁으로 똑같은 영화를 다시 보기도 했다. 사투리가 심한 영화는 자막만 보다가 중요한 장면을 놓치기 일쑤라 역시 다시 봐야 했다. 마감까지 여유가 있을 때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거나 바이두를 검색해서 영화에 대한 이해를 보충할 수 있었지만, 개봉하고 하루이틀 만에 중영본색을 마감해야 할 때는 혼자 힘으로 알아봐야 하니 영화를 여러 번 볼 수밖에 없었다.

주말 사이에만 대여섯 편을 보는 일도 허다했다. 다행히 중국은 영화 티켓 가격이 한국의 절반 수준이라 부담이 덜했다. 술 마시고 놀러 다닐 시간과 돈을 몽땅 영화에 쏟아부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여느 시절의 유학생들처럼 여기저기 여행 다니며 중국을 직접 경험하고 배울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컴컴한 극장 안 빛나는 스크린을 보며 중국을 배웠다. 운이 좋았다. 내가 중영본색을 쓰던 해는 전례 없는 중국 로컬 영화의 전성기였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영화시장이 얼어붙었던 2021년 중국은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국경은 걸어 잠그고 국내 영화관 문을 활짝 열었다. 헐리우드 영화가 없는 중국 영화관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중국 로컬 영화를 상영했다. 연간 중국 박스오피스의 TOP10을 헐리우드 영화가 차지했던 예년과 다르게 2021년 중국 박스오피스는 모두 로컬 영화가 장악했다.

코로나 기간 '찰리우드' 굴기 가속

영화는 사회와 문화를 반영한다. 중국 사람들이 만들고 중국 정부가 검열해서 영화관에 걸어놓는 중국 영화는 중국 그 자체이다. 나는 '현애지상'에서 하얼빈의 추위를, '연야소년적천공'으로 하이난의 야자수를, '고동국 중국'으로 중국 골동품 시장을, '대니거견아마'로 농촌지역의 고부갈등을, '기적'으로 선전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드넓은 국토, 수많은 소수 민족과 문화는 중국영화의 다채로운 소재가 되었고, 영화의 배경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성격의 영화가 되었다.

특히 나의 얄팍한 중국어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지역 사투리는 아주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 영화를 끝도 없이 보다 보면 간혹 한 두마디 지방 사투리를 배우게도 됐다. 중국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영화에서 본 그들의 고향 얘기를 하고, 지역 사투리를 아는체 하면 그들은 엄청난 흥미와 호감을 나타냈고 나도 모르게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백문이불여일견' 만 못할지 모르지만 나는 넓은 현장을 다 돌아다니지 못하는 부족함을 이렇게 스크린의 '견(见)'으로 보충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필자 이조은이 중국 베이징대학 예술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베이징대 명물인 보야탑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0.11 chk@newspim.com

한국인들이 중국영화라면 스테레오타입으로 떠올리는 정치영화들도 많았다. 춘절과 국경절 등 긴 연휴로 관객들이 극장에 몰리는 시기에 개봉하는 주선율 영화는 과연 인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겠다는 목적에 걸맞았다. 주선율 대표 영화인 '나와 나의 조국', '유랑지구', '봉폭', '장진호', '중국의사' 등은 국가를 위한 소시민의 노력과 희생, 그로 인해 안전함을 보장받고 발전하는 중국을 주제로 인민들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정치영화야말로 최고의 영화'라고 여겨 막대한 자본을 들이는 중국의 정치영화는 화려한 라인업과 스케일을 자랑하며 나름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물론 뻔한 결말에 식상할때도 많다. '위대한 공산당'과 '훌륭한 인민'이 판에 박힌 줄거리이고 이렇다 할 빌런이 없어 스토리가 밋밋하다. 외국인 관객으로서는 영화속의 '주적'인 악덕한 서구열강에 함께 분개해하거나 울분을 토할수 없는 노릇이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되는 소시민의 다양한 직업군과 인간 군상에 신기해하며 인물들의 감정선을 얼추 따라갔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인물이 몇 분쯤 무슨 대사를 치며 죽을지 맞추는 경지에 이르렀다. 

더욱이 2021년은 중국 공산당 건당 100주년으로 여름 내내 유수한 감독들의 '공산당 헌정 영화'가 개봉했다. 공산당 헌정 영화는 더욱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혁명정신과 영웅주의를 이야기하는데, 인민이 아닌 특정 영웅을 주인공으로 하기 때문에 위인전과 다를 바 없었다. 역사에 젬병이라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도 더듬거리며 부르는 나에게 중국 위인은 너무나도 먼 얘기였다.

이런 영화에서 위인은 대부분 잘생긴 배우들이 연기하는데, 그 점은 싫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임금 하면 최수종 배우의 얼굴을 떠올리듯 나는 중국 위인하면 황헌과 주아문 배우를 떠올린다. 모두는 이해할수 없었지만 주선율 영화와 홍색 영화를 대하는 중국 친구들의 애국심과 공산당을 향한 무한한 지지의 배경을 짐작이나마 할 수 있었다. 베이징대학교의 외국인학생 필수 교양수업 '중국개황'에서의 교수님 말씀과 교재의 텍스트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지만, 얼굴이 익숙한 배우들의 눈물과 땀은 내 친구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처음 만난 중국 친구들에게 꼭 받는 질문이 있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유명하잖아, 왜 굳이 중국에 영화 공부를 하러 온 거야". 내가 중국에 있을 때 한국 콘텐츠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윤여정 배우가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BTS는 대한민국 가요계 역사를 바꿨다. K콘텐츠의 위상이 하늘을 찌르던 때, 나는 관객 없는 중국 영화관에서 중국인들도 안 보는 온갖 로컬 영화를 매일같이 관람했다. 자국민도 안 보는 영화를 보고서는 어설픈 중국어로 영화내용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보는 내가 중국친구들의 눈에는 희한하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3년 7월 당나라 시인 이백(이태백)의 고사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장안 삼만리'가 개봉돼 중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시선으로 통하는 주인공 이백은 영화속에서 호방하고 패기만만한 모습으로 주옥같은 시 장진주와 조발백제성(早发白帝城) 등을 낭송한다.  [사진=바이두]. 2023.10.11 chk@newspim.com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보물 찾기를 하고 있었다. 연재를 위해 극장 성수기 비성수기 가리지 않고 영화관에 걸리는 거의 모든 개봉작을 보면서 좋은 영화들을 정말 많이 찾아냈다. 극장 성수기에는 유명한 감독들의 번지르르하고 뻔한 영화들이 걸렸지만, 비성수기에는 젊은 감독들의 패기만만한 영화가 올랐다.

미국과 유럽에서 유학한 8090의 젊은 감독들은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으면서도 시대통찰을 담아 개성 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중국의 남아선호사상을 그린 '내가 날 부를 때', 살인범을 잡기 위해 살인사건을 재현하는 '양명입만', Z세대의 청춘물 '성하미래', 남부 도시 남고생들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도전기 '물에 빠진 다섯 소년', 상해 중년 돌싱들의 러브스토리 '애정신화'를 봤을 때는 젊은 감독들의 바짝 선 날에 손가락이라도 베인 듯 호들갑을 떨었다.

특히 중국 무용 사자춤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웅사소년'을 봤을 때는 중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에 깜짝 놀라 중영본색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입이 마르고 닳도록 홍보하여 친구들이 모두 극장에 가서 보게 만들었다. 이렇게 좋은 영화들을 휑한 극장에서 본 날에는 금광을 나 혼자 찾아낸 것 같은 기쁨에 들떴다. 중국영화 공부하기를 잘했다고, 내 전공의 미래가 밝다며 뿌듯해했다. 

신나는 보물찾기, '중국영화 사냥'

보물 찾기는 성공적이었다. 내가 찾던 건 중국영화였는데, 좋은 사람들과 기회가 고구마처럼 줄줄이 따라왔다. 매일같이 중국영화를 보며 첫 학기에 중국인 동기들 말을 이해하지 못해 주눅 들던 서러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이 붙었다. 스크린 위로 빠르게 지나가는 자막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빨리 읽기 훈련을 한 덕에 글은 중국인 친구들만큼이나 빨리 읽어냈다.

베이징 바깥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볼 때마다 그 지역 출신 동기들에게 영화 배경에 대해 캐물으며 친구가 되었다. 넉살도 좋아졌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때를 지나 "혹시 그 영화 보셨어요?"를 시작으로 금세 사람들과 친해졌다. 중국영화는 중영본색 글 소재뿐만 아니라 내 일상 대화의 소재가 되어주었다.

석박사 학생들은 연령대가 다양하여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었는데, 대중문화인 영화는 언제나 그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했다. 우습게 유명세도 얻었다. 중영본색이 여기저기로 공유되면서 글을 핑계로 인사한 사람이 많은 덕에 연구생 학생회장이 될 수 있었다. 다른 학교와 모임을 했을 때는 내 자기소개를 유심히 듣던 사람이 혹시 누런 배경에 영화 소개글 쓰는 사람이냐며 반가워했다.

 중영본색 연재를 지켜보던 친구의 소개로 인터뷰도 하고 방송도 출연했다. 지금의 직장도 중영본색 덕에 얻었다. 모든 인문대 학생들이 그렇듯,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기가 어려운데 나는 '중국'과 '영화'를 모두 살려 지금의 직장에 들어왔다. 면접에서 인사팀 담당자가 내 중영본색 글을 봤다며 성실함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여전히 잊을만하면 중영본색 이야기를 하며 중국영화에 대해 물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중영본색은 내게 바닥을 보이지 않는 보물상자가 된 셈이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필자 이조은의 중국 영화 이야기 중영본색이 2021년 4월 20일, 농사철이 시작된다는 24절기의 곡우에 첫선을 보였다. 2023.10.11 chk@newspim.com

 

중영본색의 시작은 나 혼자였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1년 연재를 해낼 수 있었다. 영화의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관련 기사들을 보내주고 이해할 때까지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 설명해 준 중국 친구가 있었다. 말장난이 많은 영화를 보며 중국 관객들 사이에서 나만 한 번도 못 웃었다고 칭얼대자 영화관에 따라와 한마디 한마디 무슨 뜻인지 설명해준 친구도 있었다.

개봉관이 많지 않아 못 보고 넘어갈 뻔한 영화를 지금 꼭 봐야 한다며 등 떠밀어주기도 했다. 공들여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참여자가 수백 명인 방에 내 글을 공유해 주신 어른이 계셨다. 학교 근처 영화관은 기숙사 뒷문으로 가야 빨랐는데, 주말 아침마다 조조영화 보러가는 나를 위해 개방시간 전에 문을 슬쩍 열어준 경비 아저씨도 있었다.

중영본색 덕분에 중국 생활 10년간 안 가던 영화관을 가봤다는 분들이 있었고, 영화관에 가기 전에 내 글을 꼭 읽고 간다는 고마운 구독자도 있었다. 중영본색 초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읽어주던 친구가 있었는데, 중국 기사와 리뷰만 찾아보고 글을 쓰자 문체가 인민일보 같아졌다며 매번 빨간펜 들고 고쳐주었다. 그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한국 돌아오는 길에 국정원부터 들렀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중영본색을 연재하는 동안 아는 사람부터 모르는 사람까지, 국적과 나이와 성별을 가로질러 내가 기억하는 한 유아기 이래 가장 많은 주변의 애정과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절기마다 '중영본색' 뉴스레터 이메일을 열어준 구독자들의 도움이 컸다. 누가 내 글을 기다려주고 읽어줄 것이라는 생각에 힘을 내며 2021년 곡우부터 2022년 하지까지 꼬박 일년을 연재할 수 있었다.

절기가 바뀌는 날마다 아침 6시,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수정한 중영본색 원고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발송하던 때가 생생하다. 매번 언제 채우나 막막해하던 빈 원고지를 가득 채운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마지막 단락에는 꼭 날씨 이야기를 담은 안부인사를 덧붙여 내보냈다. 한국에 돌아오고 직장생활이 바빠지면서, 또 중국 영화를 예전만큼 못 본다는 핑계로 중영본색을 쓰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절기가 바뀔 때마다 중영본색을 떠올린다.

지금은 처서를 앞두고 글을 쓰고 있다. 오래간만에 날씨 인사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처서는 가을의 두 번째 절기로, 더위가 가셔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고 모기의 입이 비뚤어지는 때입니다. 따끔거리는 여름 햇살과 작별인사하시고 창문을 열어 시원한 공기를 맞아보세요. 이른 저녁부터 걷기 좋은 때이니 좋은 분과 함께 밤산책도 나서 보시기 바랍니다. 중영본색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쓴이 = 이조은 CJ 4DPLEX 콘텐츠사업팀

▶이조은은...

중문과를 나왔지만 중국어도 잘 못했고 중국영화는 더더욱 잘 몰랐다. 대학 졸업 한참뒤 이조은은 중국 영화를 인생 진로로 정했다. 이조은은 만화가족 넙치 PD로 일하던 도중 2017년 여름 베이징으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그녀는 이때 처음 현지 상영관에서 중영을 관람했고, 그 이후로 점점 중국영화에 빠져든다. 영화 때문에 끼니를 넘기고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2020년 코로나로 국경이 막히면서 중국은 국산 영화 전성기를 맞았고, 그것은 중국 영화를 공부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자신도 모르게 내공이 쌓여갔다. 2021년 30일간의 코로나 격리기간에 시작한 중국 영화평론 '중영본색' 은 이조은을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중영본색은 중국 영화로 통하는 큰 길이 됐고 중영이 궁금한 사람은 그녀에게 물었다. 2022년 이조은은 베이징대학 예술대학원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이듬해 CJ 4DPLEX 콘텐츠사업팀에 합류했다. 이조은은 영화가 사회 현실의 반영이며 문화의 응축물이라고 말한다. 중국 영화는 공산당의 지향과 국가 번영, 사회변화상을 구술하고, 농후한 중국의 인문과 서정, 인민들의 삶의 애환을 담아낸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중국을 공부하는데 아주 훌륭한 교과서인 셈이다. 중국과 중국영화, 중국콘텐츠 전문가를 꿈꾸는 이조은의 '영화 백문이불여일견' 중국 기행은 간단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조은의 중국영화 이야기 <중영본색> https://page.stibee.com/archives/112608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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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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