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요한 기자 = 기업 인수합병(M&A)이 막판에 불발되면서 고점에서 주가가 '세토막' 난 기업이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 전문기업 더미동(THE MIDONG)이다. 앞서 더미동은 최대주주 변경과 신사업 추진 등의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인수 막판 인수자의 대금납입 미이행으로 경영권 인수 실패와 함께 예기치 못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주저앉았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4일 에이치엘외 5인은 기존 최대주주인 상해유펑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주식 259만주를 1600원에 인수했다. 양수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에이치엘(120만주), 제트에스지개발(50만주), 홍서윤(25만주), 김문자(30만주), 국희주(29만주), 에스앤에프홀딩스(5만주) 등이다. 지난 6월 12일 GENTLE MASTER LIMITED는 에이치엘을 상대로 39억4000만원를 차입하고 상해유펑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더미동의 주식 259만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8월 4일 잔금 지급과 동시에 양도담보권이 해제되면서 에이치엘 외 5인은 더미동 주식 259만주를 확보했다.
더미동 주가 추이.[자료=네이버증권] |
하지만 같은날 에이치엘은 VITA&DEVELOPMENT CO., LIMITED를 상대로 100만주를 주당 6000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다. 결국 에이치엘이 더미동 임시주주총회에서 상정한 ▲정관 변경 ▲이사 선임 ▲감사 선임 등 모든 안건은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다.
에이치엘이 더미동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가운데 저가에 주식을 확보한 몇몇 에이치엘 우호주주들은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이번 주가 폭락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들이 매입한 주식의 단가는 1600원이지만, 주가는 2000원대 후반에 형성돼 있어 매매시 상당한 시세차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치엘은 8월 4일 양수인 중 우호 주주가 아니었던 것으로 나중에 확인된 두 사람에게 대위변제 계약에 따라, 주식 59만주를 계좌 이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체 당일 주가는 2850원이었지만 7일 주식 시장 개장과 함께 이 물량이 전부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8월 8일 교보증권 창구에서 에이치엘로부터 계좌이체를 통해 주식을 받게 된 제트에스지개발 외 또다른 2인의 주식 총 80만주가 오전부터 시장에 매도되면서 주가가 또다시 폭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더 미동 로고. [사진=더 미동] |
주가가 폭락세를 나타나자 양수대금의 일부를 차입했던 에이치엘 측은 담보부족 사태로 인한 반대매매를 막고자 손절매성 물량을 시장에 던지면서 더미동의 주가 폭락은 도미노처럼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여파에 8월 8일 더미동의 주가는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면서 1397원에 장을 마감했다. 사흘 만에 주가는 60% 가까이 폭락했다.
더미동 관계자는 "주가 폭락 시기에 현 최대주주인 MAX STEP 등 홍콩 주주들은 단 한주도 매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주가 폭락의 주요인이 에이치엘과 관련된 공동 투자자들의 대량 주식매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중단된 경영권 매각을 다시 추진하고 있으며, 빠른 회사 매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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