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후 예식장 21% 감소…혼인 건수 전년 대비 18.9% 증가
헬퍼 간식부터 현금 요구까지…신혼 부부 불만 폭증
전문가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 줄 수 있어…소비자 보호해야"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엔데믹 후 결혼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지만 예식장의 갑질 횡포 등으로 예비 신혼부부들이 울상이다. 코로나 여파로 상당수 예식장이 폐업하면서 예식장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부 예식장은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을 상대로 예식비 뿐만 아니라 과도한 부대비용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최근 신혼 부부들에게 큰 과제 중 하나는 '예식 컨설팅 업체 선정'이다. 코로나19 동안 폐업으로 감소한 예식장 업체들에 결혼식 수요가 몰리며 예식 컨설팅 업체를 끼지 않으면 예식장 예약과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 예식 준비) 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비 신부 최모(34) 씨는 취재진에게 "막상 결혼하려고 알아보니 전문업체 없이는 상담 예약조차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토로했다.
◆전국 예식장, 코로나 이전 대비 21% 감소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4월 전국 933개에 달했던 예식장 수는 올해 4월 736개로 약 21% 감소했다. 반면 올해 1분기 혼인 건수는 5만 3964건을 달성해 전년 동기에 비해 18.9% 증가했고 2020년 1분기(5만 8280건) 이후 3년 만에 5만 건 이상을 회복했다.
플래너를 정하더라도 추후 예식장과 혼수 등의 예약은 어려운 실정이다. 내년 2월 예식을 앞둔 예비 신부 A씨는 "플래너와 미팅을 잡고 6개월 후쯤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했더니 '지금부터 당장 예식장 상담을 다니지 않으면 어렵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후 예식장 예약 상담받으러 갔더니 왜 인제야 왔냐고 몇 번 혼나기까지 했다"며 "업체 측에서 황금 시간대 기준, 예식장 스케줄이 이미 내년 5, 6월까지 꽉 차 있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해당 업체들이 신혼부부에게 계산서에 포함돼 있지 않은 '팁'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등 '갑질'도 포착됐다. 업체들이 서비스 비용 외에도 드레스를 입어보는 피팅비, 예식 진행 때 신랑 신부의 옷매무새를 고쳐주며 진행을 돕는 헬퍼비 등을 따로 요구하는 사례가 흔하다.
A씨가 취재진에게 보여준 업체 공지 문자에는 "간식 챙기실 때 헬퍼 이모님 1명, 촬영작가 1명 총 2명분은 따로 챙기셔서 드리면 된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A씨는 "스튜디오 비용으로 거의 100만원 정도를 지불했는데 이런 것까지 내가 왜 챙겨야 하느냐"며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업계 관행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웨딩 업체에서 신혼부부에게 요구한 서비스 이용금 외에도 예식 준비 과정에서 스태프들에게 피팅비라는 명목으로 추가적인 금액을 줘야 하냐"는 질문에 "현금을 당당히 요구하는 곳도 있다", "촬영 때 스태프들에게 헬퍼비도 따로 줘야 하더라" 등의 반응이 뒤따르며 해당 업체들이 예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갑질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면서도 이를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A씨는 전했다. 그는 "일부 예신(예비 신부)들이 헬퍼 이모님들에게 과도한 뇌물을 바치는데, 그 경우 확실히 메이크업이나 드레스 상태 등에서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된다더라"며 "화가 나지만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관행에라도 맞춰야지 어쩌겠느냐"고 했다.
소백산 제2연화봉서 열린 결혼식.[사진 = 소백산북부사무소] |
◆'갑질'에 울고 '사기' 범죄에 한번 더 운다
'갑질'에 우는 예비 신혼부부들을 한 번 더 울리는 '사기' 범죄도 문제다. 최근 강남에 위치한 예식 컨설팅 업체 대표가 사기 혐의로 경찰에 수사받으며 신혼부부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줬다.
전국에 2000여개의 제휴업체를 보유한 해당 컨설팅 업체는 예비부부에게 전문 업체를 알선하고 서비스 대금을 받은 뒤 이를 중간에서 가로채 소위 '먹튀'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500여명으로 추산되며 많으며 300만원이 넘는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 피해자는 취재진에게 "결혼식이 보름가량 남은 상황에서 웨딩 플래너에게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급한 마음에 본식 신부 드레스와 본식 신랑·신부 헤어 메이크업을 이중 결제 해야 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컨설팅 업체의 지명도와 업체 영향력으로 인해 불안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컨설팅 업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피해자는 "웨딩 플래너 지인 말을 들어보니 해당 업체는 적자인 상태로 영업을 몇 년째 지속했다고 하더라. 그 와중에도 계속 박람회에서 커플들을 영입했다"라며 "문제는 이런 사실을 결혼을 준비하는 일반 시민들이 알 수 없고 서울 강남권에서 하는 웨딩 박람회만 믿고 계약하게 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이런 전문 업체의 횡포가 결혼 문화에 대한 사회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결혼은 많게는 수천만 원이 드는 등 부담이 심한 소비다. 이런 상황이 만연할 경우 소비자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며 결혼 문화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결혼 업계 특성상 소비자들이 서비스 구매 경험이 적기 때문에 갑질, 사기 같은 사건에 취약하다"라며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공공 차원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