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뉴스핌] 조용준 기자 = 부산과 일본 대마도(對馬島, 쓰시마)를 잇는 여객 배편이 5월 5일부터 매일 운항된다. 코로나 19로 인해 운항이 전면 금지됐던 부산-대마도 뱃길은 지난 2월 25일 34개월만에 운항이 재개됐으나 금·토·일 주말 운항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5월 5일부터 쓰시마링크호(팬스타그룹)와 나니호(스타라인) 운항이 매일 이루어짐에 따라 대마도 관광에 탄력이 붙을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던 지난 4월 29일 부산항터미널. 이날은 일본이 'Visit Japan' 사전 작성 및 승인 제도를 전면 생략하기로 한 첫날이기도 했다. 모든 일본 관광객은 입국 전 'Visit Japan'을 작성해 입국 승인을 받아햐 했지만, 이날부터는 그 절차가 전면 생략됐다. 오전 10시 40분 정시에 부산항을 출발한 쓰씨마링크호는 정오 무렵 대마도 북동쪽 관문 히타카츠(比田勝)항에 도착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대마도 히타카츠 항에 도착한 쓰시마링크호 [조용준 사진] 2023.05.01 digibobos@newspim.com |
부산에서 대마도 사이 직선 거리는 50km, 북동쪽의 히타카츠항까지 날씨가 좋을 때는 쾌속선으로 1시간 10여분 걸린다. 그러나 이날은 비가 내리고 풍랑이 심해 30여분이 더 걸렸다.
대마도는 행정구역 상으로 나가사키(長崎) 현에 속한다. 대마도와 나가사키를 잇는 패편도 항공편도 전혀 없지만 일본 정부는 대마도를 이상하게 나가사키 현에 편입시켜 놓았다. 그러나 대마도와 후쿠오카(福岡)는 배편으로도, 국내선 항공기로도 이어진다. 남쪽 관문 이즈하라(厳原)항과 후쿠오카 하카다(博多) 사이는 쾌속선으로 2시간 15분이 걸린다.
이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대마도와 부산은 후쿠오카와 대마도 거리보다 엄청 가깝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대마도 히타카츠 항 전경 [조용준 사진] 2023.05.01 digibobos@newspim.com |
비오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9일 쓰시마링크호 선내는 휴일을 맞아 대마도 여행을 즐기려는 관광객으로 200석이 거의 들어찼다. 날씨가 좋지 않은 탓인지 낚시꾼들은 드물었고, 주로 가족여행객이나 단체여행객이었다.
대마도 여행객은 크게 3분류로 나뉜다. 첫째는 낚시여행객들이다. 대마도는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어종이 풍부해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낚시 초보자들도 손쉽게 '손 맛'을 느낄 수 있고, 우리나라 인근해서는 잡기 힘든 다금바리, 돌돔, 긴꼬리뱅어돔 등 고급 어종도 낚을 수 있는 빈도가 훨씬 높다. 특히 잡은 고기를 국내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더욱 좋다. 이 때문에 낚시관광객들은 커다란 냉장박스를 함께 들고 간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대마도는 돌돔 등 고급어종의 낚시에 매우 용이한 천혜의 장소다. [사진=고광용] 2023.05.01 digibobos@newspim.com |
여행객의 둘째는 면세 쇼핑이 주목적인 젊은 세대다. 이들은 아침 배로 들어와 국내에서 미리 쇼핑한 면세품을 인도받고, 일본 과자와 맥주 등만 사고는 곧장 오후 배로 귀국하거나, 1박2일의 짦은 여행만 하고 떠난다.
그러나 대마도 여행의 참맛은 낚시도, 쇼핑도 아니다. 대마도 여행의 진수는 대마도 자연 그 자체다. 상당수 중장년층이 오염되지 않은 대마도의 자연을 즐기기 위해 대마도를 찾는다.
이번 대마도 여행이 17번째라는 김수종 여행작가(56)는 "많이 여행을 다녔지만, 힐링하기에 대마도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청정무구의 바다는 정말 매력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마도는 볼 것이 없다, 이틀이면 대마도 여행 끝난다'라고 얘기하는데 정말 대마도를 모르고 하는 소리들이다. 런던 빅벤 주변만 보고 런던을 다 안다고 하는 것과 같다. 17번이나 대마도를 왔는데도 여전히 볼 곳이 남았고, 모르는 곳이 있다. 그만큼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곳이 대마도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상당수 사람들이 대마도 여행을 오해하는 이유가 있다. 대마도는 크기가 거제도보다 크고, 제주도의 절반 쯤이지만 해안선은 거제나 제주도와 전혀 다르다. 대마도의 두배 쯤인 제주 해안선 길이가 419.95km인데 반해, 대마도는 915km나 된다. 크기는 절반 쯤 작아도 해안선 길이는 두배 쯤 길다. 그 이유는 해안이 대부분 매우 복잡하게 이리저리 움푹 들어간 리아시스식 해안이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대마도는 전형적인 리아시스식 해안선으로 해안선이 엄청 복잡하고 길다 [조용준 사진] 2023.05.01 digibobos@newspim.com |
따라서 여행에 적합한 대형버스가 다닐 수 있는 도로는 매우 제한적이다. 대마도는 리아시스식 해안을 따라 좁은 도로들이 아주 복잡하게 이어진다. 일직선 도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리 꾸불 저리 꾸불 요동치는 소형 도로가 대부분이라 대형버스가 들어가지 못한다. 따라서 대형버스를 이용한 패키지 여행객들이 아주 제한적인 장소만 가보고는 '대마도는 볼 게 없다'고 단정짓은 우를 범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마도 여행의 진수는 대형버스들이 닿지 못하는 장소들에 있다. 대마도 전체를 뒤덮은 울창한 삼림 깊은 곳, 도보로 가야 닿을 수 있는 곳에 '대마도의 숨결'이 수줍게 숨어 있다. 그러니 주마간산으로 휙휙 지나치는 관광객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여행의 가장 큰 테마는 바로 힐링, 웰니스 관광이다. 도심과 노동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지친 육신에 휴식을 통한 활력의 재충전을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여행의 트렌드가 됐다.
바로 그런 점에서 대마도보다 제격인 곳도 드물다. 팬데믹 이전 2018년의 경우 대마도를 찾은 여행객이 41만명에 달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았지만, 그들이 찾은 장소 대부분이 패키지 여행의 제약에 묶여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대마도의 정수'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 더구나 팬데믹으로 지난 3년간 대마도 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인 여행객의 발자취가 끊겨 있었기 때문에 생태계는 훨씬 더 온전하게 보존돼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대마도는 섬 전체가 삼나무 등이 울창한 힐링의 섬이다 [조용준 사진] 2023.05.01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대마도 백사장 해수욕장 두 곳중 하나인 미우다(三宇田) 해변 [조용준 사진] 2023.05.01 digibobos@newspim.com |
대마도는 섬 전체가 빽빽한 나무들로 덮여 있다. 삼나무, 편백나무, 동백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특히 위로 쭉쭉 뻗은 삼나무가 많다. 이로 인해 '대마도 나무 다 팔면 일본이 2년 동안 살 수 있다'는 우스개 말이 나올 정도다.
그 숲속에 들어가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가 연상되는 천연림과 이끼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폐가 다 씻긴다는 느낌을 주는 청정한 공기와 숲의 신선한 내음과 적막... 바로 이것이야말로 힐링을 주는 대마도의 경쟁력이다.
◆ 한국인 민박집 주인, 대마도 둘레길 만들었다
대마도 힐링 여행, 웰니스 관광의 선두주자는 한국인으로 민박집 '토키세키(아기토끼, 1박 조식 포함 1인 5천엔)'를 운영하고 있는 고광용(61) 사장이다. 고광용 사장이 대마도 히타카츠 항 인근에 식당과 민박집 '토키세키'를 연 것은 6년 전인 2017년이다. 국내에서 여행업에 종사했던 고사장은 우연히 대마도를 찾았다가 대마도의 자연에 반해 아예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히타카츠 항을 배경으로 선 고광용-윤일선 부부 [사진= 사진작가 이해열] 2023.05.01 digibobos@newspim.com |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히타카츠 항 터미널 근처 한국인 민박집 & 식당 '토키세키' [조용준 사진] 2023.05.01 digibobos@newspim.com |
지난 3년 동안의 팬데믹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맞았지만, 그 이전부터 고사장은 대마도를 웰니스 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울창한 삼나무 숲속에 마련한 공연장이다. 지난 2018년에 처음으로 이 곳에서 공연을 열었고, 올해 3월 19일 일곱번째 공연을 가졌다.
특히 이날은 고광용-윤일선 부부의 결혼 35주년 기념일이었는데, 대마도 주민 120여 명이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특히 이날에는 한복과 기모노를 입은 두 참가자가 시낭송을 하며 공연을 이끌어 한일협력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지난 3월 대마도 삼나무 숲속의 공연 [사진=고광용] 2023.05.01 digibobos@newspim.com |
고사장이 처음 이곳에 공연장을 조성할 때만해도 이웃 주민들은 '미친 짓한다"며 비웃었으나, 이제는 고사장의 진심을 이해하고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고사장은 앞으로 매달 공연을 추진, 삼나무 숲 공연장을 진정한 힐링의 센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의미 깊은 일은 더 있다. 고사장은 식당과 민박집 운영의 바쁜 나날에서도 대마도 북섬의 숨겨진 도로를 찾아 헤맸다. 그가 찾은 대마도의 진짜 매력은 바로 숲 속의 길에 있었다. 대마도로부터 얻은 힐링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던 고사장은 길의 숨겨진 점들을 이어 둘레길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가 만든 둘레길은 모두 105km로, 평균 15km의 7개 구간으로 이어져 있다. 대마도의 울창한 숲과 산, 청정한 바다를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코스다. 일반 관광지가 아닌 지역 마을을 지나고 그곳에 머물며 지역민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흔히 대마도를 한국인 관광객이 먹여살린다고 하는데 정말 잘못된 인식이다. 한국인 관광객의 소비는 대부분 한국인 상인에 집중된다. 따라서 일본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별로다. 대마도 사람들은 사실 한국인 관광객 좋아하지 않는다. 일상을 소란하게 만들고 귀찮다고 한다.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별로 없고, 교류도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레길이 활성화되면 조금씩 변화가 생길 것이다. 사실 둘레길 만든다고 내게 좋은 일은 없다. 다만, 너무 많은 한국인들이 대마도를 찾을까봐 걱정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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