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10%대 상회…신용거래융자 잔고 17조원대
"지속적인 금리 상승 시 최대 12%선 넘어서"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국내 '빚투(빚내서 투자) 개인투자자'들의 이자율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새해 첫 거래일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상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증권사 융자 금리가 연내 12%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이 2023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회사와 고객 사이의 사전 약정에 따라 증권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 주는 상품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시중금리를 기본금리로 삼고 회사별로 가산금리를 더해 이자율을 책정한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금리를 기본금리로 삼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월 4일부터 각 구간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0.4~0.5%포인트(p) 올린다. 61일 이상 이자율은 9.5%에서 9.9%가 된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1월 9일 이후부터 90일이 넘어가면 이자율 10%를 적용한다. KB증권 역시 새해부터 8~15일 기준 8.6%에서 8.9%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상한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섰다. 하이투자증권은 1월 1일부터 11~30일, 31~60일, 61~90일 구간 이자율을 0.2~0.5%p 가량 올린다. 11~30일 이자율은 8.5%에서 9%가 되고 61~90일 이자율은 9.3%에서 9.5%가 된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오는 16일 신용금리와 대출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이전까지 90일 이상 금리가 10%를 넘어선 곳은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 등이 있었다. 올해 들어 증권사들이 차례로 신용융자금리를 올리면서 12%를 넘기는 증권사들이 많아질 전망이다.
반면 빚투 규모는 16조원대에서 늘었다.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6조 5285억원으로 지난해 10월 18일(15조 9621억원) 보다 5664억원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해 증시 약세로 1월 21조 6729억원에서 10월 16조756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 17조1340억원으로 반등했다. 지난달 7일에는 17조3464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 이후 처음으로 17조3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계획과 연말 랠리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고 신용거래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발표 이후 신용잔고가 감소하다가 10월 대비 11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이는 연준의 긴축 속도조절 가능성과 채권 금리 하락 등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별로 고객 수요 등에 맞춰 이자율을 조정하면서 증권사별로 이자율 차이가 난다"면서 "이자 수익을 늘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자율을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경우도 있지만 금리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이자율이 12%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빚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내고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외상으로 산 주식이 담보유지비율을 밑돌면 반대매매될 수 있고 이에 시장에 매물이 늘면 증시의 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