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1.5억·지역구 의원은 3억까지
與보다 추운 野..."대선·지선 연달아 치른 탓"
[서울=뉴스핌] 고홍주 김은지 기자 = "후원금은 이제 절반, 마감은 이틀 남았습니다. 구걸이라 조롱해도, 구질구질하다 핀잔해도 괜찮아요. 의원실 보좌진, 당의 당직자들이 위축되지 않고 기꺼이 일할 수만 있다면 '아주 그냥 나쁜X'이 되어도 괜찮습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29일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다. 다소 강한 어조로 말하기는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류 의원의 후원 호소에 심정적으로는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2.12.28 pangbin@newspim.com |
2023년을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날, 정치권은 저마다 남은 이틀 동안 막바지 후원금 모금을 위해 SNS, 휴대전화 문자 등 채널을 가리지 않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정치 후원금은 의원당 1억5000만원씩 받을 수 있다. 지역구가 있는 국회의원의 경우는 올해 공직선거가 있어 3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하지만 대선·지선을 연이어 치른 데다 경기까지 어려워져 후원금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초선, 다선 할 것 없이 후원금 한도를 채우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의원실도 많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후원금을 1/3 정도밖에 채우지 못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후원 부탁 문자를 보냈더니 오히려 자신의 처지가 더 딱하다며 역으로 후원을 요청받기도 했다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벌어졌다고.
중진 의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대부분이 2억원을 넘기지 못했을 것이고, 우리도 3억원은 넘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거를 두 번 치렀으니 모금이 어려운 것도 당연하다. 낸 사람에게 세 번, 네 번 더 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여기에 경기 탓도 있을 거고 복합적으로 올해 힘든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후원금도 '빈익빈 부익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지난 6월 이미 2시간 30분 만에 모금액 한도인 1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국정감사 이틀째인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각 상임위 복도에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답변준비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0.05 photo@newspim.com |
'명심(明心)'을 내세우는 친명계 의원들에도 후원금이 몰리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후원금 마감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같은 당 장경태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남국, 최혜영, 임오경 의원 등의 후원금 모금을 격려하기 위한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른바 '검수완박'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했던 무소속 민형배 의원 역시 일찌감치 후원금을 다 채웠고,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도 후원을 마감했다고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여소야대' 국면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지지자들의 후원금 분산이 민주당보다는 크지 않고, 의원들 개개인도 대외적으로 후원을 드러내놓고 요청하지 않는 편이다. 또 최근 '쪼개기 후원금'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희국 의원 사건도 있어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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