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거장' 후지와라 히로시 디자인
스트릿 감성과 클래식 럭셔리의 균형
전 세계 단 175대 제작…국내 15대 출시
[서울·양평=뉴스핌] 조재완 기자 = 고성능 럭셔리카가 스트릿 패션을 입으면 어떤 모습일까.
이탈리아 럭셔리카 브랜드 마세라티가 준대형 세단 기블리에 스트릿 패션의 거장 후지와라 히로시의 디자인을 입혔다. '기블리 프라그먼트 스페셜 에디션'이다.
올 봄 '삼지창'과 '번개'의 만남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전 세계 단 175대 한정 제작됐고, 단 15대만 국내 출시됐다. 이중 10대 뿐인 '오페라네라' 모델을 지난 19일 직접 몰아봤다.
◆ '패션계 거장' 히로시 손 탔다…스트릿 감성과 클래식 럭셔리의 절묘한 균형
히로시는 스트릿 패션과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스프릿 패션의 '신' 대부' 등으로 불리는 그는 인터넷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스트릿 웨어와 하이 패션을 연결하는 인플루언서 역할을 해왔다. 음악가이기도 한 그는 일본에서 힙합 대중화를 이끄는 데 혁혁한 기여도 했다.
그의 손을 탄 기블리 프라그먼트 스페셜 에디션은 담대하면서도 전통적이었고, 화려하면서도 우아했다. 트렌디하면서도 어딘가 클래식한 분위기도 풍겼다. 프라그먼트의 옷을 입히면서도 마세라티의 헤리티지를 가리지 않았다. 옛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마세라티 특유의 클래식한 요소들은 여전히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기블리를 처음 디자인한 이탈리아 천재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모던 스트릿 패션의 거장 히로시의 신구 조화도 어우려졌다. 이보다 잘 융합될 순 없어 보였다.
프론트 그릴부터 달라졌다. 마세라티 특유의 세로형 바(튜닝 포크 바) 디자인이 사라졌다. 잔잔한 그물 형상으로 제작된 그릴 위에 마세라티 엠블럼인 삼지창이 놓였고, 한켠에는 프라그먼트(fragment) 문구가 쓰여 한정판 모델임을 과시하는 듯 했다. 차량 C필러엔 삼지창 대신 프라그먼트 로고인 번개 형상이 자리잡았다.
마세라티 시그니처인 에어벤트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기존 푸른 색상 대신 검정과 하얀 색상이 들어가 한층 강렬한 인상을 풍겼고, 에어벤트 하단부엔 한정판임을 상징하는 코드가 새겨졌다. 히로시와 마세라티가 처음 만나 날짜(110519)와 프라그먼트 약어(FRG) 등이 조합된 코드다. 여기에 20인치 우라노 매트 블랙 휠이 적용됐다.
마세라티가 '스프릿 패션'의 거장 후지와라 히로시와 협업해 만든 '기블리 프라그먼트 스페셜 에디션' 오페라네라 모델. [사진=마세라티 제공] |
마세라티가 '스프릿 패션'의 거장 후지와라 히로시와 협업해 만든 '기블리 프라그먼트 스페셜 에디션' 오페라네라 모델. [사진=마세라티 제공] |
마세라티가 '스프릿 패션'의 거장 후지와라 히로시와 협업해 만든 '기블리 프라그먼트 스페셜 에디션' 오페라네라 모델. [사진=마세라티 제공] |
◆ "이게 하이브리드?" 성능 유지하고 연비는 높여…매끄럽고 민첩한 주행감
이번 스페셜 에디션은 기블리 GT 하이브리드에 기반해 제작됐다. 2.0리터(L) 엔진과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됐다.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255km/h. 제로백(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단 5.7초. 하이브리드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가솔린, 디젤 모델과 견줘도 부족하지 않는 성능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었다.(가솔린 대비 22%↓). 국내 인증 복합 연비는 8.9km/l이다.
주행감엔 특별히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거침없고 매끄러웠다. 오르막길도 내리막길처럼, 거친 산길도 매끄러운 평지처럼 달렸다. 6기통 엔진을 장착한 동급 차량들과 달리 엔진을 차체 전면에, 48V 배터리를 후면에 장착했다. 균형잡힌 중량 배분에 안정적이면서도 민첩한 주행감이 배가됐다.
프라그먼트 스페셜 에디션의 고급스러움을 이야기하면서 내부 인테리어도 빼놓을 수 없다. 은색 스티칭이 들어간 가죽 좌석과 삼지창 로고 자수가 새겨진 헤드레스트가 고급스러운 클래식 감성을 한청 끌어올리는 듯 했다.
안전벨트의 다크블루 색상도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인상적인 디자인에 비해 사용 편의성은 떨어졌다. 안전벨트를 채우고 풀기 어려울만큼 좌석 깊숙한 곳에 장착돼 있었다. 운전석과 동승자석 모두 마찬가지였다. 안전벨트를 채우고 풀 때마다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 자그마한 불편함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디자이너 히로시는 이 벨트가 불편하지 않았을까 의아심이 들었다.
기블리 디자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 꼽을 수 있는 대시보드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됐다. 근래 쏟아지는 첨단 대시보드와 '가는 길'이 다르다. 그 흔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없다. 비행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라고 한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세련미가 돋보이는 디자인이었다.
마세라티가 '스프릿 패션'의 거장 후지와라 히로시와 협업해 만든 '기블리 프라그먼트 스페셜 에디션' 오페라네라 모델. [사진=마세라티 제공] |
마세라티가 '스프릿 패션'의 거장 후지와라 히로시와 협업해 만든 '기블리 프라그먼트 스페셜 에디션' 오페라네라 모델. [사진=마세라티 제공] |
◆ '커스터마이징' 방점 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사용자 편의성↑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즐거움을 더했다. 스페셜 에디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화면 조절이 가능한 것은 물론 사용 빈도 등에 따라 아이콘을 새롭게 배열할 수 있다. 국내 사용자들에게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자체 순정 내비게이션을 고집하지 않았고,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을 통해 운전자는 본인에게 친숙한 내비게이션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고사양 디스플레이는 블랙과 골드 색상이 혼합된 새로운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적용, 한층 직권적으로 바뀌었다. 디스플레이 상단엔 가장자리 끝이 곡선형으로 마감된 유리가 적용됐는데, 자동차 업계션 마세라티가 실내 디자인 최초 적용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지만 '배기 사운드 감성'을 놓지 않은 점도 흥미롭다. 앰프없이 배기가스 흡입관의 유체역학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공명기를 활용해 특유의 포효하는 소리를 그대로 낸다. 운전자의 주행 즐거움을 높이는 작은 요소까지 세밀하게 신경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세라티 프라그먼트 스페셜 에디션 가격은 1억6260만원이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