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공식 행사장에 설치...관람객 통제 효과
[합천=뉴스핌] 이우홍 기자 =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재발 방지책과 관련해, 경남 합천군이 최근 지역의 한 행사장에 국내 최초로 도입한 한국형 '이동식 대중경보장치'(Mobile Warning System·)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파가 몰려 혼란스러운 각종 축제·집회의 위험 현장에서 대중을 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장 소음을 제압할 압도적인 크기의 경보 방송(자이언트 보이스)'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최근 핑크뮬리 개화행사 때 합천군 합천읍 신소양체육공원 내 주차장에 설치됐던 '이동식 대중경보장치'(MWS). [사진=합천군청] 2022.11.28 |
28일 합천군에 따르면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30일까지 40여 일 동안 합천읍 황강나루 수변공원에 위치한 신소양체육공원에서의 핑크뮬리 개화기간 동안 비공식 행사가 열렸다. 전국에서 약 12만 명이 5만여 대의 차량을 타고 몰린 것으로 추산된다.
군은 지난 2019년 10월에 완만한 나선형 산책로를 따라 1만 6000㎡(4840평) 규모의 핑크뮬리 군락지를 조성했다. 가을이면 진한 분홍색 솜사탕이 가득 모인듯한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웨딩 사진 등에 필요한 감성적 사진을 찍을수 있어, 전국적인 인기 포토존으로 급부상중이다.
군은 공식 행사는 아니지만 올해 핑크뮬리 개화기간에도 신소양체육공원 일대에 많은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내다보고 지난 9월초에 지역 정보통신(ICT) 기술업체와 1000여 만원에 MWS 4대의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군은 MWS를 통해 평상시에 저출력으로 가을감성에 맞는 클래식 배경음악을 내 보내는 한편 일정한 간격으로 핑크뮬리 관람시 당부사항을 자동 송출했다. 신속한 안내방송으로 휴대폰과 지갑 등 관람객들의 분실물을 찾아주는 효과도 거뒀다.
핑크뮬리 군락지 일대 주차장이 혼잡할 때를 비롯한 긴급상황 때는 압도적인 고출력 방송으로 현장을 효과적으로 통제했다. 그 덕분에 핑크뮬리 개화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MWS 설치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장 관리자가 이동중에도 휴대폰으로 1200W의 고출력 스피커와 2개면의 전광판이 달린 방송장비를 통해 반경 1㎞ 이내에 신속한 상황전파가 가능한 것이라는 게 합천군의 설명이다. MWS의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하고 소형 트레일러 및 트럭에 싣고 이동이 쉬운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형 '이동식 대중경보장치[사진=합천군] 2022.11.28 |
합천군 산림과 배길우 계장은 "MWS를 임대·설치한 당초 목적은 무분별한 사진촬영자들로부터 핑크뮬리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사고예방 조치로 MWS를 잘 도입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처럼 핑크뮬리 개화행사 막바지에 이태원 참사가 터지자, 합천군 주변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MWS가 설치됐더라면, 압도적인 크기의 방송으로 이태원에 몰린 인파가 좁은 골목 일대에 갇히지 않게 통제해 참사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경남 진주시의회 서정인 의원이 오는 12월 1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지역 축제장의 안전역량 강화를 위해 MWS 도입 검토를 진주시에 공개 제안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진주에서도 10월에 민속 소힘겨루기 대회를 비롯해 순간 최대 3000명 이상 관람하는 행사와 1000명 이상 관람하는 공연이 많이 열린다"며 "하지만 혼란 상황속의 대중을 통제하는 데 경찰과 행정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효과적 방법은 압도적 크기의 대중경보방송"이라고 강조한 뒤 "미국에서도 9·11 테러 당시 뉴욕주의 위기대응관리국이 이동식 대중경보장치를 사용해 현장을 효과적으로 통제한 사례가 있다"고 역설했다.
woohong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