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尹정부 출범 후 기준금리 1.5%p ↑…빅스텝 2번
LTV 등 대출 규제 완화·자금시장 50조 유동성 공급
"금리 조정 전통적인 수단 외 비전통적 조합 찾아야"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가운데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와 자금시장에 유동성 공급 등 돈을 푸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통화·재정정책 간 엇박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돈을 푸는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터라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한다는 한은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4회 걸쳐 기준금리를 1.5%포인트(1.5→3.0%) 끌어올렸다. 한은은 이 기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두차례(7·10월) 단행했다. 5%를 크게 웃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먼저 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같은 기간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 단기자금시장 안정,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등을 목적으로 재정정책을 구사했다. 지난 27일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대출 규제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정부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50조원 넘는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5월에는 39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려고 할 때 반대편에서 정부는 유동성을 계속 공급했던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 긴축 시 유동성 공급 증가는 상충되는 면이 있다"고 귀띔하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제 여건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27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2022.10.27 kilroy023@newspim.com |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렸다"며 "금리 인상기에 과도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대상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지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골칫거리 가계부채…"한은 비전통 통화정책 찾아야"
문제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 방향이 한은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발 금리 인상에 더해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부동산 대출 확대 및 가계부채 등 한은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11월 첫째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한은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는다. 특히 LTV 완화 등 대출 규제 완화는 가뜩이나 많은 가계부채를 더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취임 전인 지난 4월 "대출 규제 완화가 한꺼번에 시행되면 물가와 거시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특히 주요 선진국 주택 임대차 시장에는 없는 전세제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요 국가와 비교해 LTV가 낮더라도 후순위 전세보증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앞서 "LTV 증가(완화)는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한편 가계대출을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시킨다"며 "우리나라 LTV 규제 수준은 여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보수적인 것은 사실이나 후순위 전세보증금을 고려할 경우 평균 LTV는 아주 낮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과거보다 한층 복잡해진 경제 여건 변화에 맞춰 기준금리 조정이라는 전통적인 통화정책 외 비전통적인 통화정책도 유연하게 사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물가 대응 상황에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다소 부담일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통화정책 조합 사용은 한국에도 절실하다"고 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