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재심 청구·가처분 신청 보류 기류
당원 4000여명과 소통…직접 찾아간다
우려 목소리도…"징계 후 자중해야"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정당 사상 최초로 '현직 당대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잠행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한 뒤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 대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임기 중 심혈을 기울인 호남행, 당원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지지세를 끌어올려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광주 무등산에 올라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이준석 페이스북]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윤리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혔으나, 아직까지 재심 청구나 가처분 신청 등의 결단은 내리지 않았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 대표가 윤리위 징계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려면 징계 통보 10일 이내에 재심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난 8일 새벽에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오는 18일까지 재심 청구를 해야 한다.
다만 이 대표는 당 윤리위에 재심 청구를 하는 것은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법원 가처분 신청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원은 정치권에 개입하는 것을 꺼려한다"라며 "가처분 신청보다 경찰 수사가 더 빨리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의 징계 이후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되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근황을 전했다.
그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가입하기 좋은 월요일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국민의힘 온라인입당 링크를 공유했다.
지난 13일에는 반팔과 반바지 차림으로 무등산을 등반한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정초에 왔던 무등산, 여름에 다시 한 번 꼭 와봐야 겠다고 이야기 했었다"라며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 2월 1일 설날을 맞아 광주 무등산을 등반한 바 있다. 아울러 호남의 구석구석을 돌며 시민들과의 소통을 늘려갔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지난 며칠 구석구석을 돌면저 저와 이미 교류가 있는 당원 동지들과 대화를 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분과 교류하고자 한다"라며 "언론노출 등을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니기에 사전에 공개일정으로 모든 일정을 공개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 정보를 기입하여주신 당원들께 해당지역을 방문할 때 먼저 연락 올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글에 구글폼 링크를 올렸다. 링크에 들어가면 자신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거주 지역, 당원 여부 등을 기입할 수 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4000명 정도 만남 신청을 해주셨다"라며 "20인 이상 신청해주신 기초단체부터 먼저 찾아 뵙겠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행보는 징계 기간 동안 전국에 있는 당원들과 만나며 '우호 세력'을 늘리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당원들의 지지를 토대로 징계 이후 당대표로서 확고한 위치에 서겠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 관련 중앙윤리위원회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2022.07.08 kilroy023@newspim.com |
다만 이같은 이 대표의 행보가 적합하느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도 잘못하고 있는 것이 무등산을 오를 것이 아니라 폭염과 고물가 등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들을 찾아가는 게 맞다"라며 "계파가 없는 여당 의원으로서 봤을 때 이런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국민들께서 봤을 때 좀 아쉽고 짜증이 날 수 이쓴 대목"이라며 "윤리위에 징계를 받으면 보통 자중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이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이 대표의 입장에서 무슨 행동을 하기가 힘들다"라며 "지금 행보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징계를 잘했다는 조사가 51.6%로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할 수가 없다"라며 "또 재심을 신청해도 안 될게 분명하고, 가처분 신청 역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유일하게 할 수 있는게 우호적인 당원들을 많이 가입시켜서 우호 세력을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 교수는 이어 "다만 우호적 당심을 많이 조성을 한 뒤 밀어붙이는 게 유일한 방법이지만,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무등산에 올라간 것도 여론전의 일환인데 효과는 별로일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 시점을 기준으로 전세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추세로 봤을 때 이 대표의 경찰 수사 결과가 8월 초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라며 "만약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이 대표의 정치 생명에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무죄 결과가 나온다면 이 대표에게는 반격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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