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스타톡] '헤어질 결심' 박해일, 박찬욱 감독의 '충돌의 미학'을 맛보다

기사입력 : 2022년06월29일 08:20

최종수정 : 2022년06월29일 23:15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박해일이 '헤어질 결심'으로 가장 그다운, 품위있는 형사 캐릭터를 완성했다.

박해일은 최근 '헤어질 결심'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박찬욱 감독, 탕웨이와 첫 영화 작업을 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물론, 감독상까지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칸 영화제에서 영화를 하는 영화인을 굉장히 환대해주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어요. 더불어 한국 영화가 많이 소개되고 알려져서. 모두가 오랜 시간동안 일궈놓은 것들을 아주 잘 누리고 왔어요. 저도 조금이나마 일조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감사할 따름이죠. 칸의 룰을 모르고 갔는데 '정말 가차없구나' 싶었어요. 감독님이 전작들 대부분 칸에 초청 받았고 수상도 하셨는데 저와 함께 한 작품이 좋은 평가받았으면 했죠. 수상이 호명되고 맘 졸였던 게 해소되는 순간이어서 '이제 됐다' 하는 표정이 나왔나봐요. 송강호 선배도 함께 수상하셔서 순간 국내 영화제인가? 싶을 정도로 좋았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헤어질 결심'에 출연한 배우 박해일 [사진=CJ ENM] 2022.06.28 jyyang@newspim.com

칸의 선택을 받은 봉준호 감독과 '괴물' '살인의 추억'에서 호흡을 맞춘 것과 달리 박 감독과는 이번이 첫 작업이었다. 영화적으로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비주얼적으로 시시각각 멋을 추구해온 감독의 취향과 요구가 박해일에겐 어떤 식으로 투영됐는지를 물었다.

"해준에게 저를 장착시키실 때 일단 슈트였죠. 정장에 넥타이 차림인데 의상 피팅을 할 때 수많은 양복을 입어보고 감독님이 계속 체크하셨어요. 해준스러운 느낌을 찾고 계셨죠. 대부분 클래식한 의상이었고 구두보다는 형사란 직업 특성상 구두 색의 운동화를 신는단 설정이었어요. 또 스마트 워치로 녹음해서 증거, 자료, 메모들을 모으는, 클래식하지만 테크놀로지한 부분도 활용한다는 두 가지 측면이 있었죠. 또 해준은 상의 12개, 바지에 6개의 주머니를 가진 준비된 남자죠. 순간마다 상황에 맞는 무언가가 바로 바로 나오는, 그게 또 극적 장치로도 녹아들어갔고요."

극 중 해준에게 '품위있다'고 말하는 서래의 대사가 그의 캐릭터성을 어느 정도 설명하는 측면이 있다. 형사치고 고상한 말투와 침착한 캐릭터를 구축해나가며 그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충돌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형사라는 캐릭터와 충돌되고 모순되는 말의 내용과 말투를 느꼈어요. 단어 선택도 남다르죠. 그런 문학적이고 시적인 표현이 형사와 표면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데, 그게 감독님 색깔이구나 했어요. 그래서 첫 형사역인데도 낯설거나 불편함보다 흥미롭고 호기심이 강한 질감으로 다가왔죠. 시나리오에서 해준의 대사들을 보고 연습을 잘 해서 잘 해내고 싶어졌어요. 서래가 한국어가 부족한 중국인인데, 마침내, 단일한 같은 문어체적인 대사들이 나와요. 그런 부분에서 서로의 동질감을 표현하게도 되죠. 형사가 이런 말투를 구사한다는 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매력적이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헤어질 결심'에 출연한 배우 박해일 [사진=CJ ENM] 2022.06.28 jyyang@newspim.com

특히 박찬욱 감독이나 박해일의 전작들을 익숙해하는 관객들에겐, 이 영화의 장르 자체가 반전일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스릴러나 서스펜스를 계속해서 기다리던 관객들은 "이게 진짜 멜로였다니"라고 낯설어할 법하다. 박해일은 그런 반응들이 재미있다며 웃었다.

"다들 계속 마음이 긴장된다고 하더라고요. 일부러 긴장 좀 놓고 담백하게 편하게 보라고 말씀드려요. 어차피 그런 감정을 느끼시겠지만 전작들과는 좀 다른 결과 톤들로 이번 영화는 이루어져있죠. 오히려 그래서 여러 시선으로 다시 보고 싶다는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해준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캐릭터가 변화하는데 그 감정의 파고가 잔잔했다가 말 그대로 해일이 몰아치는 느낌까지 감정이 극대화돼요. 순전히 자기 직업의 품위와 자긍심과 직장인이 성과도 잘 내고 열심히 살아가는 직장인에서 송서래를 만나서 모래탑이 서서이 금이 가듯 변화를 겪죠. 붕괴라는 단어를 쓰는 상황까지 벌어지니까요. 이 작업이 쉽지 않았지만 매력있었죠."

박찬욱 감독이 "고생 좀 해야 하는 영화"라고 언질을 준 것과 더불어, 박해일은 이번 역을 해내며 몸 고생과 마음 고생을 둘 다 겪었다. 함께 연기한 탕웨이와도 언어 장벽을 넘어 배우로서 교감하는 순간을 거쳤고 감동받고, 배운 점도 있었다.

"탕웨이씨와는 소통의 문제나, 해준 역의 배우를 어떻게 생각할까 긴장감, 궁금함도 있었죠. 일단 굉장히 자기 고집이 있는 배우고 자신만의 방식을 꽤 고수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타입이에요. 해준의 대사를 녹음을 해달라고 부탁을 받았는데 리딩할 때 한국어, 중국어, 영어 세 버전의 대본을 내려놓는 걸 보면서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서래를 펼쳐내는 거겠구나 싶었죠. 얼른 녹음해서 주고 저도 중국어를 녹음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심심찮게 도움이 많이 됐죠. 연기가 갑자기 되는 게 아니라 켜켜이 내면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송서래가 나오게 되는 거죠. 쉬운 방식이 아니예요. 연극, 연출을 전공했다는 얘길 들었는데 퍼즐처럼 조합이 맞춰졌어요. 감독님과 소통하고 이해가 돼야 카메라 앞에서 연기가 되는 그런 배우였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헤어질 결심'에 출연한 배우 박해일 [사진=CJ ENM] 2022.06.28 jyyang@newspim.com

영화를 접한 이들은 박해일의 해준을 두고 '가장 멋지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가장 바보'라거나 '잡놈'이라거나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직접 연기한 박해일은 그런 반응이 다채롭고 재밌다고 털어놨다.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이 영화를 소개한 박찬욱 감독의 의도 역시 영화에 에둘러서, 모두가 단번에 눈치챌 수 없는 방식으로 담겨있다.

"세상에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봤어요. 어쨌든 둘은 가상의 세계에 사는 사람같지 않고 현실에 발을 붙인 채로 살아가고 있죠. 그럴듯 했어요.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를 제 식대로 얘기해보면 일에 충실하다가도 자기도 모르게 넋을 놓는 순간이 있지 않아요? 라고 묻고 싶어요. 알아채거나 인지하지 못한 채로 뭔가에 빠지는 거죠. 영화는 어쨌든 사람 사는 얘기를 하는 건데, 누군가로 인해 넋을 놓게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죠. 나랑 이렇게 비슷한 사람도 있네? 자긍심을 가졌던 직업과 신념을 뒤로하게 되기도 하고요. 얼빠진 사람처럼 헤어나올 수 없는 경우도 있겠죠. 그러다 새 삶을 살기도 하고요. 그런 조각같은 이야기들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또 깊고 넓게 감독님 식으로 표현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어쩐지 시간대별로 나이대별로 꺼내서 보고 싶은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인생이 담겨있는 느낌이거든요."

박찬욱 감독이 박해일, 탕웨이를 통해 빚어낸 '헤어질 결심'은 해준같은 느낌의, 또 서래같은 존재감의 영화로 완성됐다. 영화 속에 나오는 수많은 대사들은 대부분 단번에 한 가지 감흥만을 전달하지 않기에 더없이 영화적이다. 덕분에 중의적이고 또 비유적인 표현들을 오래도록 곱씹게 된다.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라는 말이 감독님만의 이 장르를 보여주는 색깔의 문장같아요. 보신 분들이 그 표현을 곱씹으시더라고요. 감정 표현에 대해 묻기도 하고요. 여운이 많이 남기도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대사이기도 하죠. 해준의 대사 중에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라는 게 있는데 그걸 잠복 중에 하거든요. 그런 말투와 상황, 설정, 관계가 정말 재밌었어요. 영화에 안개 설정이 있는데 요즘 날씨를 보니까.(웃음) 영화를 즐기시고 여운이 남으시면 엔딩곡까지 가사와 함께 음미해주시면 그 밤이 안개같은 밤이 되지 않을까 해요. 꼭 엔딩곡까지 듣고 가시면 좋겠다는 추천을 드립니다."
 

jyyang@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당정, 내년 의대정원 '증원 전' 3058명 수용 가닥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정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국민의힘은 내년도 의과대학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정 협의에 이어 관계 부처 회의를 잇달아 열고 의대 정원을 동결하자는 의견을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의사와 정부간 갈등이 심화되는 25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의대 교수의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 외래진료 축소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3.25 choipix16@newspim.com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정 협의 후 가진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의대 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의과대학학장협의회의 건의 내용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의대 학장 협의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달 내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동결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도 동결안에 합의했다. 의대교육 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정부도 내년 동결안으로 잠정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24학번과 25학번 신입생을 합하면 최대 7500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올해도 의대교육이 파행될 경우 내년엔 1학년만 1만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렇게 되면 의대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7일로 예고한 '의대 복학 및 의대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에서 내년 정원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058명 수용안은 의대생이 3월 말까지 복귀한다는 전제로 한다. 휴학생이 이달 내 돌아온다면 모집인원을 수정하는 행정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stpoemseok@newspim.com 2025-03-06 22:14
사진
상암경기장,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한파 장기화와 평년보다 2주 정도 앞당겨진 K리그 개막에 따라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에 대한 긴급 복구 작업을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오는 29일 열리는 FC서울 홈경기 전까지 잔디 상태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잔디 일부를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하고 밀도를 높이기 위한 배토·파종작업을 긴급하게 진행한다. 올해 서울시는 지난해보다 3배 증가한 3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잔디 교체 물량 확보와 잔디 생육을 위한 선진 기계 도입 등으로 최상의 잔디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올해 K리그가 지난해보다 16일 앞당겨져 2월 22일 개막됨에 따라 사전 준비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한파가 3월 초까지 이어지면서 잔디 뿌리내림과 생육 상태의 불량으로 잔디가 들뜸 현상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조기 개막에 따른 문제를 프로축구연맹에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일정 조율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뉴스핌DB] 이에 따라 우선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2500㎡ 이상 잔디를 하이브리드 잔디로 교체하고, 잔디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5900㎡ 면적에 대해 배토와 파종작업이 진행된다. 이 외에도 잔디 생육을 위한 통기·병충해 예방 시약, 비료 성분 공급을 위한 시비 작업과 그라운드 다짐, 관수작업도 실시한다.  긴급 보수 외에도 시는 지난해 수립한 잔디 집중 개선 계획을 토대로 연중 잔디 상태 개선·관리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교체가 가능한 잔디를 작년(4200㎡)과 비교해 3배 많은 1만2500㎡를 확보하고,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즉시 교체할 예정이다. 또 해외 유명 경기장에서 사용되는 선진 장비를 도입해 잔디 생육에 필요한 채광과 통풍을 확보하고 그라운드 품질을 철저히 관리한다. 이를 위해 여름철 잔디 생육에 필요한 쿨링팬을 추가하고, 인공 채광기와 배수 불량 개선을 위한 에어레이터 등을 새로 갖출 계획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과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거버넌스 가칭 '전국 축구경기장협의회'도 4월부터 운영한다. 협의회에서는 그라운드 관리와 복구 대책, 인프라 개선 등을 논의해 서울은 물론 전국 축구장 잔디 관리의 해결 방안 마련에 나선다. 경기장 대관 방식도 개선한다. 대규모 경기장 부족을 고려해 콘서트 등 문화 행사 대관은 지속하되 잔디 보호를 위해 그라운드석 제외 대관 지침을 유지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시는 한지형 잔디 특성을 고려해 동절기와 하절기 구장 사용 일정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연맹 등 관계기관과 협의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서울의 고온다습한 날씨에 맞는 잔디종 도입을 위해 관계기관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청취하고, 추가로 잔디를 재배할 공간도 발굴할 계획이다. 구종원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리그 일정이 앞당겨져 겨울철 잔디 관리에 어려움이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잔디 교체 물량 확대와 선진 장비 투입, 리그 일정 조율 등을 통해 선수들이 최상의 환경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kh99@newspim.com 2025-03-07 10:3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