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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물가에 '무지출' 인증샷 올리고 도시락 싸는 2030

기사입력 : 2022년06월05일 06:00

최종수정 : 2022년06월05일 06:00

5월 소비자물가 5.4% 상승 2008년 8월 이후 최대치
경제적 기반 취약한 2030 다양한 절약 방법 모색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 직장인 송은수(34) 씨는 올해 초부터 무지출 일지를 쓰고 있다. 교통비, 식비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품목이 오르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송씨는 일주일에 한번 인스타그램에 '무지출 데이'라고 적힌 가계부를 올린다. 목표는 지출액 0원. 부득이하게 무지출에 실패한 날은 사용한 금액과 지출 사유를 적는다. 

이렇게 해서 절약하는 생활비는 일주일에 4~5만원. 많게는 10만원까지 아낄 수 있다. 송씨는 "예전에는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먹어서 외식비 지출이 많았는데 요즘은 냉장고 파먹기(식재료를 다 먹을 때까지 장을 보지 않거나 장보기를 최소화하는 것)를 하는 등 의식적으로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2030세대 사이에서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식비, 외식비 등이 인상되면서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다양한 방법을 찾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이같은 상승률은 5.6%를 기록한 2008년 8월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9%였으나 코로나19 장기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꾸준히 올라 지난 3월(4.1%), 4월(4.8%)까지 치솟았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6.7% 올라 2008년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 4%대였던 생활물가지수는 3개월만에 6%대로 올라섰다. 밀가루(26.0%), 빵(9.1%)을 비롯한 가공식품도 7.6% 상승했고, 외식 등 개인서비스(5.1%)도 올랐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한주 더 연장하고 방역조치를 강화키로 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도시락 판매점 앞에서 한 직장인이 주문한 도시락을 받아가고 있다. 한 점주는 코로나19 재확산 시기와 맞물려 도시락 주문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2020.08.28 alwaysame@newspim.com

취업·이직 준비 등에 필요한 각종 시험 응시료도 오르는 추세다. 토익 시험 응시료는 지난해 5월부터 4만5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7.8% 인상됐고, 컴퓨터활용능력시험 필기시험 응시료는 1만78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실기 응시료는 2만1000원에서 2만2500원으로 각각 6.7%, 7.1% 인상됐다.

◆허리띠 졸라메는 2030 "제일 부담되는 건 밥값"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한 젊은층 사이에선 지출을 줄이는 방법이 공유된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이주영(37) 씨는 점심값 지출을 줄이기 위해 3개월째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이씨는 "도시락도 식재료비가 들지만 밖에서 사먹는 비용에 비하면 경제적"이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이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끼리 요일로 순서를 정해 밥과 반찬, 간식 등을 공유하고 있다"며 "커피는 탕비실에서 해결한다"고 전했다. '도시락 점심으로 절감되는 비용'을 묻는 질문에 이씨는 "정확히 계산해보지 않았으나 식비가 확실히 줄어들고 있음을 체감한다"며 "점심 도시락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12일 인크루트가 전국 직장인 1004명을 대상으로 점심식사 부담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과반 수가 점심식사 부담에 대해 '매우 부담'(56%)라고 답했다. '약간 부담'은 39.5%, '보통'은 4.3% 순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으로 점심식사 비율 지출에 부담감을 느끼지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직장인보다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대학생들도 스스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대학생 서모(21) 씨는 한달 생활비 30만원을 목표로 매주 무지출 가계부를 쓰고 있다. 서씨는 "식비는 일주일에 4만원 정도 줄여지고 절약한 돈은 다시 저금하고 있다"며 "본가에서 반찬을 가져와 식비를 줄이는 편"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유튜브에 소개된 '무지출 데이' 관련 콘텐츠. 2022.06.03 filter@newspim.com [유튜브 화면 캡처]

취업 준비생 조명의(25) 씨도 무지출 데이를 실천 중이다. 조씨는 "서울에서 자취하는 친구들 중 무지출 데이를 하는 친구들이 있어 같이 따라하다가 생각보다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이용하고 있다"며 "일주일에 하루, 한 달에 열흘 정도는 100원도 안 쓰는 무지출 데이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물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석유류와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현재 5%대인 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정부는 지난달 30일 서민 경제 부담 완화를 위해 '긴급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파죽지세로 오르는 물가를 제어할 마땅한 카드는 보이지 않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물가 상승 요인이 과도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여러 수급 애로가 발생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게 크다"며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추가로 할 수 있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고 필요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filte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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