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대신 도급계약서 작성, '퇴직금 해당사항 없음' 명시
2심 "근로기준법 적용 피하려고 꼼수"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헤어디자이너 3명의 퇴직금 3000여만원을 주지 않은 프랜차이즈 미용실 업주에게 이들의 계약이 근로계약이 아니란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2심이 유죄를 선고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3부(허일승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같은 법원 형사4단독(이광영 판사)은 A씨에게 지난해 7월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프랜차이즈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자신의 미용실에서 8년 정도 일한 헤어디자이너 B씨의 퇴직금 약 1480만여원, 6년 정도 일한 C씨의 퇴직금 약 1250만원, 2년 정도 일한 D씨의 퇴직금 약 300만원 등 피해자 3명의 퇴직금 3035만여원을 내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해당 가맹점 전반에 걸쳐) 헤어디자이너들은 근로계약서가 아닌 '자유직업소득자계약서' 내지 '도급계약서'를 작성했다. 위 계약서들에는 '퇴직금 해당 사항 없음'이라는 명시적인 기재가 존재한다"며 A씨와 피해자들의 관계가 고용관계임을 부정하고 퇴직금을 미지급한 A씨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 전경 2022.04.20 yoonjb@newspim.com |
반면 2심 재판부는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피해자들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우선 피해자들이 구인공고를 보고 지원해 면접절차를 거쳐 채용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피해자들이 A씨가 정한 직급 체계의 적용을 받은 점도 근로관계의 입증 근거로 들었다. A씨의 미용실엔 스태프·디자이너·실장·점장 등 직급이 있고 그에 따라 연차 일수와 수당에 차이가 있었다. 실장과 점장은 A씨가 임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근무한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다른 사업장과의 겸직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담당 디자이너를 사전에 지정하지 않고 방문하는 고객에 대한 디자이너 배정은 A씨가 정한 순번에 따라 이뤄진 점을 근거로도 피해자들의 근로자성을 긍정했다.
또 1심과 달리 ▲A씨가 출퇴근시간·휴가 등 근태 관리를 한 점 ▲피해자들의 근무 장소가 미용실로 한정된 점 ▲요금·할인율 등은 A씨가 정하고 피해자들이 임의로 조정할 수 없었던 점 ▲비품·설비는 미용실에 구비된 것을 사용한 점 ▲피해자들이 개인적으로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신하게 할 수 없었던 점도 모두 고용관계를 입증하는 근거로 봤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처음부터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위 헤어디자이너들을 채용하면서 근로계약서가 아닌 자유직업소득자계약서 및 도급계약서를 작성하고,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음을 명시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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