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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행세…동업자 같은 고용인?" 임금 안 준 업주 유죄

기사입력 : 2022년05월11일 18:18

최종수정 : 2022년05월11일 18:18

"매출서 인건비 빼고 다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1심선 근로계약 아니라고 봐 무죄…2심서 뒤집혀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업주 자신의 뜻에 따라 사장으로 행세하며 일하던 여성에게 임금을 주지 않아 재판에 넘겨진 음식점 업주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3부(허일승 부장판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지난달 8일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같은 법원 형사12단독(박창희 판사)는 지난해 3월 1심 재판에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결과 드러난 사실을 종합하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서울 광진구에서 일반음식점 '○○ 바'를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17년 8월 인터넷 취업사이트에 구인 공고를 냈다. 피해자 B씨는 이를 보고 A씨를 찾아갔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가게 매출액에서 인건비를 제외하고 남은 것을 다 주는 것을 계약조건으로 하려고 했다. B씨가 이에 거부 의사를 보이자 A씨는 "언제든 원하면 일한 시간(만큼)을 시급으로 주겠다"고 했다. 이에 B씨가 "그럼 일단 일을 해보겠다"고 응한 것.

A씨의 사업장에서 일하게 된 B씨는 A씨의 뜻에 따라 대표 명함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나눠주는 등 가게 대표 행세를 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여사장이 가게를 운영해야 한다"며 B씨에게 자기가 있는 사실을 숨기고 여사장이 돼 가게를 운영하라고 했다.

이후 B씨가 그 해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에 걸쳐 오후 7시쯤부터 새벽 1시쯤까지 일한 급여를 시급으로 계산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A씨는 들어주지 않았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앞서 (시급을 원할 경우) 시급을 1만5000원으로 쳐주겠다고 했다. 공소장엔 A씨의 혐의가 B씨의 임금 147만7500원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기재됐다.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 전경 2022.04.20 yoonjb@newspim.com

1심 재판부는 B씨가 A씨의 근로자가 아니라 영업양수인이나 동업자로 보인다며 B씨의 임금을 주지 않은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가게 매출액에서 인건비를 제외하고 남은 것을 주기로 한 B씨와) 최초 피고인과의 계약 내용은 (근로계약이 아니라) B씨가 피고인으로부터 영업을 양수하기로 한 계약인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B씨가 피고인에게 시급으로 줄 것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최초부터 피고인에게 고용된 관계였던 것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이 사업장에 음료와 안주류를 납품하던 업자와 이 음식점에 설치된 전자 다트 기계를 관리하던 업자가 각각 "(B씨를) A씨 대신 ○○ 바를 운영하게 된 사람이라고 소개받았다", "A씨가 B씨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는 대신 나머지 이익금은 B씨가 가져가기로 했다고 들었다"고 증언한 점도 그 근거로 들었다.

2심 재판부는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B씨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채용공고 후 직접 B씨를 채용했고, B씨는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종속적인 지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며 "B씨가 손님들에게 대표 명함을 나눠주면서 ○○ 바 사장인 것처럼 행세했다는 사정만으로 ○○ 바의 영업을 양수했다거나 피고인과 ○○ 바 운영을 동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 증거로 B씨와 A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들었다. B씨는 A씨를 처음 만난 날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두 달 정도는 월급 받으면서 일하고 일 배워가는 시기로 할게요."라는 메세지를 보냈고, A씨도 "오키, 그렇게 해요."라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B씨를 채용하면서 가게 매출액에서 인건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주겠다고 제안하긴 했지만 B씨는 당분간 급여를 받으면서 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씨가 A씨에게 인수대금 명목으로 돈을 준 일이 없고 자신은 영업상 의사결정에 관여한 바가 없으며 매출 관리도 A씨가 했다고 증언한 점도 재판부는 근거로 들었다. 

또 재판부는 ○○ 바에 음료와 주류를 납품한 업자가 "세금계산서가 A씨 명의로 돼 있었다"고 증언한 점, ○○ 바의 다트 관리업자가 "B씨가 (실질적으로 ○○ 바를) 운영한다고 말해준 사람이 A씨"였다고 증언한 점, B씨가 이들 업자들을 몰랐던 점 등을 근거로 그같이 판단했다.

한편 A씨는 1심 재판에서 다른 근로자의 임금을 제 때 지급하지 않아 유죄 판결을 받고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같은 사업장에서 2017년 5월부터 6월까지 한 달 남짓 근무한 근로자의 임금 34만5000원을 퇴직일 후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yoonjb@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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