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징역 12년 선고
"결혼생활 중 상습 폭행 시달린 것 인정"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수십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린 끝에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60대 아내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6-1부(원종찬 부장판사)는 2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법원로고[사진=뉴스핌DB] 2022.03.17 obliviate12@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고인의 남동생 및 아들의 진술이 일관성 있고 직접 경험이 없으면 꾸며 진술할 수 있는 것이 없어 피고인이 결혼생활 중 남편에게 상습적 폭언과 폭행에 시달린 것으로 판단했다"며 1심과 달리 피고인이 상습 폭행을 당한 구체적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일도 피해자로부터 같은 취지의 폭언과 폭행을 당해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오랜 기간 폭언과 폭행을 당한 양형 유리 요소들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5월 인천시 서구의 아파트에서 남편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남편의 의처증과 가부장적 태도로 오랜 기간 가정폭력을 당하면서도 아들때문에 이혼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A씨는 우발적 범행으로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유죄평결을 내렸고 징역 10∼13년 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양형 의견을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건 당일 만취해 거동에 제한이 있는 상태에서 40여년간 함께 살아온 배우자에게 목이 졸린 상태로 서서히 숨이 끊어지며 겪었을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나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오랜 결혼생활 동안 잦은 폭언과 폭행을 당했으며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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