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국내 지상파 방송 3사가 도핑 약물이 검출됐음에도 출전을 강행한 카밀라 발리예바의 싱글 피겨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재차 침묵 중계로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KBS·MBS·SBS 해설진은 17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 발리예바의 경기 4분간 해설 없이 침묵을 지켰다.
이날 발리예바는 25번째인 마지막 차례로 출전했지만 논란으로 인한 도핑 파문으로 인한 부담감 탓인지 첫 점프 착지부터 불안한 시작을 했으며 엉덩방아를 세 차례나 찧는 등 착지 과정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무대에서 넘어진 발리예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앞서 쇼트프로그램(82.16점) 1위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한 발리예바는 결국 총점 224.09점으로 4위까지 밀려나 노메달에 머물렀다.
발리예바가 프리 연기를 하는 동안 국내 해설위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연기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경기를 지켜본 KBS 곽민정 해설위원은 "누가 꾸몄고, 누가 잘못했든 간에 책임은 출전 선수가 지는 게 당연하다. 이렇게마르고 어린 선수가 4회전 뛰는 것을 보면 저는 운동 괜히 했나 봐요"라고 꼬집었다.
KBS의 남현종 캐스터도 "발리예바 뒤에 숨어있는 그들도 책임져야 한다. 러시아 선수단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4분간의 침묵 속에서 우리가 올림픽에서 지켜야 할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SBS 이호정 해설위원과 이현경 캐스터도 연기가 끝난 후 발리예바가 복용한 약물의 효과를 언급하며 그의 출전을 비판했다. MBC 김해진 해설위원도 최소한의 기술 설명만 진행한 뒤 "해설을 해보려고 했으나 도핑 양성 판정이 나온 선수에게 도저히 해설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최종 점수 결과에도 울음을 보인 발리예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김해진 해설위원은 "선수 본인도 이 경기에 참여함으로써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이며 어떠한 실수를 했는지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런 부담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실수가 많이 나온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리예바가 4위에 머물렀지만 이번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금, 은메달은 ROC 선수들이 차지했다. 안나 쉐르바코바가255.95점으로 1위에 올랐고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는 251.73점으로 뒤를 이었다.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는 233.13점으로 동메달을 가져갔다.
도핑 파문에 휩싸인 발리예바의 몰락과 함께 이날 중계화면에는 은메달에 머무른 트루소바가 "난 금이 없다. 시상식에 가지 않겠다"고 러시아어로 말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국내외 네티즌들은 발리예바가 메달권에 들 경우 시상식을 진행하지 않기로 한 IOC의 결정으로 인해 ROC에서 그의 고의적인 실수를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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