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미라클'...청와대는 "천운처럼 잘 됐다" 극적 상황 표현
아프간 탈출 난민 수용 문제엔 해결책 아직 없어...여론도 찬반 갈려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우리나라에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 391명이 26일 오후 국내로 이송된다. 작전명은 '미라클'이었고, 청와대는 "천운"까지 거론하는 등 이송작전은 마치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처럼 극적으로 진행됐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설명한 작전에 따르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그대로 전해진다. 상황 판단이 조금만 늦어졌어도 성공하기 힘들었다. 돌이켜 보면 작전명 '미라클'도 청와대가 언급한 '천운'도 시의적절한 단어였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서울=뉴스핌]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한국 외교관과 우방국 병사들이 한국행 아프간인들을 찾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 온 현지인 직원과 가족 등 380여명은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사진=외교부] 2021.08.25 photo@newspim.com |
◆ 작전명은 '미라클'...청와대 "천운처럼 잘 됐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작전명을 '미라클'로 정한 배경으로 "정말 앞이 안 보이는 그런 상황 속에 처했던 아프간 현지인들에게도 희망이라는 뜻을 주고 싶었다"며 "그리고 이것이 굉장히 먼 거리에 걸친 아주 위험한 작전이었기 때문에 우리 작전도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그런 두 가지 의미를 담아서 미라클 작전으로 명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외교부에 따르면 8월 초부터 계획된 현지 아프간인 철수 작전은 버스를 투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당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 등 다른 나라들도 카불 공항까지는 직접 이동하도록 했고, 공항에 도착하면 비행기를 이용, 자국으로 이동시킬 계획이었다. 이에 우리도 카불 공항까지는 직접 이동하도록 했는데 400여명의 아프간 조력인 중 공항에 도착한 것은 불과 26명 밖에 되지 않았다.
예상과 다른 전개에 초조해진 정부는 더 많은 인원이 오기를 기다렸으나 기대대로 되지 않았고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찾은 방법은 버스를 이용해 카불 공항까지 이들을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탈레반이 검문소를 설치해 아프간인들의 카불 공항 접근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아프간과 거래 관계에 있던 미국과 협조를 해서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을 찾은 것.
이 과정에서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던 대사관 직원 2명이 다시 투입됐다. 이들이 다시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서 현지인 조력자들과 연락을 취하면서 국내로 이송할 수 있게 됐다.
기적의 또 다른 근거는 탈레반이 최근 바그람 한국병원과 직업훈련원은 폭파한 것으로 알려진 점이다. 이런 위협이 실시간으로 고조되는 상황에 이송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점을 들어 박 수석은 "천운처럼 잘 됐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서울=뉴스핌]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한국으로 이송될 아프간인들이 신원확인을 받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 온 현지인 직원과 가족 등 380여명은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사진=외교부] 2021.08.25 photo@newspim.com |
◆ 향후 아프간 탈출할 난민 수용 문제는 고민...여론도 찬반으로 나뉘어
아프간 조력인들의 국내 이송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지만 향후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할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는 여전히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아프간 조력인들은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로 대우하기로 하면서 문제가 해결됐지만 이후 닥칠 문제에 대한 대처방안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향후 대규모 아프간 난민이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의 수용여부에 대한 질문에 "여러가지 정책적 측면도 있고 법적 측면도 있고 또 아프간 상황도 있고 국제사회의 동향도 있고 그리고 또 저희로서는 중요한 것은 또 국민 적인 수용성을 또 고려해서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되는 대단히 복잡하고 신중한 문제"라며 "저희가 쉽게 (결정할 것이) 아닌 것 같고 앞으로 신중히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여론도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있다.
찬성하는 쪽은 우리도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국제사회에서의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고 인도주의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테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받지 말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nevermi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