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분양가' 내세웠지만 결국 주변 시세 맞춰
'영끌' 없이 입주권도 얻을 수 없는 구조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현재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이라면서 3기 신도시를 기다려 달라던 정부가 현재 비정상적으로 비싸진 부동산(집값)을 기준으로 신도시 분양을 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이다. 청원인이 주장하고 있는 3기 신도시 분양가는 실제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곳들이 허다하다. 정부는 시세의 60~80%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지역에 경우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80%를 넘는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유명환 산업2부 |
성남 복정1지구는 사전청약 추정 분양가가 성남시 최근 분양 단지의 평균 분양가의 113.2%에 달했다. 복정1지구는 3.3㎡당 분양가가 2581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성남시에서 분양한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280만원이었다. 산성역 자이푸르지오와 위례자이더시티, 판교밸리자이 등의 평균 분양가다.
신혼부부에게 공급되는 위례지구 신혼희망타운(A2-7블록, 전용 55㎡단일)은 전용 55㎡ 분양가가 5억 5576만원으로 3.3㎡당 2400만원 수준이다. 3기 신도시인 인천계양은 3.3㎡당 1400만원 정도로 전용 59㎡가 3억 5628만원, 84㎡가 4억 9387만원에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분양가가 적정한지는 '의문부호'다.
주변 아파트의 시세를 세세히 살펴보면 정부가 발표한 분양가보다 저렴한 곳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인천계양과 성남복정1지구 등은 2억~3억원 가량이면 55㎡보다 더 넓은 곳을 장만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낮은 분양가'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저렴하다는 3기 신도시에 입주하려면 분양가 5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 중 대출을 제외하고 3040대가 순수 2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 없이는 입주권도 얻을 수 없지만, 정부는 영끌 경고만 나설 뿐 이렇다 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젊은층의 영끌 대출에 대해 경고한 것과는 앞뒤가 안 맞는 분양가를 책정해 놓고는 무리한 대출을 절대 받지 말라는 건 청약 시도 조차하지 말라는 뜻과 뭐가 다른지 의문스럽다. 정부는 '영끌' 경고 보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급 계획과 분양가부터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