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북미대화 대신 남북대화 방안부터 강구해야"
"文, 트럼프 비판...바이든에 대한 영향력 떨어뜨릴 것"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대화 재개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립국처럼 처신하며 미국을 과도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북미 대화 재개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전략이 미국과 북한 모두의 비난을 자초해 동맹국과 적국 사이에서 자칫 한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뉴스핌 DB] |
30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중재는 중립적인 역할이나 중간자 입장을 암시한다"며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동맹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하루빨리 북미가 마주 앉는 것이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은 한미관계를 벌어놓으려 하는데 한국 정부는 북미 간 공정한 역할을 암시하는 중재자를 자임하는 것은 북한의 손에 놀아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남북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북한이 유독 한국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며 대화조차 거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중재자 위치에 있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마저 엉망인 상황에서 한국이 미북 대화를 촉진하기는 극도로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에게 당장의 골칫거리는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이 아니라 어떻게 북한을 한국과 대화하도록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이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 당시 경험했던 근본적 결함이 있는 전략"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을 파괴하는 데 전념하는 정권과 방어하는 데 전념하는 동맹 사이에서 한국이 중개인을 자처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기 원하지 않으면 중개인이 될 수 있지만, 청와대가 동맹을 상대로 그런 방식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접근법은 동맹을 마모시키고 궁극적으로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남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북한의 오랜 정책 목표를 왜 한국이 자국 목표로 세우려하는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최근 문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냈던 것이 거짓임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미 대화나 정상회담을 주선하고 북한의 위협과 모욕을 거듭 축소했지만, 북한은 한국이나 미국 누구와도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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