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심서 긴급조치 위반 무죄, 내란선동·특수공무방해 유죄
"유죄부분 검토할 기록 없어…관련사건 통해 심리여부 판단"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1970년대 시인 김지하(본명 김영일) 씨의 유신헌법 투쟁운동에 연루됐던 고(故) 지학순 주교가 재심에서 여전히 유죄 판결을 받은 내란선동 등 혐의에 대해 다시 판단해달라며 항소했다.
법원은 해당 혐의 부분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며 관련 사건인 김지하 씨에 대한 판결문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1-1부(이승련 엄상필 심담 부장판사)는 9일 지학순 주교의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등 혐의 재심 항소심 1차공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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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변호인은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죄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내란선동과 특수공무방해 등 나머지 범죄사실에 대해 실체적 판단을 하지 않은 법원은 심리미진이 있고 재심 목적에 비춰 나머지도 함께 판단해달라는 취지에서 항소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 주교는 지난해 재심에서 불고지로 인한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내란선동·특수공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재심에서 다시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증거에 따라 유죄가 인정됐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상상적 경합에 있는 공소사실 일부에만 재심사유가 존재하는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아직 없고 고법 판결은 엇갈리고 있어 선례가 없는 사건"이라며 "오래된 사건이고 군사법원 사건이라 이 부분에 대해 심리할 기록이 없어 재판부도 고민"이라고 했다.
이어 "김 씨가 재심에서 이미 무죄를 받았고 과거사 기록이나 재심 기록이 있을테니 변호인께서 판결문 등 자료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을 하시면 법리 판단을 해 보겠다"며 "김 씨 사건에 대한 내란 사건이니 실제로 죄가 있는지 심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관련 사건을 통해 추지(推知)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 주교는 지난 1974년 7월 6일 김 씨 등이 헌법개정을 주장하며 계획한 투쟁운동을 돕기 위해 108만원을 교부하고 이를 정부에 알리지 않아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으로 연행됐다.
이후 그는 명동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에 머무는 조건으로 풀려났지만 "유신헌법은 무효"라며 양심선언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주거지 제한 명령을 위반했다. 또 이를 제지하던 공무원을 밀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 주교는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및 내란선동, 특수공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2018년 3월 "대통령 긴급조치 1·2·4호는 무효이므로 재심사유가 있다"며 지 주교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을 이를 받아들여 재심을 개시했다.
재심 1심 재판부는 "긴급조치 1·2·4호는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유신헌법에 위배돼 위헌이고 현행 헌법에 비춰봐도 위헌·무효"라며 "긴급조치 1·2·4호는 당초부터 효력이 없는 것이어서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내란선동 및 특수공무방해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의 공소사실과 법률적 평가는 하나이지만 죄수는 여러 개에 해당해 다시 실체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유죄를 뒤집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의 행동으로 국가안녕질서 유지에 큰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공무원 폭행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당시 민주화상황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내달 21일 오전 10시2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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