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77명, 제주항공 상대 손배소송 1심서 일부 승소
"연착 방지 노력 다하지 않아…일실수입도 인정해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항공기 결함으로 19시간 넘게 필리핀에 발이 묶였던 승객들이 1심에서 인정된 70만원의 배상액이 적다며 항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2부(정진원 부장판사)는 23일 김 씨 등 승객 77명이 제주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
이날 승객 측 대리인은 "1심에서 승객이 근무일에 근무할 수 없었던 점이 인정되지 않았고 최근 1인당 90~100만원까지 배상액이 인정된 판례가 있음에도 적은 금액이 책정돼 항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피고 측은 연체 방지를 위해 노력을 다하지 않았고 연착 발생 이후에도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몬트리올 협약상 면책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정신적 손해를 포함한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주항공 측 대리인은 "몬트리올 협약에 '지연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해당 몬트리올 협약과 관련된 자료를 추후 제출하겠다고 했다.
몬트리올 협약 제19조는 운송인(항공사)은 항공 운송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다만 운송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취했거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경우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지지 않도록 면책사유를 두고 있다.
1심은 우리나라가 가입돼 있는 이 몬트리올 협약 제19조를 근거로 제주항공이 승객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인에게 1인당 70만원, 미성년자에게 1인당 4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승객들이 청구한 하루치 일실수입과 관련해 "예정 도착시간보다 늦게 귀국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날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예측되는 소득을 얻지 못하게 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김 씨 등은 지난 2019년 1월 21일 새벽 3시 5분 제주항공을 통해 필리핀 클락국제공항을 출발, 같은 날 오전 8시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항공기에 연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륙하지 못했고 승객들은 예정보다 약 19시간25분 늦은 같은 날 오후 11시께 대체 항공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왔다.
승객들은 이에 제주항공을 상대로 "위자료 180만원과 하루치 일실수입 190만원 등 총 1억5400만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