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패러다임 전환…완성차 대신 OEM 시대 열려
구글·애플·아마존, 이미 자율주행 연구서 상위권 랭크
플랫폼 기업들, 부품 및 OEM 업체와 공동전선 구축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2020년 말 국내외 업체의 전기차를 둘러싼 새로운 소식들이 연이어 들리면서 자동차 업계는 물론 전자업계까지 함께 술렁인다.
애플이 2025년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소식과 LG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와 손을 잡는다는 발표가 겹쳐지면서다.
오랜 기간 적자가 쌓이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LG전자 VS사업부지만 그룹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서 글로벌 전기차 전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다.
나아가 전기차 시대에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완성차 업체들을 제치고 전기차 플랫폼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든다.
국내 대표적 전자 업체이자 전장 업체들을 계열사로 둔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눈길이 가는 것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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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소니가 개발한 전기자동차(EV) '비전(VISION)-S'의 내부 모습. 2020.07.28 goldendog@newspim.com |
2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전기차 시장 진출 뉴스의 여진이 국내에도 계속되고 있다. 애플카 수혜주로 꼽히는 LG전자 주가는 지난 23일 마그나와의 합작법인 설립 발표 이후 3거래일째 크게 출렁이고 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 교수)은 "애플카 생산 소식은 곧 영역 파괴를 의미한다"며 "아이폰에서 아이카로 전장을 넓히겠다는 것인데 삼성도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이어 "애플카 출시 소식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고 애플로서는 테슬라를 포함한 전기차 업체를 상대로 전쟁을 선언한 것"이라며 "현대차로서도 머리가 복잡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의 문턱이 낮아지는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기차 부품이 모듈화됨에 따라 자동차 생산에 있어 주문자위탁생산(OEM) 방식이 대세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소니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를 통해 프로토타입 자율주행차 비전S(Vision-S)를 공개했다. 이 전기차는 마그마가 만들었다. 소니는 자동차 시장에 직접 진출할 뜻은 없다고 밝혔으나 비완성차 업체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1위 부품업체 보쉬는 올해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버스 'IoT 셔틀'을 선보였고 LG도 자사 디스플레이를 강조한 셔틀형 차량을 선보였다.
아마존은 지난 6월 스타트업 '죽스'(Zoox)를 인수, 이달 초 첫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를 이달 공개했다. 한번 충전으로 16시간을 주행할 수 있으며 최대 시속은 75마일(약 120㎞)이다.
미국에 'GAFA(구글ㆍ애플ㆍ페이스북ㆍ아마존)'가 있다면 중국에는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화웨이)'가 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 SK텔레콤 등 서비스 업체들이 이미 자율주행 전쟁에 발을 담궜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폭스콘이나 마그나를 통해 전기차 위탁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 위탁생산 업체인 폭스콘은 이미 올 10월 'EV계의 안드로이드가 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IT 업체 간 펼쳐졌던 플랫폼 전쟁의 불씨가 이제 전기차 플랫폼 시장으로 불이 옮겨 붙은 셈이다.
향후 부품 업체간 전장 부품의 모듈화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차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들로서도 자사 전기차 플랫폼의 고도화와 효율화에 사활을 걸어야 할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많은 자동차 부품들이 모듈화되어 있다"며 "전기차로 넘어가면 트랜스미션 부품이 거의 사라지게 되고 차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하던 노하우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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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2020.12.28 sunup@newspim.com |
빅테크 기업 사이에선 얼마나 고도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했는가 역시 경쟁 포인트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보다 차를 잘 만드는 노하우를 훨씬 많이 알겠지만 테슬라 만큼 차를 잘 운전하는 노하우는 없는 듯싶다"며 "내연 엔진에서 전기 엔진으로 넘어 가면서 제조 노하우가 덜 필요하게 된 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꾸려졌던 생태계가 무너지고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에선 삼성과 LG의 다음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양사 모두 전장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자동차 업계 진출 가능성에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 반드시 완성차를 출시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와 전장부품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양사가 글로벌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고유의 영토를 개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필수 교수는 "전장 부품이 융합제품이기 때문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 전기차 합종연횡이 보편화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 알고리즘부터 전자·전기 시스템까지 모두 포함되므로 공동 컨소시엄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세력 다툼이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