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트레이더스 덕에 '어닝 서프라이즈'
신세계, 백화점 회복세지만...면세점 발목
온라인 시프트 대응 차이..."4Q도 변동 無"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이마트와 ㈜신세계를 각각 경영하는 '정 남매'(정용진·유경)의 3분기 실적 성적표가 엇갈렸다. 이마트는 온라인 사업 집중 전략이 시장에 적중하면서 '코로나 블루'를 이겨낸 반면 신세계는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에 그쳤다.
4분기도 이들의 실적 변동 수준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의 연결 자회사들(신세계디에프·인터내셔날)이 코로나 악재에 회복 속도가 더디며 온라인 물류 투자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이마트 영업익 30% 쑥...신세계는 컨센서스 밑돌아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 1조2144억원, 영업이익 25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4.2%, 73.8% 감소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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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11.12 hrgu90@newspim.com |
신세계보다 하루 앞서 실적을 발표한 이마트는 3분기 실적으로 매출 5조9077억원, 영업이익 1512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영업이익은 30.1%나 늘어난 수치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실적 증가·감소 방향성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와 비교해도 도드라진다. 이마트의 경우 컨센서스 대비 매출 4.4%, 영업이익 21.1% 높은 수준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반면 신세계는 컨센서스 대비 매출 1.7%, 영업이익 16.9%가 부족한 아쉬운 실적이다.
이마트의 경우 ▲트레이더스 매출 급증 ▲쓱닷컴 손익 개선 ▲전문점 구조조정 효과가 호실적 요인으로 꼽힌다. 할인점인 이마트 자체는 영업이익(114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으나, 트레이더스 영업이익(295억원)이 83.2% 급증했다. 쓱닷컴은 영업적자가 전년 동기 대비 204억원 개선된 31억원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강희석 대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쓱닷컴은 식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 비식품이 21% 증가하는 등 언택트(비대면) 장보기 시장 기대에 부흥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점 사업부는 삐에로쇼핑, 부츠 등 저수익 매장 철수 작업으로 4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61억원을 개선했다.
신세계는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점(작년의 경우 전체 매출의 49%)이 적자 상태(영업손실 205억원)이므로 구조적으로 실적 회복이 힘겨울 수밖에 없다. 매출 규모 3위인 연결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 또한 면세점 채널 화장품 매출 의존도가 높아 영업이익 70억원 기록에 그쳤다. 그나마 양사는 ▲정부의 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 ▲중국향 화장품 매출 증가로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었다.
고단가 추석 선물세트 판매가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의 성장률은 낮았다. 3분기 신세계백화점은 전년 동기 대비 44.6% 감소한 영업이익(281억원)을 기록했다. 동일 기간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 감소폭(각각 -27.4%, -25.2%)와 비교하면 느린 회복세다.
◆면세점에 달린 신세계 정상화...4분기 흑자전환 기대
올 4분기까지는 이마트와 신세계의 엇갈린 실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는 온라인 시프트에 대응해 물류 캐파를 확대하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는 ▲면세점 흑자전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광군제'(11월 11일) 실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겠으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이마트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0억원 수준 늘어나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세계는 전년 대비 절반 감소한 97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면세사업 회복 속도가 신세계의 실적 향방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다. 신세계디에프는 4분기 ▲면세품 내국인 판매 및 제3자 반송 장기화 ▲인천공항 임대료 매출 연동제 적용 등 정부 정책의 수혜로 흑자 전환이 예상되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전년과 같은 성과(영업이익 710억원)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장기적으로는 이커머스 성장 국면에서 이마트와 신세계의 희비가 교차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계도 쓱닷컴을 통해 온라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나, 쓱닷컴 전체 매출의 15%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자회사의 경우 신세계인터내셔날만 온라인 채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는 이커머스에 대한 공격적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커머스 성장으로 인한 수혜를 제한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hrgu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