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고객에 매주 샘플 5개 공짜"...초기비용 전액 지원
가맹점 고객 유인 + 본사 고객 DB 확보 '두 마리 토끼'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지난달 국정감사 현장에서 화장품 로드숍 가맹점과의 상생을 약속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새로운 정책 실행에 나선다.
아모레퍼시픽은 연내 전국 아리따움 매장에 '샘플마켓'을 설치할 계획이다. 샘플마켓은 소비자에게 매주 5가지 화장품 샘플 제공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한 '파격 할인 쿠폰'을 줄 수 있는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모객 지원 시스템이다.
샘플마켓 설치를 희망하는 가맹점에겐 단골 고객을 만들 기회가 되고, 본사는 고객의 취향이라는 '세분화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상생 시스템이다.
◆月 신규 고객 등록 30배 '쑥'...가맹점·본사 '윈윈'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샘플마켓 참여를 희망하는 아리따움 가맹점을 모집 중이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25개 매장에서 샘플마켓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11.12 hrgu90@newspim.com |
샘플마켓은 아리따움 오프라인 매장에 설치된 매대다. 아리따움에 방문한 고객은 일주일에 1회 샘플마켓 매대에서 원하는 샘플 5개를 선택해 수령할 수 있다. 미등록 고객은 회원가입을 거치면 된다. 샘플 수령은 제품 구매 여부와는 무관하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가맹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샘플마켓 매대 설치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매대 유치에 필요한 금액은 매장 하나당 평균 230만원 수준이다. 현 아리따움 가맹점 절반(440여개)이 참여한다면 약 10억1200만원의 출혈이 예상된다. 다만 매장 규모가 최소 12평은 돼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 3분의 1 수준 가맹점 참여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파격 지원은 샘플마켓이 본사와 가맹점의 상생을 위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서경배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을 앞두고 아리따움 가맹점과의 상생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의문에는 '가맹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고안하겠다'는 약속이 적혀있다.
샘플마켓 실행에 따라 가맹점은 신규 고객 유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선 고객이 샘플을 받을 때 1회, 샘플 수령 이력을 바탕으로 발급받은 '할인 쿠폰'을 사용할 때 1회가 추가돼 최소 2회 방문을 기대할 수 있다. 샘플마켓 시범 운영 중인 25개 매장은 1달여간 시행 결과 신규 고객 등록 수가 평월 대비 3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 쿠폰이란 아모레퍼시픽이 샘플 수령 고객 A씨의 화장품 선호도를 파악해 모바일로 제공하는 쿠폰이다. 아모레퍼시픽은 A씨가 방문한 기록이 있는 아리따움 B지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쿠폰을 제공, 가맹점으로의 고객 방문을 이끌겠단 계획이다. 쿠폰의 제품 할인율은 '온라인 최저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도 크다. 샘플마켓의 모든 샘플에는 바코드가 표기돼 있어 A씨가 매주 어떤 샘플들을 선택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온·오프라인 고객 DB를 보유하고 있으나, 구매 제품 이력만으로는 고객 개인의 취향을 알기에 제한이 있다.
반면 고객의 샘플을 추적하면 계절, 라인, 제형 등에 따른 선호 제품 데이터를 확보해 개개인에 적합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샘플마켓이 흥행한다면 아모레퍼시픽은 또 다른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고객 체험을 중시하는 회사 방향과도 일치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사진=독자 제공] 2020.11.12 hrgu90@newspim.com |
◆샘플마켓 흥행, 가맹점 참여에 달려..."비용구조 고민"
가맹점과 본사가 윈윈(win-win) 효과를 얻기 위해선 다수의 가맹점의 샘플마켓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가맹점주가 샘플마켓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는 '비용이 든다는 것' 한 가지다. 샘플마켓 매대 설치비와 초기 샘플 구입비는 본사의 지원으로 이뤄지나, 이후 샘플을 주문할 때는 가맹점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아리따움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고객에게 무료 샘플을 제공하는 것인데 왜 유상으로 본사에 샘플을 부문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코로나19로 매달 적자를 보는 매장은 선뜻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범 매장들은 월 20여만원 수준의 샘플을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다. 샘플마켓에 준비된 샘플은 필름형, 용기형, 캡슐형 등인데 평균 80원 수준이다. 고객에게 1회 증정하는 샘플이 5개이므로 125명의 고객이 매주 방문해 총 500회 수령하는 셈이다.
또 다른 아리따움 가맹점주는 "떨어지는 샘플마다 보충하면 크게 비용이 안 들 것 같아 샘플마켓 참여를 신청했다"며 "참여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위약금도 없어 지금까지 본사가 제안한 정책 중 가장 가맹점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쿠폰 증정 외에도 샘플마켓 정책이 가맹점에 유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샘플마켓은 아리따움 오프라인 매장에 고객이 더 자주 방문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며 "고객 추가 혜택이 가맹점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실효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 가맹점과의 상생협약 내용 중 일부인 '1개월분 임대료 지원' 및 '특별 환입(반품 수용)'을 모두 완료했다. 임대료 지원은 임대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뿐만 아니라 건물 소유 점주 및 아울렛 입점 점주까지 지원을 확대했다.
특별 환입도 어느 때보다 가맹점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특별 환입을 실시한 올 상반기에는 환입이 가능한 품목을 본사가 지정해 제한적으로 실시했으나, 이번엔 200만원 상당(포스 미등록 제품은 최대 20만원)의 포괄적 환입을 실시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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