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에서 11월 15일까지 개인전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짙은 어둠이 깔린 고요한 숲속, 부엉이 여섯마리가 보이시나요?"
밤마다 들리던 부엉이 울음소리의 잔상을 캔버스에 담은 장재민 작가의 작품 '부엉이 숲'이 학고재에서 14일부터 11월 15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명은 작품명과 같은 '부엉이 숲'이며 장재민 작가가 학고재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이다. 학고재는 국내외 청년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를 꾸준히 개최해 왔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장재민 작가 [사진=학고재] 2020.10.13 89hklee@newspim.com |
'부엉이 숲'은 장 작가의 프랑스 북부지역 브르타뉴 레지던시 경험 중 소재로 한 회화이면서 장 작가의 작업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전시명을 '부엉이 숲'으로 가져온 이유와도 연결된다.
'부엉이 숲'에서 나타나듯 작가의 작품은 강하고 점성 높은 붓질을 자랑하며 반추상적인 풍경화다. '부엉이 숲'에는 여섯 마리의 부엉이가 등장하는데, 독자가 보기에는 쉽게 형태를 알아차리긴 힘들다. 그렇지만, 이 그림을 마주한 이들은 스스로 다양한 감각을 깨울 수 있다. 부엉이의 형태가 뚜렷하진 않아 헤맬지라도, 바람에 흩날리는 부엉이 깃털과 흐리고 어두운 밤의 운치를 경험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 방식은 인상 깊었던 풍경을 떠올리고 이를 다양한 감각으로 전환한다. '부엉이 숲'은 늦은 밤 작업실에 들린 부엉이 울음소리를 기억하고 그린 작품이다.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 시각화하고, 거친 붓질로 다시 촉각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풍경이지만 반추상적이다.
장 작가의 작품에서 밝은 색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이 무채색 계열이다. 작가는 '색'에 집중해 그림을 놓칠까 아쉽다고 했다. 장 작가는 "색채가 우울하지만, 사람들이 잊은 풍경들을 그림에서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스스로 제 감정을 드러내는 걸 거부하는 편이긴 하다"며 "그게 화면에 적극적으로 담지 않아 표현이 답답하고, 몸부림처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제 작업은 붓의 크기와 무게, 물감 정도로 감정을 극복해가는 회화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부엉이 숲 Owl's Forest, 2020,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94x259cm PhotoⓒLim Jang Hwal [사진=학고재] 2020.10.13 89hklee@newspim.com |
또 작가는 손을 뻗으면 보이는 풍경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는 "고집하는 풍경은 손을 뻫으면 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 있는 자연을 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을 디딛는 풍경을 그리려면 제스추어가 특이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붓질을 남다르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걸 상상하면서 이 모습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도시 근교 저수지 낚시터의 풍경을 그린 '저수지 상류'와 작가의 자화상을 그린 '멈춰 서 있는 사람'을 비롯해 24점의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장재민 작가는 2011년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후 2017년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금호미술관과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다방 등에서 개인전을 선보였다. 또 학고재,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파주), 금호미술관, 포스코미술관, 하이트컬렉션 등이 개최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전시장 전경 [사진=학고재] 2020.10.13 89hklee@newspim.com |
2014년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로 꼽혔고 2015년에는 제4회 종근당 예술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제15회 금호 영아티스트 및 포스코미술관 신진작가 공모에 선정돼 주목받았다.
2019년 도멘 드케르게넥 미술관 레지던시 (모르비앙, 프랑스)에 입주했다. 현재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천안)에 입주해 서울과 천안을 오가며 작업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서울), 부산현대미술관(부산), 국립해양박물관(부산)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