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사장단 집합시키곤…민주당 "방향 전환 어렵다"
민주당, 재계 만난다지만…또 '답정너' 가능성 여전해
[편집자주] 산 넘어 산이다. 공정경제 3법에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기업의 경영부담을 가중시키는 반(反)기업법이 홍수를 이룬다. 선진국에도 없는 초유의 법안들이 상당하다.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패권 다툼에 여념이 없는 기업들은 막막한 처지에 내몰렸다고 토로한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현실. 정치권이 재계가 머리를 맞대고 타협점을 찾아야 할 때란 목소리가 높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그동안 논의를 할 만큼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7일 청와대 관계자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의 연내 처리를 재차 시사했다.
재계와 여당 대표가 만나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한지 하루 만이다. 사실상 최후통첩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회를 찾아 설득할 준비를 하고 있던 경제단체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래도 국회를 찾아 우리 목소리를 전할 것"이라며 "여당이 밑어붙인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있지 않은가"라고 기대를 걸었다.
◆ 그룹 사장단 한 자리에 집합 시키곤…민주당 "방향 전환 어렵다"
지난 6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재계의 회동 이전까지만 해도 재계 일각에선 공정경제 3법의 재검토와 속도 조절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었다.
이 자리에는 손경식 경총회장과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장동현 SK 사장, 오성엽 롯데지주사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세번째)와 손경식 경총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간담회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0.06 leehs@newspim.com |
이낙연 대표가 취임한 후 각 그룹 사장단과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그룹을 대표할 수 있는 굵직한 인사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만큼 여당이 그에 걸맞는 회유책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50분 간의 회동에도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관련한 '3%룰'과 관련해 다소 의견 절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 당근의 전부였다.
이 대표는 회동 직후 "기업 우려를 듣고 함께 할 것은 함께 하고 또 부분적으로 보완할게 있으면 보완하겠다"면서 "다만 이 것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방점을 찍었다. 연내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
◆ 강화된 3%룰…경쟁 기업의 스파이가 감사위원으로?
공정경제 3법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감사위원 선출 방식 변경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다. 감사위원회 분리 선출을 보면, 현행 상법에서는 의결권 제한 없이 이사를 먼저 뽑은 뒤 이사 중 일부를 감사위원으로 선출할 때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묶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 선출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해 별도로 선출하도록 한다. 감사위원 선출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은 처음부터 3%로 제한된다.
정부는 사문화된 대주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사문화됐다는 점을 들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나 재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늑대떼 전술'이 등장할 여지가 더 커졌다고 지적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합쳐서 3%룰이 적용되는데 반해 그 외 2·3대 주주는 개별 3%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외국계 펀드 등이 보유 지분을 분산하거나 다른 기관투자자와 규합해 자기 측 인사를 감사위원회에 임명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우리 기업들의 과거 사례를 봐도 득보다 실이 크다.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은 현대차 주식 2.9%를 보유하고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현대차 사외이사로 현대차와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 인사(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를 추천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이 회사는 중국 회사가 최대주주다.
또 2003~2005년 SK와 경영권 대결을 벌인 소버린 자산운용은 보유한 SK 주식 14.99%를 펀드 5개로 쪼개 2.99%씩의 의결권을 행사, 자기 사람을 감사위원에 앉혔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과 관련해 최대주주와 일반주주 간에 역차별이 발생하며, 그렇게 선임된 감사위원회에 내홍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헤지펀드들이 감사위원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선임하는 등 경영권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며 "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옥죄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2020.10.08 sunup@newspim.com |
◆ 민주당, 재계 만난다지만…또 '답정너' 가능성 높아
대선 출마를 위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내년 3월 사퇴한다고 보면, 이 대표는 그 전에 반드시 공정경제 3법을 마무리할 것이란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여당의 질주로 다급해진 재계는 다급하게 지푸라기를 찾고 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도 내부 이견이 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비롯해 공정경제 3법에 찬성하는 기류가 강한지라 재계로서는 막막한 상황이다.
경총을 비롯해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산업연합포럼, 코스닥협회 등 6개 단체는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경총 회관에 모여 공정경제 3법의 국회 처리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경제단체들은 공동 대응 차원에서 단일 건의문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홍보 활동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3법에 대한 공청회를 공동 개최하고 직접 국회를 방문해 법안 처리 보류를 요청할 계획이다.
민주당도 TF를 가동, 산업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 하지만 174석의 민주당이 '답정너' 모드를 유지하면서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상당하다.
이와 관련 민주당 민생경제TF 단장을 맡은 양향자 최고위원은 "오는 15일 쯤 재계 싱크탱크와 민주당 싱크탱크가 만나 의견을 정리한 뒤 추후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국민께 설명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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