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까지 전환 안돼…북핵 위협 너무 커져"
버웰 벨 "北 비핵화 검증 때까지 완전히 보류해야"
"北 핵무기 대응, 미국이 전쟁 주도할 권한 가져야"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전직 주한미군사령관들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오판할 경우, 한국의 안보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이 가지고 있는 전작권과 관련, 한국 정부에 넘기는 시기(2022년)를 좀 더 뒤로 미루자는 주장이다. 북핵 위협이 너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한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17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전작권을 한국에 넘기기 위해서는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돼 더 이상 핵무기를 갖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하다"며 "이런 조건이 충족될 때 까지 한국의 준비태세 등 다른 전작권 전환 조건은 상관이 없다는 게 나의 견해"라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인 2022년 5월까지 전작권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이후 2022년 5월에서 '가능한 조속한 시기에'라는 것으로 목표를 일부 수정했지만, 임기 내 가능한 전작권 전환을 완료하겠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2022년 5월까지는 이제 불과 1년 8개월 남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장면. [사진=노동신문] |
◆ 버웰 벨 "북한 상대 재래식 전쟁은 한국·핵전쟁은 미국이 주도? 지휘권 분열 일어날 것"
벨 전 사령관은 기존에 "한국과의 전작권 이양 논의를 영구적으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는데, 이날 입장도 기존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벨 전 사령관은 이날도 "전작권 전환이 늦춰져야 할 뿐 아니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완전히 보류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벨 전 사령관은 "내가 주한미군사령관으로 복무한 이래 한반도 안보 환경이 급격히 변해왔다. 북한은 한국과 역내를 모두 겨냥하는 운용 가능한 핵무기를 갖게 됐다. 오늘날 북한은 전쟁 발발 시 서울과 대도시권을 포함한 한국 내 어떤 목표물에 대해서도 핵무기 공격을 할 준비가 됐고, 일본과 동북아시아 지역 어디에도 같은 종류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도발적이고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에 맞서 미국이 전쟁을 주도할 권한을 유지하는 것이 100% 필요하다"며 "미국은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을 상대로 한국은 재래식 전쟁을 주도하고 미국은 핵무기 관련 노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전쟁 발발 시 군의 지휘 계통과 국가의 지휘권에 분열을 일으킬 것"이라며 "북한이 핵으로 무장한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실행에 옮기려는 한국 정부의 어떤 노력도 위험하고, 아마도 무모한 행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맞서 지휘권과 노력의 통합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병력과 군사력에 대한 전작권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3대 한미연합훈련 중 하나인 독수리 훈련이 이뤄지는 모습. 지난해 3월 한미 양국은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패트릭 샤나한 당시 미국 국방장관 대행 간 전화통화를 통해 키 리졸브 연습, 독수리훈련, 을지프리엄가디언 연습 등 3대 한미연합훈련의 종료를 결정했다. 대신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을 조정한 새 한미연합지휘소연습 '19-1 동맹연습'이 지난해 3월 4일부터 12일까지 실시됐으며, 다른 훈련들도 새로운 형태의 연합연습 및 훈련들로 대체돼 연중 실시됐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존 틸럴리 "북핵·미사일 위협 너무 커져…전작권 전환, 많은 조건 평가해야"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했던 다른 퇴역 4성 장군들도 위험 수위가 크게 높아진 한반도 안보 환경에 대해 우려하며 전작권 전환 시기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한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내가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낼 때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됐지만,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심각하게 커져 상황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며 "전작권 전환에 앞서 군사 역량, 준비태세, 군사 기술, 자원, 위협 요소, 지휘권 통합, 지휘·통제·통신체계(C4I), 상호운용성, 한반도 안보 등 많은 조건이 평가돼야 한다. 만일 전환 시기를 오판할 경우 한국민들의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에서 복무한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 요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조건부 전작권 전환 계획을 기반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택=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에 위치한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 본청 |
◆ 전 주한미군사령관들, 주한미군 중요성에도 공감 "전쟁 억지·평화 유지 역할"
한편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은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고 자유의 가치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부, 유엔군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의 역할은 현재나 미래나 변함이 없다"며 "공격을 저지하고, 필요하다면 싸울 준비를 해 승리를 거두며, 한국의 안보와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것이 그 역할이다. 아울러 휴전협정을 유지·이행하고 한국민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주한미군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벨 전 사령관은 "주한미군은 핵무장한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일으키는 것을 저지하고, 억제력이 실패할 경우 미국의 가까운 동맹인 한국과 함께 북한의 군사력과 정부를 모두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벨 전 사령관은 이어 "뿐만 아니라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노력 역시 주도한다"며 "중국이 한국에 대해 강압적 태도를 취하거나 군사적 모험주의를 추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또한,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굳건한 동맹국 파트너로서 행동하고 두 나라 간 오랜 적대감을 희석하는 선의의 완충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서먼 전 사령관은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의무를 계속 이행할 것이고, 여기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전쟁을 막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용어설명>
*전시작전통제권 : 전시에 군대를 총괄적으로 지휘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각 나라는 평시 때 군대를 총괄적으로 지휘, 통제하는 권한인 평시 작전권과 전시 작전권을 갖는데, 예외로 현재 대한민국만은 전시 작전권을 한미연합사령부에 이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 전작권을 임기 내인 2022년 5월까지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