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과 시너지 내고 유통+IT 접목한 新영역 확장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은 유통업계가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생기업을 발굴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스타트업 지원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쳐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주요 유통기업 스타트업 투자 현황. 2020.08.10 hj0308@newspim.com |
◆"2030에 익숙한 스타트업과 협력"...롯데·신세계 별도 법인 설립 투자 강화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도 유통 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기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낸다거나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도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시로 2016년 설립한 롯데액셀러레이터를 통해 120개사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주로 O2O, 핀테크, 물류, 유통, 인공지능, 로봇, 하이테크 등 미래산업 분야다.
최근 롯데엑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 후속 투자 유치와 사업 연계를 돕기 위한 '엘캠프 온라인 데모데이'를 열었다. 엘캠프는 신생회사를 선발해 2000만~5000만원의 창업지원금과 자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원한 스타트업만 120곳에 달한다.
롯데엑셀러레이터가 지원한 엘캠프 출신 스타트업 72개사의 경우 기업가치는 1748억원에서 7010억원으로 4배 가량 성장했고 직접 고용규모도 426명에서 948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달 첫 벤처캐피탈 자회사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신설했다. 대표이사는 신세계디에프와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신사업을 맡아 온 임승배 전무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100억원을 출자하고 신세계가 60억원, 신세계센트럴시티가 40억원을 출자해 설립됐다. 신세계그룹은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통해 미래 먹거리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 사업인 유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진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투자 1호 기업도 패션 쇼핑앱 '에이블리'를 운영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다. 신세계는 에이블리에 3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CJ그룹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으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오벤터스(O!VentUs, Open+Venture+Us)'를 운영 중이다. 오벤터스는 우수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을 발굴해 CJ그룹 내 계열사와 공동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한다. 현재 3기 참가 기업을 모집 중이다.
공모분야는 △푸드테크 △물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그룹공통 등 총 5개로 최대 8곳의 기업을 선정해 팀 당 1000만원의 사업화지원금을 지원한다.
CJ그룹은 '오벤터스'를 중심으로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올 상반기 270여 기업을 지원했다. 지난해 말 기준 235명의 신규 고용창출 110억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이재훈 CJ 상생혁신팀 팀장은 "AI/빅데이터 기반 라이프스타일 혁신을 함께할 스타트업과의 유기적인 협력모델을 통해 동반성장 기회를 지속 모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계열사 참여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법인형 엔젤투자자로 선정된 하이트진로의 경우 최근 스타트업 투자 확대에 나섰다. 지난 5월 반조리 가정간편식을 판매하는 '아빠컴퍼니' 지분 투자에 이어 리빙테크기업 '이디연'과 스포츠 퀴즈 게임 회사 '데브헤드'를 투자처로 선정한 바 있다.
◆유통街 단순 투자 넘어 스타트업 실행력·번뜩이는 창의력 학습
코로나19 위기 상황에도 유통업체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새로운 먹거리가 생존을 위한 필수란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다.
대규모 조직인 기업에 비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에는 소규모인 스타트업의 실행력과 창의력이 앞설 수 있다.
내수 침체와 빠른 소비 행태 변화로 기존 업체들의 성장이 정체된 만큼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도 투자를 늘리는 이유다. 유통업계에도 IT기술 접목이 늘고 있어 해당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정부가 최근 경기 부양책으로 대기업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소유를 허용키로 하면서 기업들의 투자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주사의 CVC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지분과 외부자금 조달, 투자처 관련 제한을 두고 이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 자기자본의 200% 이내 차입이 가능하고 펀드를 조성할 때 외부자금은 조성액의 40% 범위 안에서만 조달할 수 있다. 펀드 조성시 총수일가, 계열회사 중 금융회사로부터의 출자는 금지한다. 총수일가 관련 기업, 계열회사, 대기업집단에는 투자할 수 없다. 정부는 연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 허용을 입법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 롯데, CJ 등 유통 대기업들은 모두 지주회사 밖에 CVC를 별도로 설립해 운영 중이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아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신세계를 대신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주축으로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벤처 투자는 단순 투자 목적보단 사회공헌과 연계한 활동이나 신사업으로 확장 가능성을 염두해 진행하고 있다"면서 "단기적 성과를 거두긴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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