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에도 아이스크림 매출 부진…지난달에는 일부 감소키도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빙과업체들이 올해도 성수기를 놓칠 위기에 처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예고됐던 폭염 대신 선선한 날씨와 장마가 이어지며 매출 반등이 어려워진 것. 빙과업계는 선택적 마케팅을 통해 마지막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2015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오프라인 소매점 포스 매출) 집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빙과류 누적 매출액은 1조4252억원으로 2년 전인 2015년 2조184억원에 비해 약 30% 급감했다.
◆역대급 폭염예고에 시장 재편까지…출발은 좋았다
사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출발 분위기가 좋았다.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는 6월부터 역대급 폭염이 예고돼서다. 기상청은 지난 5월 올여름(6~8월) 기온이 평년(23.6도)보다 0.5∼1.5도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일수도 평년보다 2배 이상 많은 20~25일로 전망했다.
여기에 지난 3월 말 업계 2위사인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결정하면서 시장 내 경쟁은 더 치열질 것으로 보였다. 빙그레가 해태 점유율까지 가져가면 롯데계열(롯데제과·롯데푸드)과 양강 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기준 지난해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은 롯데제과 28.6%, 빙그레 26.8%, 롯데푸드 15.6%, 해태 14.3%다.
실제 움직임도 바빴다. 빙과업체는 기존 주력 제품을 활용한 스타 마케팅부터 프리미엄 제품 강화, 유통 채널 확대 등 성수기 준비를 마쳤다. 일례로 빙그레는 '끌레도르' 모델로 배우 김태희를 발탁하고 '슈퍼콘' 광고모델로 트로트 가수 유산슬(유재석), 영탁 등을 기용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늘어난 집콕족들을 잡기 위한 유통채널 확대에 공을 들였다. 롯데제과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나뚜루를 한 달에 한 번 집으로 배달해주는 '월간 나뚜루' 서비스를 론칭했고 롯데푸드는 '라베스트'를 홈쇼핑에서 판매했다.
◆전년 대비 매출 감소 확률 높아…축소 또는 주력 상품만 '선택적 마케팅'
하지만 들인 공에 비해 성과는 저조했다. 날씨가 크게 덥지 않고 장마가 계속되는 등 외부 방해 요소가 많았다. 이에 대다수 빙과업체는 올 7월 매출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달 빙과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잠시 폭염이 이어졌던 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전체 성장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롯데푸드 역시 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하락했다. 롯데푸드 측은 "하락폭이 큰 건 아니지만 작년에도 날씨가 덥지 않아서 매출이 좋지 않았는데 더 떨어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롯데제과도 같은 기간 매출액이 감소, 또는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8월 전망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이번에도 날씨가 발목을 잡는다. 부산 등 장마가 끝난 일부 지역에서 무더위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대다수 지역에 비가 쏟아지고 있다.
기상청 중기 예보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강원·영서 등에는 오는 13일까지 비가 내린다. 수도권의 경우 강수 확률도 높다. 7일 오후(70%)를 제외하고 모두 80~100% 확률로 비가 온다. 상대적으로 강수 확률이 낮은 전라도 역시 흐린 날씨가 이어진다는게 기상청 예측이다.
[사진=기상청 중기 예보 화면 갈무리] 2020.08.03 jjy333jjy@newspim.com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빙과업체 입장에서는 미리 계획했던 프로모션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장마가 이어진다면 홍보를 해도 효과가 크지 않아 오히려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내놓은 방안이 선택적 마케팅이다. 관련 마케팅을 축소하거나 매출 상승 가능성이 있는 제품 마케팅에 힘을 쏟는 식이다.
빙그레는 가정에서 수요가 많은 디저트 아이스크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8월에도 비가 올 예정이라 아이스크림, 특히 야외활동 때 많이 먹는 쭈쭈바류의 매출 감소폭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지난달 매출을 보면 엑셀런트, 끌레도르 등 디저트용 아이스크림은 성장세를 보였다"며 "장마가 이어진다는 가정하에 디저트용 아이스크림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서 매출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푸드의 경우 예정된 프로모션 등 마케팅 활동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서 매출이 늘어날 거라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날씨가 흐리면 빙과류는 홍보가 힘든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프로모션을 해도 확산력이 크지 않고 지금도 그런 부분을 느끼고 있다. 새롭게 예정된 것도 향후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진행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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