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500명대→2020년 1000명대 '뚝'
업무강도↑ 월급봉투↓...억대 연봉 옛말
증권사 수익구조 변화도 주요 원인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증권가의 꽃으로 불리던 애널리스트들이 자의 반 타의 반 금융투자업계를 속속 떠나고 있다. 억대 연봉을 호가하던 애널리스트들의 처우도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격무 환경 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증권사들은 애널리스트 수련생 격인 리서치 어시스턴트(RA)의 이탈을 막는 데 급급할 지경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금투협에 등록된 애널리스트는 총 1072명이다. 지난 2010년 1500명을 웃돌던 것에 비하면 약 30%나 줄어든 수치다. 증권사 별로는 NH투자증권이 119명으로 가장 많고 ▲신한금융투자 71명 ▲삼성증권 69명 ▲KB증권 61명 ▲미래에셋대우 59명 ▲한국투자증권 50명 ▲하나금융투자 50명 등이 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애널리스트는 지난 2017년 1100명대로 급감한 이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다만 국내 증권사의 경우는 그래도 상황이 양호한 편이다. 맥쿼리증권,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등 외국계 증권사 10여곳은 애널리스트 수가 한자릿 수에 머물고 있다. 애널리스트가 없는 증권사도 11곳에 달한다.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였던 애널리스트들이 짐을 싸는 대표적 이유로는 높은 업무강도는 여전한 반면 월급봉투가 줄어든 점이 꼽힌다.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공식적인 업무 시간'은 줄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여전하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불만이다. 주 52시간 시행 이전 애널리스트들은 통상 오전 6시 이전에 출근해 밥 먹듯 야근에 시달렸다. 당시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오전 6시에만 출근해도 소원이 없겠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였다.
최근에는 리서치센터 내에서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거나 정시 퇴근을 독려하는 곳도 있다고 하지만 퇴근 후 집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 애널리스트들이 부지기수다. 한 애널리스트는 "퇴근 시간이 빨라지더라도 처리해야 할 업무량은 그대로인 탓에 집에서도 아내 눈치를 보며 일하고 공부하고 있다"며 "적어도 업무량에 있어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건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연봉도 애널리스트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2010년만 해도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연봉이 10억원을 웃돌았으나 지금은 5억원을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의 10년차 이상 애널리스트는 돼야 간신히 2억원을 웃도는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소형 증권사의 8년차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RA를 거쳐 애널리스트로 데뷔하면 시작부터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시절도 있었다는데 이제는 옛말이 됐다"며 "요즘은 데뷔 직후 연봉 6000만원을 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업계의 수익 구조가 변하면서 증권사 내 애널리스트들의 입지도 예전같지 않다.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은 주식 위탁 매매(브로커리지)였으나 최근에는 투자은행(IB)이나 자산관리(WM)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주요 고객인 기관투자자들도 대체 투자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영향력도 점차 약해지는 모양새다. 증권사 내에서는 리서치센터를 두고 '비용부서'라는 뒷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리서치센터는 모든 신입사원들의 희망부서 1순위였는데 이제는 그 인기도 시들해졌다"며 "많은 증권사들이 애널리스트를 주요 수익원인 IB나 WM 부서로 이동시킬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