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네이버·셀트리온 3~5위...카카오 10위권 안착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사 중 7사가 제약·바이오株
전문가들 "성장주 중심 재편...투자자 선호 이어질 것"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올해 상반기 국내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맞먹는 변동성 장세가 전개됐다. 2월 중순까지 2200선을 상회하던 코스피 지수는 3월 이후 코로나19 판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되자 1400선 중반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이후 가파른 'V자' 반등에 성공하며 판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이러한 시장 움직임은 곧 업종과 종목 간 주가 차별화로 이어졌다. 당장 시가총액 상위주를 구성하는 종목들도 희비가 엇갈리며 연초 대비 순위 변동이 급격히 이뤄진 모양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금요일 미국 주요 지수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여파로 2%대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29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9.11p(1.36%) 하락한 2,105.54으로 출발했다. 또한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70p(0.89%) 내린 743.88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2020.06.29 leehs@newspim.com |
◆카카오 첫 10위권 진입...네이버 시총 규모 30조→44조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폐장 이후 이날 오전까지 유가증권시장 시총순위 상위 10위권에 새롭게 포함된 종목은 삼성SDI, 카카오, 삼성물산 등 3곳이다.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코스닥시장의 경우 셀트리온제약, 알테오젠, 씨젠, 에코프로비엠, 제넥신 등 절반이 새로운 얼굴로 교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상반기 시총 상위권의 최대 화두로는 언택트·바이오 업종으로의 헤게모니 변화가 첫 손에 꼽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종목은 카카오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15만원대로 20위권 밖에 머물렀던 카카오는 올 들어서만 80% 이상 급등하며 지난 23일 기준 28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코스피가 단기 조정을 겪고 있음에도 27만~28만원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카카오가 시총순위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17년 코스피 이전 상장 이후 처음이다.
카카오와 함께 언택트(비대면) 주도주로 분류되는 네이버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시총순위 4위를 유지했다. 절대 순위는 변함없지만, 18만7500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현재 26만원대에서 거래되며 시총액이 30조원에서 44조원까지 확대된 상태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이커머스나 테크핀, 만화·게임 등 사업 전 분야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라며 "네이버는 코어 밸류(Core Value)인 네이버쇼핑을 중심으로 한 락인(Lock-In) 전략,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테크핀 부문이 향후 성장성의 핵심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스닥, 시총상위권 신규 진입 종목 모두 '바이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대감을 반영한 바이오 업종의 강세도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나란히 상위 5위권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회계부정 이슈로 지난 2018년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총 규모 50조원을 돌파하며 네이버를 제치고 3위에 올랐고, 셀트리온 역시 42조원까지 상승해 네이버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바이오 업종의 승승장구가 이어졌다.
작년말 이후 시총순위 상위 10위권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셀트리온제약과 알테오젠, 씨젠, 에코프로비엠, 제넥신은 모두 바이오 업종으로 분류된다. 제넥신과 10위를 다투는 휴젤 역시 의약품 전문기업임을 감안하면 상반기 코스닥 지수는 사실상 바이오 종목들이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오 강세는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와 함께 '동학개미운동'으로 요약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확대, 한시적 공매도 금지 등 잇따라 호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지난 2년간 주가를 압박하던 국내 업체들의 연구개발(R&D) 비용 문제가 조금씩 성과로 이어진 것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코스닥 지수가 코스피보다 더 빨리 회복하고, 폭락 전보다도 오히려 상승한 것은 코스닥 내 건강관리 섹터 비중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의 적극적인 투자와 공매도 금지 외에도 2015년부터 시작된 파이프라인의 성과도출,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급등으로 관련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강해진 것이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전통株의 몰락...현대차·모비스·포스코 등 10위권 밖으로
반면 이전까지 시총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던 기존 종목들은 대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철강, 금융 등 전통의 대형주들은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부침을 겪는 모습이다.
올해초까지 시총순위 6, 7위에 올랐던 현대차,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 부진 여파로 각각 11위, 15위까지 하락했다. 10위였던 포스코는 17위, 은행주를 대표하는 신한지주, KB금융도 12위, 13위에서 19위, 18위로 뒷걸음질쳤다.
이에 대해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총 상위에 포진했던 자동차, 철강 등 전통적 제조업 대신 제약·바이오, 인터넷, 전기차 등 성장주 중심으로 주도주가 바뀌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에 따른 막대한 유동성 유입 외에도 차별화된 성장이 나올 수 있는 언택트 관련 기업들에 투자자 선호가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은택 KB증권 스트레지스트(Strategist)도 "국내증시 시총상위 10위권을 살펴보면 반도체, 바이오, 인터넷, 2차전지가 차지하고 한 시대를 풍미하던 중후장대 업종 및 금융, 통신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며 "특히 삼성전자 외에 시총 2~4위 종목이 성장주 중심으로 재편된 것을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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