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임대료 0원도 적자...영업료율 낮춰라"
다급해진 인천공항, 신세계·현대百에도 SOS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4개 구역 계약 연장을 놓고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협상을 벌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4기 사업자 선정에 차질을 빚은 인천공항공사는 계약 연장시 매출 연동 임대료를 적용하겠다고 한 발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3기 사업자들은 임대료 0원을 내더라도 연장 운영은 적자라며 추가 할인을 요구했다.
◆업계-공사, 이번주 매일 실무자 협상 중..."연장 조건 녹록치 않아"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라, 롯데면세점 및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들은 금주 실무자 미팅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1터미널 3기 사업자 계약 연장안이 확정된 이후 매일 실무자선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6.23 hrgu90@newspim.com |
지난 8일 공사는 3기 사업자들(롯데, 신라, SM, 시티플러스)에게 계약 연장을 제시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업체들이 "연장 기간 동안 임대료를 매출에 연동해 내게 해달라"는 등의 조건을 제시했고 지난 19일 공사는 이를 수용키로 확정했다.
현재 협상 안건은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내더라도 품목별로 몇 퍼센트(%)로 계산을 할 것인지가 문제다. 공사 기준에 따르면 화장품, 패션잡화, 주류 등 판매 품목별 영업료율은 모두 다르다. 평균적으로 매출의 30~40% 수준이나, 화장품과 향수(DF2)는 이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영업료율을 높은 수준으로 적용한다면 면세점 측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평상시의 10% 수준 매출을 올리는 상황에서는 임대료를 아예 안 내더라도 인건비가 나가기 때문에 사실상 적자"라고 말했다.
매출 연동 방식으로 임대료를 계산하지만 완전히 변동 임대료인 것도 아니다. 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고정 임대료+변동 임대료'로 구성돼 있다. 공사는 계약 연장시 변동 임대료에 해당하는 비율을 기존보다 늘린다고 제안했지만, 고정 임대료 부분에 해당하는 사무공간 임대료 및 상품보관비는 그대로 납부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 계약 연장을 고려하는 데는 철수 비용을 당장 아낄 수 있다는 점과 4기 사업자 선정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 뿐이다"라며 "적자가 심각한 업체들은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나가는 게 이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대기인원 상태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06.23 hrgu90@newspim.com |
◆4기 사업자 선정에 최대 6개월?...공사, 사상 초유 사태에 '발동동'
현재 인천공항 T1 입점 3기 면세사업자들의 계약 연장 기간은 최장 6개월로 언급되고 있다. 공사가 4기 사업자를 선정하는 데 6개월 남짓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리다.
후속 사업자의 입점이 늦춰지면서 1~2개월 연장이 된 적은 있으나 6개월 공백은 사상 초유의 사태다. 지난 2018년 롯데면세점은 T1 면세사업권을 포기하면서 후속 사업자인 신세계면세점의 입점이 지연되자 1개월가량 매출 연동제로 계약 연장을 진행한 바 있다.
다급해진 공사는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백화점면세점에도 구호 신호를 보냈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이 재입찰 구역(DF2~4, 6) 연장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들이라도 임시로 운영해 영업장 공백 사태를 막아주길 바라는 셈이다. 신세계면세점은 DF1과 DF5 구역에 2023년까지 계약돼 있으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DF7 4기 사업자다.
하지만 차선책으로 거론된 이들 사업자도 임시 운영에 우호적일 가능성은 적다. 신세계는 2018년 롯데가 포기한 사업권을 넘겨받을 때 경쟁사 대비 20% 이상의 높은 고정 임대료를 적어내 손해가 막심한 상태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DF1 및 DF5 철수설까지 거론됐다.
면세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현대 역시 지난 1분기 19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선뜻 추가 운영을 계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9월 인천공항점 오픈을 앞두고 입점 브랜드를 선정 중인 상태"라며 "인천공항공사와 임시 추가 운영 논의가 오갔지만 현재로써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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