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핌] 김용석 기자 = 슝~ 콰과광, 철썩...
13일 새벽3시 창밖, 귀청을 때리는 굉음에 잠을 깼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난 새벽4시 쌀알을 튀기는 듯한 소리의 굵은 빗방울이 창가를 때렸다.
숙소 창가의 빗방울과 제주 시내 전경. [사진= 뉴스핌] |
오전6시께 제주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 비는 소강상태다. [사진= 뉴스핌] |
예고됐던 때이른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이 사이를 간간히 엠블런스 소리가 뚫고 지나갔다.
주말 전국에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제주도를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50mm의 매우 강한 비와 함께 매우 많은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는 폭우 예보였다. 새벽 4시10분 제주도(추자도)에는 호우특보가 발효됐다.
기상청 사이트엔 거대한 비구름이 한반도 남부 지방과 제주도를 훑고 지나가는 모습의 강수 예측 영상이 보였다.
기자는 KLPGA '제14회 에쓰오일 챔피언십'을 취재하기에 제주도에 왔다. 1라운드 경기가 열린 전날엔 흐린 가운데 간간이 이슬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환한 얼굴로 인터뷰하는 최혜진. [사진= KLPGA] |
KLPGA 에쓰오일 챔피언십이 치러지고 있는 제주시에 위치한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에 자욱한 안개가 깔려 있다. [사진= 뉴스핌] |
첫날 단독 선두를 달린 최혜진(21·롯데)의 말이 떠올랐다. "비에 젖는 것은 사실 큰 문제 없어요. 바람이 어떨까봐 걱정이에요"...
숙소의 창가엔 비를 부르는 강한 바람 소리와 함께 파도 소리가 더불어 났다. 숙소는 제주시다. 해안가에서 다소 떨어져 있지만 올 첫 장마 예보의 위력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문득, 10여년전 울릉도에 갔을 때의 기억이 났다. 독도 취재 목적으로 당초 4일 일정을 잡아 떠났다. 하지만 태풍으로 인해 1주일을 갇혀있는 등 총10일을 보냈다. 오징어로 유명한 곳이지만 고깃배가 안 떠 구경도 못했다. 태풍 때문이었다. 물론 회도 한 접시 못 먹었다.
오전6시가 되자 잠잠해졌다.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 소리와 함께 언제 그랬냐는 듯 제주 시내는 평온을 되찾았다.
KLPGA는 골프에도 기상 컨설팅을 도입했다. 대회 전날 에쓰오일 챔피언십대회의 비와 바람 등 여러 변수등을 고려, 153야드가 줄어든 6336야드로 코스를 변경했다.
그리고 13일 오전7시 티샷을 11시로 변경했다. 사유는 짙은 안개와 대회장 30km 인근 낙뢰다. 상황에 따라 추가 변동 사항들도 발생할 수 있다.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인 비는 오전7시가 넘자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골프는 대표적인 멘탈스포츠다. 프로야구나 축구처럼 한번에 끝나는 것과는 달리 사흘이나 나흘내내 경기 감각과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골프는 인생을 닮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지난해 극적인 역전승으로 이 대회 정상에 오른 최혜진이 비바람을 이겨내고 바람대로 2연패에 성공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주 바람, 비, 안개 보다 더 어려운 건 자신과의 싸움이다.
선수 출입구 앞에 설치된 코로나19 확산 방지 안내 입간판. [사진= 뉴스핌] |
finevie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