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복용했을 때 10만명 중 1명에서 암 발생할 수준"
[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국내 유통중인 '메트포르민' 성분 당뇨병 치료제에서 발암물질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검출됐다. 앞서 2018년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 지난해 '라니티딘'에서 발암물질이 나와 파동을 빚었던 바 있다. 다만, 발암물질이 검출된 제품 수가 적고 인체에 유해할 위험성도 낮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2020.05.26 allzero@newspim.com |
◆ 메트포르민 성분 당뇨병치료제 31개 제조·판매 중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 유통중인 '메트포르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288개 중 31개 품목이 NDMA 잠정 관리기준을 초과했다며 제조·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메트포르민은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에게 처방하는 1차 치료제다.
이번 조치에 따라 26일 0시부터 메트포르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는 의료기관, 약국에서 처방·조제되지 않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을 통해 처방·조제가 차단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정지했다.
◆ "장기 복용한 환자도 암 발생 가능성은 낮아"
당뇨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국내 26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번에 제조·판매된 의약품을 장기복용한 환자도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했다.
식약처의 인체영향평가결과 이 약물을 복용해 추가로 암에 걸릴 확률은 '10만명 중 0.21명'에 불과했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따르면 10만명 중 1명에서 추가로 암이 발생할 경우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복용중인 환자가) 의사나 약사의 상담 없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라며 "재처방을 희망하는 환자는 해당 의약품의 복용여부 및 재처방 필요성을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메트포르민 의약품을 복용하는 환자의 발암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하고 있다. 발암 위험보다 처방받던 치료제 복용을 중단할 경우 혈당이 높아져 환자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당뇨환자의 80%(240만명)가 메트포르민을 복용중인 것으로 추산됐다.
전숙 경희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메트포르민의 발암 위험은 70년간 복용했을 때 10만명 중 한 명에서 나타나는 수준"이라며 "발암이 우려돼 약을 끊는 경우 혈당이 갑자기 높아져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 메트포르민 매출 규모 230억원 규모…라니티딘 10% 수준
인체 유해위험이 낮은 데다가 품목이 31개에 그쳐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발사르탄이나 라니티딘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이유는 메트포르민의 원료의약품이 아니라 국내 완제의약품 제조 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치료제 175개 품목에 대해 제조 및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지난해 판매·수입·제조 중지 처분을 받은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은 269개다.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의 경우에는 원료성분에서 NDMA가 초과 검출됐었다. 이와 달리, 메트포르민은 완제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돼 식약처도 제조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 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판매 중지된 메트포르민 의약품의 지난해 원외처방액은 약 230억원이다. 지난해 JW중외제약의 '가트메트'가 90억원, 한올바이오파마의 '글루코다운오알'이 80억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앞서 판매 정지가 됐던 발사르탄은 900억원으로 추산됐다. 메트포르민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라니티딘 매출 규모는 2300억원으로, 메트포르민은 약 1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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