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증·우울감·분노…코로나19가 만들어낸 정신적 고통 호소
"활동량 적어지면서 우울감 느껴…홈트레이닝 등 실내 활동량 늘려야"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 직장인 유모(29) 씨는 최근 부쩍 우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유씨는 "마스크를 쓰고 모니터를 보며 일하다 보니 더 쉽게 피곤해지고 두통도 있다"며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며 재충전을 했는데 일상이 깨지면서 더 피곤하고 급격한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종식 상태를 향해 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이태원 클럽발 확산으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지친 시민들이 일명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차례나 연기됐던 개학이 시작된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창덕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등교를 하며 체온을 재고 있다. 2020.05.20 pangbin@newspim.com |
20일 경기연구원이 지난달 전국 17개 광역시도 15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다소 불안하거나 우울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5.7%에 달했다. 정도가 '매우 심하다'고 답한 비율도 1.8%였다.
지난 1월 말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는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일과 2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용인 66번 확진자로 사실상 코로나19 2차 웨이브가 시작되면서 무력감과 답답함,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데다, 밀폐된 공간인 노래방이나 체육관 등도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해외여행도 계획할 수 없게 됐다.
이모(30) 씨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마스크 착용도 답답하게 느껴진다"며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계속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치민다"고 했다. 정모(33) 씨 역시 "휴가 기간이 다가오지만 해외에도 나갈 수 없이 집 안에만 갇혀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울하다"며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코로나19 때문에 야외활동을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트라우마 확산, 즉 멘탈데믹(mentaldemic)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트라우마로 발전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집에서라도 활동량을 늘리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집에서 오랜 기간 지내다 보니 활동량이 적어지고, 기존에 하던 생활을 하지 못하면서 만나는 사람도 적어지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코로나19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TV 등을 시청하는 것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홈 트래이닝 등을 찾아 적극적으로 움직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제일 많이 느끼는 감정은 불안이었는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울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는 재난 상황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코로나19로 물리적 거리는 두더라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등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인 네트워크는 놓지 않으면서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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