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유고설 소동으로 한반도에 상시 존재하는 자본유출 리스크가 부각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김정은 건강 상태를 비롯한 북한 내부 사정은 미국 정보기관조차 입수하기 힘들고,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나 시장에 떠도는 추측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는 숙명적으로 불확실성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조선중앙TV는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준공식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재룡 내각총리, 박봉주 당 부위원장 등 노동당 간부들도 동행했다. 한편 이번 김 위원장의 공개행보는 지난달 11일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뒤 20일만이다. 김 위원장은 같은 달 15일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아 건강이상설, 사망설 등 각종 설이 제기됐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5.02 noh@newspim.com |
김 위원장이 비료공장 시찰로 20일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그의 건재가 확인되기 전까지, 현대엘리베이터와 리조트 운영사 아난티 등 북한 개방 관련주들은 극심한 매도세에 시달린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항공우주산업 등 방산업체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애널리스트들과 펀드매니저들은 이러한 증시 움직임이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세를 추적하는 현지 개인 투자자들이나 단기 모멘텀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유고설은 코스피 지수의 대형 기술주들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삼성과 LG 등 대기업과 현대 등 자동차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고 FT는 진단했다. 북한과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전무하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국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들조차 언론 보도 혹은 스팀슨센터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미국 싱크탱크들이 '38노스' 및 '비욘드 패럴렐' 등 북한 전문사이트를 통해 제공하는 위성사진 분석 자료에 의존해 북한 정보를 얻고 있다.
무디스의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불완전한 정보에 의존해 최고의 분석을 내놓으려 애쓰지만, 북한을 향한 망원경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제대로 된 시야를 확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의 협력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제한적"이라며 "우리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강조하지만 한국 정부는 언론이 보도한 근거없는 정보에 기반해 국가등급을 결정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치의 제러미 주크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국가 및 기업 신용등급은 정확히 수치에 기반해 결정되지만, 북한 리스크 평가는 주관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사망할 경우, 변동이 극대화되거나 긴장이 오히려 완화되거나 두 가지 상황이 모두 가능하다"며 "이러한 극적인 불확실성이 바로 한반도의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북한발 불확실성에 의한 한반도 리스크는 이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FT는 강조했다.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반에 얽혀 있는 공급망으로 인해 주변 지역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즈만 애널리스트는 "한국에 전쟁이 발생하면 베트남의 제조업은 거의 대부분이 '스톱'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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