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혁명배당금당, 정치권 희화화 속에서도 예상 밖 선전
21대 총선 '최다' 후보 등록…여성추천보조금도 싹쓸이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국가혁명배당금당이 주는 1억원이라도 없으면 내일 당장 죽을 지경이야."
서울 강동구에서 중고전자상을 운영하는 윤모(63)씨는 21대 총선에서 '기호 7번'을 찍었다고 한다. 허경영씨가 이끄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이다.
배당금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코로나 생계지원금 1억원 지급·매월 150만원 국민배당금 지급·무보수명예직 국회의원 100명 축소·결혼시 1억원 지급·주택자금 2억원 무상 지원·수능시험 폐지·상속세 폐지 등 다소 황당한 공약들을 내걸었다. 온갖 기행으로 익히 유명한 허씨였다. 정치권에선 배당금당이 비현실적 선심성 공약으로 선거판을 희화화한다는 비난이 거셌다.
그러나 윤씨는 사뭇 진지하다. 기울어가는 사업에 코로나까지 덮쳤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선 월 평균 매출이 백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결혼을 목전에 둔 둘째 아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한다. 전세 자금 한푼 보태주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려서다. 배당금당은 그런 윤씨 마음을 파고들었다.
"정부가 주는 긴급재난지원금 몇 십만원 지원 받아선 어림도 없다. 지금 돈 몇 푼 받아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백날 일해봤자 빚도 다 갚지 못하고 갈 것 같다. 허 총재 말로는 정부 예산 512조원 중 실제 나라살림하는 데 200조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럼 나머지 300조원은 우리 같은 사람들 좀 먹고 살게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김씨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배당금당 공약을 살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름 이유있는 선택이었다. 그는 "공약을 열심히 공부했다"고 했다. 윤씨는 1965년 마포 신석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퇴했다. '양적완화' '추가경정예산안' 등 생경할 법한 용어들이 그의 입에서 거침없이 술술 나왔다. 윤씨는 "국가 예산을 줄여 국민들에게 제대로 돌려줬으면 좋겠다. 배당금당이 국회 들어가면 코로나 긴급생계지원금 1억원을 준다고 한다. 이 돈 받으면 빚 5000만원을 갚고,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음 총선에서도 배당금당을 찍을 생각이다. "1·2번 정당은 선거 때만 '잘 봐달라'고 굽신굽신하지, 국회만 들어가면 우릴 위해 아무것도 하는 게 없다. 그런데도 그저 '1·2번'만 뽑겠다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누굴 뽑아주든 세상이 달라질 게 아니라면 속는 셈 치고 배당금당을 뽑는 게 나을 것 같다. 혹시 아나. 배당금당이 잘 되면 공약 '반의 반'이라도 실현될 지."
![]() |
[사진=허경영 페이스북] |
◆ 배당금당 '조용한 인기'…전문가들 "극심한 경제위기 속 허경영 종교적 메세지 먹혀"
정치권은 웃어넘겼지만 배당금당은 '조용한 돌풍'을 일으켰다. 배당금당은 이번 총선 본선에서 지역구 235명, 비례대표 22명 등 총 257명의 후보 등록했다. 1·2당인 더불어민주당(253명)과 미래통합당(235명)보다 많다. 예비후보 등록자 수는 1000명이 넘었다.
여성 정치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도입된 여성추천보조금 8억4200여만원도 싹쓸이해갔다. 배당금당은 이번 총선에서 유일하게 전국 지역구의 30%(76명) 이상인 77명의 여성 후보를 배출했다. 배당금당에 따르면 지역구 출마 여성 후보 전원이 1인 1080만원씩 선거보조금을 나눠받았다고 한다.
총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배당금당은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1%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고, 일부 초박빙 지역구에선 1·2위 후보들의 당락을 가를 표심을 쥐고 있기도 했다. 인천 남동갑, 연수갑, 세종을 등에선 배당금당 후보들이 '3%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당 지지율이 여론조사에 잡히진 않았지만 일각에선 배당금당이 정당투표에서 '봉쇄조항(비례대표 의석 배분 최소기준·정당득표율 3%)' 허들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경제 위기가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 |
허경영 국가혁명배당금당 대표 [사진=뉴스핌DB] |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배당금당이 잘하면 3% 넘게 가져갈 수 있다. 경제상황이 워낙 어려워 돈 주겠다는 정당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남들 눈에 황당한 공약이라도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경제사정이 너무 좋지 않으면 (선심성 공약에) 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배당금당의 무책임하고 허황된 공약에 유권자들이 정말 속을까 생각하면서도, (배당금당 득표율이) 3%를 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다"며 "그 돈이 꼭 필요한 사람들은 (공약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번 선거에 참여한 정당은 무려 35개다.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을 내건 곳이 배당금당만은 아니었다. 신생정당인 배당금당이 특히 선전하는 데는 종교 지도자를 연상케 하는 허경영 대표 행보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허 대표는 강한 종교성을 띠고 있다. 처음엔 혈혈단신으로 시작했지만 자신의 주장을 오래 설파하며 신도에 가까운 팬층으로 하나의 커뮤니티를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국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것으로 그 저력을 보였다. 퀄리티와 관계없이 이 자체만 놓고 보면 정치를 근시안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 셈"이라며 "이는 추종자들에겐 신뢰감을 준다. 허 대표의 진정성이라고 봐야할 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다수의 추종세력을 장기적으로 탄탄하게 구축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허 대표가 고도의 포퓰리즘을 추구하나 정작 그는 대중적이지 않고 스페셜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라며 "포퓰리즘 정치가 뜨는 것은 경제가 어렵고 다수의 대중이 패닉이 빠졌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다. 코로나 후폭풍으로 우리 사회가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동안 비이성적인 사회문화가 범람할 것"으로 내다봤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