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지분 매각할 경우 신용 기반 무너지는 꼴
유니콘 기업 적신호…비전펀드 수익성도 악화 일로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강력한 자산매각 방안을 내놓은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오랜 기간 현안이었던 미국 통신사업과의 사실상 결별은 가능해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이 투자회사 경영에 역풍을 불러오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소프트뱅크가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최근 발표한 자산 매각방안이 되레 신용등급 하락을 불러올 위험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여파가 비전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유니콘 기업들에게도 적신호가 커지면서 비전펀드의 수익 악화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합병완료는 예정대로였지만 안심했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US의 합병이 공식 완료된 1일 한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이렇게 밝혔다.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를 인수한지 약 6년 만의 일이다. 스프린트는 미국 통신업계 4위 기업으로 버라이즌 등 타사에 밀려있던 상태라, 업계 3위인 T모바일과 합병으로 생존 길이 열렸다.
합병이 성사되지 못해 스프린트의 기업 가치가 하락했다면 소프트뱅크는 2조엔이 넘는 스프린트 보유주식에 대해 평가손실을 계상해야 했다. 합병으로 새로 태어나는 T모바일US는 소프트뱅크의 자회사가 아닌 지분법 적용회사다. 때문에 스프린트의 4조엔 가량의 부채가 소프트뱅크의 대차대조표에서 줄어들게 된다. 자연히 소프트뱅크의 투자사업에도 긍정적인 뉴스가 된다. 손정의 회장도 스프린트 합병에 대해 "6년 간 괴롭고 긴 여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투자사업에 새로운 난제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 23일 소프트뱅크는 4조5000억엔 규모의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주가가 50% 이상 급락하자 시장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이다. 이를 통한 조달자금 중 2조엔 가량은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부채 삭감에 활용될 전망이다.
문제는 자산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관건은 알리바바 주식이다.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매각하는 자산에는 알리바바 지분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알리바바 주식은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는 소프트뱅크의 신용 담보 역할을 해온 자산이다.
한 시장관계자도 "알리바바 주식이 매각되는 만큼 소프트뱅크의 신용 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 재팬은 지난 25일 "보유자산이 저렴한 가격에 현금화돼 남은 투자처의 가치가 저하된다"며 소프트뱅크그룹의 신용등급을 2단계 하향조정했다.
알리바바 지분 매각 외에도 합병회사인 T모바일US의 지분을 파는 방법도 있다. 손 회장도 이미 T모바일US 지분을 팔고싶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해당 주식에는 4년간 매각 제한이 붙어있기 때문에 조기 현금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투자 기업들과 향후 마찰이 증가할 소지가 높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앞서 소프트뱅크의 위워크의 공개지분매수(TOB) 기한이 이날 마감됐다. 소프트뱅크는 매수에 대한 합의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주주는 소송할 의사를 밝혔다.
코로나19 여파가 다른 투자처에 확산되고 있는 점도 악재다. 지난 27일에는 소프트뱅크의 지분법 적용대상 기업인 영국의 위성통신 스타트업이 파산을 신청했다.
코로나19로 펀드투자처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곧바로 소프트뱅크의 이익이 줄어든다. 2019년 10~12월 펀드사업의 영업손익은 2251억엔 적자였다. 신문은 "강수를 둔 손 회장이 고비를 맞았다"고 전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