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행정처 감사관, 직권남용 혐의 양승태 재판서 증언
"특정사건 보고서 전달…하달 아닌 요청으로 인식"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양승태 사법부'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했던 전직 법관이 특정 형사사건을 검토해 해당 재판부에 전달한 것을 두고 "보기에 따라 부적절한 측면은 있지만 위법이라는 생각은 없었다"고 법정 증언했다.
최근 '사법농단' 사건 연루 판사들이 1심에서 줄줄이 무죄를 선고받는 과정에서 "재판 관여는 맞지만 직권남용을 적용해 형사 처벌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과 같은 맥락이다.
김현보(52·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72·2기) 전 대법원장 박병대(63·12기)·고영한(65·11기)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5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2.21 kilroy023@newspim.com |
김 변호사는 지난 2016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임종헌(61·16기) 법원행정처 차장을 보좌해 법관 징계사항 등 비위 조사 업무를 담당했다.
이날 검찰은 2015년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 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 사건에 대해 질문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무렵 '(당시 현직 법관이었던) 문모 전 부장판사가 (피의자) 정 씨와 골프모임을 가지던 관계이고 정 씨 변호인과 사적으로 만났다'는 내용의 향응수수 첩보가 대검찰청에서 법원행정처로 전달됐다.
임 전 차장을 비롯해 당시 처장이던 박병대 전 대법관,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들은 당시 문 부장판사에 대한 비위 정황을 파악하고도 조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해당 사실이 언론에 알려질 경우 파급력이 클 것을 우려해 정 씨 사건 선고를 문 부장판사의 사직 이후로 미루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김 변호사는 "당시 '언론에 보도되면 부산 법조계가 혼란에 빠진다', '사법부 신뢰가 무너진다'는 임 전 차장의 생각에 따라 조사하지 않고 구두경고 조치된 걸로 안다"며 "일반적으로 법관 비위는 대법원장 보고사항이라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된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 씨의 항소심을 맡았던 해당 재판부에 법원행정처의 보고서가 전달된 것에 대해 "임 전 차장이 정리해서 주기를 원했고 상급 관청으로부터 하달이 아니라 요청 정도로 인식했다"면서도 "다만 외부에서 보기에 따라 부적절하다고는 생각했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증인이 작성한 보고서에 기재된 대응책과 같이 실제 종결됐던 항소심이 변론재개됐는데 법원행정처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재판이 진행된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임 전 차장이 말해준 취지대로 작성했고 이후 재판 진행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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