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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우의 외계인 수첩]'수퍼맨' 의사 박정일

기사입력 : 2020년02월24일 11:31

최종수정 : 2020년03월10일 15:04

[편집자] '삶'이라는 글자를 해체하면 ㅅㆍㅏ ㆍㄹ ㅏㆍㅁ 이 된다. 사람이 문명을 연다. 사람이 문화를 빚고 오롯이 역사가 된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을 알처럼 품는 것이다. 

국가대표급 크리에이터로 통하는 오치우 빅브라더스 대표가 글로벌뉴스통신사 뉴스핌을 통해 '외계인채집'이라는 생경한 이름으로 주 1회 인터뷰를 연재한다. 문화계를 비롯한 각계각층과의 세밀하고 주관적인 만남 속에서 지구 곳곳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매력 넘치고 독특한 인간 모습들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오 대표는 소설 목민심서 250만부 판매전략 [사람을 좋아하는 책] 캠페인, 실패상황 정복전략 [프로는 실패로 배운다], 최초의 중소기업 채용전략 기획, 청바지 점핑 프로모션전략, 중저가 다이아몬드 특화판매전략 등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달며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광고·카피라이터 업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오치우 빅브라더스 대표

손에 피 묻히고 사는 사람! 박정일. 그는 조폭이 아니고, 군인도 아니다. 그렇다고 도살장에 근무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가 속칭 칼잡이인 것은 맞지만 직장은 병원이다. 신사역 인근 자리잡은 '네오 성형외과의원'이 그의 직장이다. 

소위 미래를 본다는 사람들은 그에게서 피냄새를 맡는다. "알 수없는 일이지만 보자마자 '손에 피 묻히고 사는 팔자'라고 한 눈에 알아보니 천직인가 봅니다. 원래 주특기가 칼 잘쓰고 바느질이거든요."

중학교 때까지 친구들 찢어진 책가방, 운동화, 교복 등을 수선해주던 재주가 있었다. "아예 고등학교 시험보지말고  수선점을 동업하자"는 친구도 있을 정도였다. 

공부도 지겨운데 그래 버릴까 생각도 했다. 그럴때 마다 "옆동네 신격호 집안을 생각해라. 돈 버는데 1등집안 신씨네, 머리좋은 일등집안 박씨네. 절대로 잊으면 안된데이"라고 말씀하시는 동네어른들의 강압적 응원을 떠올리곤 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신격호씨가 일본가서 '돈 잘 번다'였지 지금처럼 큰 재벌이 되리라곤 아무도 상상할 수 없던시절 이었다.

''그후  어머니의 그 뜻이 이루어졌죠. 육사간 둘째형도 서울대를 다시 나와 나를 제외한 모두가 서울대를 출신이고, 큰 형은 미국에서 천재로 인정받아 일등기업 '다우케미컬' 수석연구원이 됐고, 두 아들은 하버드를 졸업했습니다. 게다가 하버드 출신 며느리 둘을 합쳐 명실공히 '하버드 훼미리'가 됐으니까요"

네오성형외과 박정일 원장. [네외성형외과 제공]

"특히 둘째형은 육사, 서울대를 졸업하고 당시 잘나가던 '하나회'를  제쳐가며 장군이 됐고, 저도 어머니의 뜻대로 의사가 됐죠." 어쨌든, 옆 마을 출신 돈잘버는 '신씨네'에 대응해 천재집안 '박씨네'도 나름 진영을 갖춘 셈이다. 

"어머니 계획에 크게 빗나감이 없었지만, 제가 존스 홉킨스 의사가 아니라 부산대 나와서 백병원의사 된 것이 나름 아쉬움이었지요." 의사된 지 34년,  그 아쉬움을 메꾸기 위해 그는 목숨걸고 의사로 살아냈다. 

당시 '전설의 칼잡이'로 명성을 날리던 백병원 성형외과 백세민교수 치프로 더구나 남들이 일년하는 '눈물의 치프'를 3년동안 했다는건 거의 '곰이 쑥을 먹고 사람이 됐다'는 정도로 의료계 신화다.

백 교수는 36살 미국에서 '서전 오브 이어'라는 외과의사 최고의 상을 받았다. 그가 백병원에 뿌리를 내린 건 정말 '강림' 수준. 명성에 걸맞게 '괴팍의 도'를 가늠할 수 없는 그 곁에서 일년이 아닌 3년 동안 치프를 거친 박정일 또한 수퍼맨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열시간도 채 못잔채 응급실 콜을 받으면 묻지 않고 본능적으로 달려나가는 '콜번개'로 사는 동안 '번개 1호'라는 별명을 얻었죠." 숨은그림찾기, 조각그림 찾기의 달인이 됐다. 대형사고 현장에서 실려온 환자의 환부는 원형을 예측하기 어려워 뛰어난 상상력과 고도의 관찰력이 요구된다. 

네오성형외과 박정일 원장. [네외성형외과 제공]

초인적인 인내는 기본이고 보도블럭이나 전봇대 빼고는 뭐든지 삼킬 수 있는 비윗살, 철인보다 강력한 체력이 요구되던 그 시절. 박정일은 인쇄절단기에 두번 절단된 환자의 손가락 스무조각을 잇기 시작해 2박 3일 수술을 하고 나서 갑자기 마라톤이 하고 싶어졌다. 

물론, 그때 시작한 마라톤이 이제는 '철인 3종경기'라는 습관으로 고정화됐다. 의사된 지 13년만에 개원을 시작해 현재까지 30여년을 늘은 것이 많았다. "식구도 늘고, 팽팽하던 얼굴도 중력과 싸움에 늘어졌고, 배도 늘었고, 마라톤도 늘었고, 수영도 늘고, 자전거실력도 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늘은 건 '궁예' 수준의 관심법과 중국어 실력이다. '딱 보면 아는 관심법'은 현상이 아니라 마음의 흐름을 읽는 기술이다.

''쌍거플 수술을 왜 하는지, 안면거상을 해서 누구를 턱들고 내려다보고 싶은지, 코를 바짝 세워서 누구 코를 납짝하게 누르고 싶은지, 여자를 읽는 실력이 많이 늘었지요.''

게다가 고대사 역사공부를 위해 방통대 입학해 배웠던 중국어는 중국 '닝샤성 제1인민병원'의 객좌교수로 활동할 정도로 늘었다. 

네오성형외과 박정일 원장. [네외성형외과 제공]

"고대사 공부를 하려고 한문을 배우다 중국사와 언어공부를 하게 됐는데, 성형바람이 부는 덕에 역사가 아니라 중국에서 성형을 가르치게 됐네요. 세상 참 뜻대로 안되요."

가르치기보다는 배우는 걸 좋아하는 그는 역사와 바둑, 마라톤, 수영, 스쿠바, 등산, 야생화촬영, 테니스를 거쳐 이제는 철인3종 경기에 빠져들었다. 

"의사로서 집중하지만 그 집중을 위한 여러가지 스킬이 필요하다고 봐요. 상상력이 배가되는 일, 관찰력을 훈련할 수 있는 놀이, 창의력과 순발력을 강화하는 습관과 철인같은 인내, 체력을 제고할 수 있는 운동능력 등이 완벽한 의사를 힘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도 의사가 '수퍼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수퍼맨'이 되어야 환자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 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이 있어야 환자에게 희망이 되어줄 수 있지요. 얄팍한 지식으로 절박한 환자 하소연을 맡는 일은 의사가 할 일이 아니지요. 올림픽도로 공사장에서 발등부터 짓이겨지고 발가락이 떨어져 들이닥친 환자의 복원수술을 12시간만에 끝냈을 때, 수퍼맨이 된 보람을 느꼈지요. 나중에 그 환자가 불시에 찾아와 악수할 때 얼마나 눈물나는지 아십니까?"

그가 칠남매 중 유일하게 엘리트 수준을 유지못한 열등감을 해소할 때가 바로 이 순간이다. 이 짧은 순간에만 서울대 컴플렉스를 잊고 수퍼맨이 된다.

네오성형외과 박정일 원장. [네외성형외과 제공]

"진짜가? 니가 다 살렸나?" 형제들 모임에 막내로 참여해 티안나는 심부름만 하던 어느날, 심각하게 지각을 하고 긴 변명을 늘어놓았는다. "제가요, 게으름 피운게 아이고, 수술방에 들어가 열두시간 수술을 했그등요, 우쨌든 열 손가락 싹 다 살리가 꿰메고 오느라 이래 됐뿐는데 우짜지요!"

그 말이 떨어지자 이구동성으로 "진짜가? 네가 다 살맀나?" 물음이 이어졌고 "다 살리놓고 왔심더!"라는 말에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며 "막내가 부모님 마지막 정기를 다 안고 나온게 확실 한기라!"

비로소 열등감의 터널에서 온전히 탈출 때다. 칠남매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지독한 질병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경상도 산골마을에서 롯데 신격호 집안 신씨네와 세를 겨루던 박씨집안 형들과 누이들의 천재성에 눌려 지내던 그가 단숨에 비상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웬만한건 다 잘 했논데, 수석을 해도 장학금을 타도 아무도 안 알아주는 거예요. 일등할 맛 안나지요. 헌데, 열두시간 동안 손가락 다 살리고 왔다니까 거의 '명량대첩' 분위기 였거든요."

그는 이제 칠남매 다 모여도 병원에서처럼 여전히 '수퍼맨'이다.

완벽한 수퍼맨을 당황케하는 사람들은 도처에  있다. 보통은 산부인과에서 하는 이쁜이수술을 간절히 요구해서 어쨌든 환자가 원하는 대로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자세한 설명이 곤란하지만, 이뻐지고자 했던 부위가 달랐던 것. 결국 재수술을 해주었다. 

수퍼맨도 여자는 잘 모른다. 23살 전지현 처럼 생긴 여학생이 '내코를 아그리파 처럼 세워야겠다' 고 우길 때, 장동건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말리고 말리다가 '절대 여기서 수술 안했다'고 하기로 결국했다.

또 김태희 닮은 여학생이 기필코 안면거상 수술을 하겠다고 통사정 할 때 난감했다. 40대나 하는 것이라며 3년을 거부하다가 결국했다. 아마도 최연소 거상수술 일 것이다. 

허당 수퍼맨 박정일은 후배들에게 무협지에 나올 듯한 대사를 수시로 설파한다. 그는 '저자거리에서 녹슨 칼을 휘두르는 자 중에 무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심신을 갈고 닦은 늙은 농부의 호미자루처럼 남루해 보이지만, 닳고 닳아 손자욱이 빛나는 칼집으로 위엄을 보여야 된다고 믿는 진짜고수다.

"정육점 주인 칼과 네가 쥔 칼의 무게를 알라. 그래야 은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고수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의 말은 무협지 대사보다 날카롭다.

''훌륭한 칼잡이가 되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수련해서 자신의 내공을 갖추어야 합니다. 짧은 칼만 잘 쓰는 검객은 모든 적을 그 칼로 해치우려하고, 긴 창을 잘 쓰는 무사는 그 창만으로 모든 승부를 보려하니 승부가 어렵습니다.

그 승부가 환자 생명과 직결되니 심각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수술, 네가 할 줄 아는 수술이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을 할 수 있어야 진짜의사가 되는겁니다.''

'위대한 칠남매의  막내'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미켈란젤로처럼 살고 싶었다고 한다. "이 별에선 의사가 됐으니, 이제 환자에게 희망의 존재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힘차게 수퍼맨 포즈를 취한다. 

네오성형외과 박정일 원장. [네외성형외과 제공]

wind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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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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