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량 적고, 대체 수입처 확보...일본 기업도 타격 받아"
"언제든 다른 품목 규제 강화할 수 있어...예의주시"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일본 정부가 지난 7월부터 강화한 한국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조치를 내놨다. 규제 영향이 큰 반도체 업계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규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 포토리지스트 규제 먼저 푼 이유..."영향 적어서"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 산업성은 지난 20일 반도체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감광제)에 대한 수출심사와 승인 방식을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변경하는 포괄허가취급요령 일부 개정령을 공시했다. 이는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시작 170일 만에 나온 첫 변화다.
개별허가는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건별로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특정포괄허가가 되면 화이트리스트 국가가 아니어도 일본 정부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통해 최대 3년분까지 수출허가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4일 포토레지스트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수),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3가지 핵심 소재를 수출 규제 강화품목으로 지정했다. 이후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며 상당수 품목에 대한 수출 절차를 강화했다.
일본이 규제한 여러 품목 중 포토리지스트를 먼저 풀어준 것과 관련해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수출 비중이 낮고 대안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에서 EUV를 사용하고 있지만 생산 초기이고 SK하이닉스는 아직 연구용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포토리지스트는 수입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대체 수입처를 찾은 상황"이라며 "더 급한 것은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고순도 불화수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 이후 일본 기업들의 한국 수출 물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며 "일본 산업에도 영향이 있다 보니 움직임이 시작된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포토리지스트 사용량이 아직 많지 않다"면서 "또 발전 가능성이 큰 EUV와 관련돼 있다 보니 소재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일본 입장에서도 신경이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반도체 업계 "안심하긴 일러...불확실성 상존"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와 관련, 일각에선 '규제 완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경했던 일본이 처음으로 수출 규제에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민감한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한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돼 있어 다른 품목들도 언제든 수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규제 완화가 아닌 수출허가 신청 절차를 변경한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황이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한 품목이라도 절차가 완화된 것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수출 규제가 끝난 것이 아니고 일본은 언제든지 중요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할 수 있어 불안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그대로다"라며 "한일 기류에 따라 또 언제 변할지 모른다. 수입처 다변화는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역시 일본의 조치가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 완화 발표 이후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일부 진전으로 볼 수 있으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안으로는 미흡하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라고 전했다.
sjh@newspim.com